해파랑길22 해파랑길 3회차 후기 우리는 왜 걷는가? 금요일 밤 10시에 합정역에서 모여 승합차를 타고 지난번 종료지점인 울산 해양 경찰서로 이동한다. 도착하니 토요일 새벽 2시 40분경. 늦은 밤 차 안에서 잠도 설쳐가며 굳이 왜 이 일을 하는지 나 조차도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2시 50분부터 헤드랜턴을 밝히며 어둠을 뚫고 걷는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 힘든 일을 왜 할까? 무릎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으며 걷는다. 무릎이나 발이 아파 무릎 보호대를 하고 등산화를 새로운 브랜드로 바꿔가며 걷는다. 얼굴이 타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우산을 쓰거나 얼굴을 감싸며 걷는다. 졸음을 물리치며 걷거나 졸면서 걷기도 한다. 하품을 하며 걷는 사람도 있다. 군대도 아니고, 의무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아.. 2024. 5. 26. 해파랑길은 두더지 잡이 놀이고, 보물찾기 여행이다 산티아고 다녀온 후 출간한 책을 들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스님을 찾아뵙고 책을 전달해 드린 적이 있다. 스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신 후에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걸었냐고 질문하셨다. 내 대답은 ‘그냥 걸었다.’였다. 순간 스님의 얼굴에 실망한 모습이 살짝 비쳤다. 장기간 도보 여행을 하면서 화두를 챙기지 않고 그냥 걸었다는 모습이 스님께는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근데 ‘그냥 걸었다.’가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완보하기 위해 그냥 매일 약 8시간 정도 걸었다. 산티아고에서 할 일은 걷고, 먹고, 자고, 빨래하는 거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 아무튼 스님의 실망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약간은 서운한 느낌도 있다. 잘 다녀왔고 수고 많았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씀보다는 화두를 챙기지 .. 2024. 5. 22. <해파랑길 2회 차 후기> 부처님 맞이하는 방법 시작점인 지하해변에 도착해서 간단히 몸을 풀고 3시 50분에 출발한다. 어둠을 뚫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가로등이 길을 밝혀주어 랜턴은 필요하지 않지만 마음의 랜턴을 밝히고 당당하게 걷고 또 걷는다. 랜턴이, 가로등이 바깥세상만 밝히지 않고 내면을 밝힐 수 있으면 좋겠다. 굳이 왜 이런 새벽녘부터 걸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걸어야만 되고, 걷고 싶고, 길벗들 만나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월 2회 무박 2일 또는 가끔 일주일 정도 장기도보를 하며 걸으면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완보하는데 최소한 7, 8년을 걸릴 것이고, 어쩌면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기간은 상관없다. 안전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다면, 또 걷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면 .. 2024. 5. 12. 해파랑길을 즐겁게 걷는 방법 마음챙 (mindfulness) 마음놓음(mindlessness) 며칠 후면 해파랑길을 걷는다. 마치 해파랑길을 걷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같다. 길에 대한 갈증이나 욕심보다는 함께 걷는 길동무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길 벗은 중요하다. 마음공부를 할 때도 도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도반은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정진과 가행 정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때로는 공부하며 발생하는 장애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며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공부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에게 조언해 줄 수는 없어도 같은 고민을 했기에 각자 고민 해결을 위한 방편을 얘기하며 생각하지 못한 방편을 찾을 수도 있다. 도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마찬가지로 길 벗 또한 든든한.. 2024. 5. 8.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