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102 발과 자존감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 특기라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아마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학교 시절 영어를 좋아했고, 주변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사 입사도 영어 특채로 들어갔으니 제법 잘했던 것 같다. 외국인 회사에 근무할 때에는 노사 협의회 통역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영어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발음도 나쁜 편은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청취력에 자신이 없었고, 어휘력에 자신이 없었으며, 표현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남이 판단하는 나의 영어 능력과 나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영어 뉴스도 잘 들리지도 않았고, 외국 영화를 자막 없이 보기 어려웠다. 지금의 영어는 예전 영어 수준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 2023. 11. 6. 뻔뻔함과 자유로움의 차이는? 오랜만에 걷기 동호회 활동에 참석해서 걸었다. 익숙한 환경을 만나니 익숙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갑고 즐겁다. 불과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느낌이 든다. 반가운 길동무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걷기 마당’이 내게 꽤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 곳이고 동시에 가끔은 오고 싶은 곳이다. 고향인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나를 편안하게 받아 준 곳이다. 길이 활력을 되찾아 주었고, 길동무들이 사람의 정을 되찾아 주었다. 맞다. '걷기 마당'은 마음의 고향이다. 고맙다. 후미에서 걷는다. 오늘의 리더인 도니님의 명령이다. 리더 역할을 하기 전까지 늘 자처해서 후미에서 걸었다. 혼자 걷는 것이 편했고, .. 2023. 10. 29. 걷기는 친구다 태풍이 지나가고 길고 지루한 장마도 끝났다. 양재 시민의 숲에서 시작되는 서울 둘레길은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습기를 잔뜩 품은 숲길은 습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고 땅은 조금 젖어있어 걷기에는 아주 편안하다. 가끔 내리는 보슬비는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수마가 지나가며 남긴 상처는 보기 흉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과 물소리는 아름답다. 지난 2주간 지방을 다니며 알바를 했다. 오랜만에 매일 출근하듯 알바를 하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저녁에 귀가하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저녁 식사 후에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불광천을 한 시간 정도 걷는다. 걸으면 심신이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이제 걷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피곤.. 2023. 8. 13. 심우도(尋牛圖) 경기 둘레길을 2022년 5월 13일에 걷기 시작해서 2023년 7월 22일에 끝냈다. 주로 토요일에 걸었고, 860km에 달하는 이 길을 44회로 나눠 걸었다. 총 60개 코스를 한 번에 한 코스 또는 두 코스, 심한 날은 세 코스를 걷기도 했다. 혼자 걸은 것이 아니고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끝난 지 불과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꽤 오래 시간이 지난 느낌이 든다. 지난주 토요일에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매주 토요일에 경기 둘레길을 함께 걸었던 길동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가까운 친구들이라도 매주 아침 8시경에 만나 밤늦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자주 만나서 함께 걷고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고 싶.. 2023. 8. 2. 이전 1 2 3 4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