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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102

걷기 동호회 예찬 60대 중반의 내게 가장 두려운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치매와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가족 중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을 꼽는다면 아내와 딸 밖에 없다. 나로 인해 아내나 딸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요즘은 간병하기 힘든 가족들을 요양원에 보내는 추세다. 나도 그 방법을 선호한다. 만약 내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를 요양원에 보내기를 간곡히 원한다. 마음속에는 늘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남아있다. 죽는 순간까지 가능하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최근에 노년내과 전문의가 신문에 쓴 기사를 읽었다. ‘노년내과’라는 전.. 2023. 7. 28.
경기 숲길을 마무리하며 경기 숲길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경기 숲길은 쉽게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 년 중 6개월은 산불 주의 기간으로 아예 입산이 금지되고 그 외에도 호우가 내리거나 폭설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낙석이나 임도가 무너져 갑작스러운 공사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걷기 힘든 길이다. 하지만 일단 입산하게 되면 이 길만큼 멋진 길도 없다. 경기 둘레길 네 개 구간 중 최고의 구간을 선정하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기 숲길을 택할 것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얘기하며 이 길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다. 걷는 내내 다른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가장 낮은 길이다. 네댓 시간을 걸어도 기껏해야 두세 명 정도를 만나거나 아니면 아무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주말에 명.. 2023. 7. 23.
경기 둘레길은 집단상담의 장(場)이다 2022년 5월 13일에 시작한 경기 둘레길은 지금까지 총 43회에 걸쳐서 59개 코스를 걸었고, 이번 주 토요일 마지막 코스인 26코스를 걸으면 총 86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짧게는 15km 정도, 많이 걸을 때에는 30km 이상을 매주 5시간에서 8시간에 걸쳐 한 코스 또는 두 코스를 걸었다. 사계에 거쳐 걸었고, 날씨와 상관없이 걸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바람 불어 좋은 날에도 걸었다. 코스도 다양하다. 임도를 걷는 숲길, 갯벌을 보며 걷는 갯길, 강을 따라 걷는 물길, 평화를 기원하며 철책을 따라 걷는 평화누리길을 걸었다. 걷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고, 참석자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로 대체되기도 했다. 길을 걸으며 우리 또한 변했다. 1년 이상 진행한.. 2023. 7. 17.
포기하지 않는 마음 오늘 길을 포함하여 세 번만 더 걸으면 경기 둘레길이 끝나게 된다. 긴 여정이지만, 많은 분들의 참석과 응원 덕분에 이 길을 즐겁게 걸었고, 무탈하게 걸을 수 있었다. 출발 지점에 모여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목이 막히며 말을 이어가기가 어색해진다. 오늘 길 마치고 나면 두 번 남았다는 말을 하는데 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힘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을 대충 얼버무리며 바로 걷기 시작한다. 개천가를 따라 걷다가 도로를 걷는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많은 길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후미를 지켜주는 어니님과 다른 분들은 차가 올 때마다 큰 소리로 ‘차!’라고 외치며 주의를 준다. 일렬종대로 걸으면 대화를 하기가 힘들고, 횡대로 걸으며 차량 때문에 걸을 수 없다. 종대와 횡대를 ..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