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걷기59 행복과 고통은 한 몸이다 무척 더운 날씨입니다. 햇볕은 따갑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습니다. 앵봉산과 봉산을 걷는 이 코스는 서울 둘레길 코스 중 난이도가 상급에 속하는 구간입니다. 산속을 걷는 코스여서 햇빛은 나무 그늘이 막아주지만 무더운 날씨까지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땀이 옷을 적시고, 땀이 난 만큼 물을 마십니다. 이 더운 날씨에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웃으며 걷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걷습니다. 꿈 얘기가 나왔습니다. 여성 회원들은 학창 시절 시험 보는 꿈을 꾼다고 합니다. 문제를 다 풀고 답안지에 옮겨 적지 못한 상태에서 제출해야 하는 꿈 얘기도 나오고, 하필 자신이 공부하지 못한 .. 2024. 8. 4. 길벗은 스승이다 길벗은 따뜻하고 정감이 가는 단어입니다. 길 자체는 생각만 해도 그립습니다. 다양한 계절과 다양한 날씨에 다양한 길을 만나는 일은 매우 큰 축복입니다. 길을 걸으며 위로받고, 길을 걸으며 가르침을 받고,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이 자신의 거울이 되어 자신을 비추어줍니다. 마찬가지로 벗을 만나 위로받고, 가르침을 받으며, 벗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 멋진 두 단어, 즉 길과 벗이 합친 길벗이라는 단어 자체를 듣는 것 또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새벽 3시경 주전패밀리 캠핑장에 도착해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풉니다. 거친 파도가 도로를 덮치듯 달려듭니다. 바람은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고,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는 마음을 뒤흔듭니다. 새벽인데도 무.. 2024. 7. 28. 걷기는 대지와의 키스 며칠간 내린 비로 북한산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작은 계곡의 물소리가 새소리만큼 아름답습니다. 예전에는 집 앞 도랑에도 물이 흐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북한산 계곡에도 바위만 쓸쓸히 놓여있는 삭막함을 보며 저 자신 또한 삭막해짐을 느낍니다. 오랜만에 물과 바위가 만나 즐겁게 장난치고 있는 모습과 소리를 보며 자연과 장난치며 걷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마음공부는 친밀함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공부는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 친밀함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과 바위가 친밀해져서 하나의 계곡을 이룹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자연과 친밀해지며 하나가 되어 갑니다.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지며 우리가 되어갑니다. 안과 밖, 좋음과 싫음, 사랑과 미움, 주체와 객.. 2024. 7. 20. 경험과 나 사이 무더운 날씨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북한산 구간을 걷는데 산속에는 바람 한 점 없다. 일상적인 토요일이라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있을 텐데 날씨 탓인지 아니며 휴가 탓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걷기에는 한적하고 조용하고 좋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서로 길을 비켜가며 걸을 때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 같은 날은 사람도 별로 없고, 소음도 없어서 걷기에는 매우 고맙고 행복한 날이다. 간혹 들리는 새소리 외에는 다른 동물들의 움직임과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오직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대화소리만 들릴 뿐이다. 북한산을 우리만의 휴양소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더위에 지쳐 또는 다른 사정으로 인해 우리의 휴양소를 찾.. 2024. 7. 14. 이전 1 2 3 4 5 6 7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