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걷기59 < 아상(我相) > 걷기 모임 나가기 전 아침에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내는 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비슷한 물건이 있으니 확인한 후에 사자고 했다. 별로 원하는 것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이 오랜만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는데 사주지 않는다고 심술을 부렸다.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뜻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했고, 나는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다. 집을 나오며 금방 후회가 밀려왔다. 아내는 주 나흘간 딸네 머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막 집에 들어왔는데, 그 힘든 사람에게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많이 미안했다. 지하철에서 집안일 관련된 다른 얘기를 카톡으로 했고, 아내는 부드럽고 .. 2024. 10. 26. <해파랑길을 준비하며> 드디어 3박 4일간 해파랑길을 걷기 위해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오랜만에 며칠간 걷는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하고 마음이 들뜬다. 그동안 무박 2일로 해파랑길을 걸었다. 그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 아쉬움이 걷기에 대한 갈증인지, 길을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다는 욕심인지, 길벗에 대한 그리움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며칠간 쭉 이어서 걷는 중독의 맛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다. 하루 걷는 것과 며칠간 계속해서 걷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매일 20km 정도를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걷고 난 후에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걷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 2024. 10. 13. 해파랑길 7회 차 후기 에피소드라는 퍼즐 조각지금까지 많은 길을 걸으면서 이번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맞이하기는 처음입니다. 참 다양한 날씨와 풍경을 경험합니다. 렛고님은 인생은 이처럼 예측 불가하다고 하셨고, 저는 ‘인생은 요지경’이라고 했습니다. 단 한 치의 앞날을 예상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인생을 살아가며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또한 지난 과거를 곱씹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다시금 체감합니다. 오직 지금-여기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중요한 삶의 진리를 체득하기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걷습니다. 마음챙김 걷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에피소드 #1. 오랜만에 나타난 릿다님이 산티아고 순례를 하기 위해 프랑스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제게 산티아고에 대해 물어보고 가고.. 2024. 9. 29. 로종 수행 같은 길도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다른 길이 된다. 길이 변하는 것이 아니고 길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의 변화로 다른 길로 느껴지는 것이다. 편한 사람과 걸으면 길도 편하고 걷기도 수월하고 걸으며 즐겁다. 반면 불편한 사람과 걸으면 걷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게 된다. 길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도 못하고 걷는 내내 불편함만 가득하다. 모든 것이 상대방의 잘못 때문이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한다. 근데 억울한 것은 그로 인해 나의 마음 상처만 깊어진다는 것이다. 상대방 탓을 하면 나는 편해져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탓을 하면 할수록 나의 마음만 더욱 불편해진다. 상대방은 나의 불편함과 무관한 듯 마치 아무 일도 없듯이 행동한다. 그 모습.. 2024. 9. 22. 이전 1 2 3 4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