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54 해파랑길은 두더지 잡이 놀이고, 보물찾기 여행이다 산티아고 다녀온 후 출간한 책을 들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스님을 찾아뵙고 책을 전달해 드린 적이 있다. 스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신 후에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걸었냐고 질문하셨다. 내 대답은 ‘그냥 걸었다.’였다. 순간 스님의 얼굴에 실망한 모습이 살짝 비쳤다. 장기간 도보 여행을 하면서 화두를 챙기지 않고 그냥 걸었다는 모습이 스님께는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근데 ‘그냥 걸었다.’가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완보하기 위해 그냥 매일 약 8시간 정도 걸었다. 산티아고에서 할 일은 걷고, 먹고, 자고, 빨래하는 거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 아무튼 스님의 실망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약간은 서운한 느낌도 있다. 잘 다녀왔고 수고 많았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씀보다는 화두를 챙기지 .. 2024. 5. 22. 몸이 왕이 되는 시간이 왔다 해파랑길 다녀온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이번 여정의 느낌이 좋았던 거 같다. 함께 참석했던 다른 길동무들도 다시 걷고 싶다는 표현을 하며 걷기 중독과 걷고 싶은 충동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2회 차 해파랑길 공지에 참석 댓글을 쓰며 다음 길을 기대하고 있다. 2박 3일간 매일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쉽지 않았기에 더욱 기억에 강하게 남고, 몸은 걷기에 최적화되며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같다. 일종의 금단현상이 아닐까? 어제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쉬며 다음 걷기 준비를 하고 있다. 기사님과 통화도 하고, 공지도 올리고, 세부 상황도 확인하는 등 여전히 해파랑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걷기 중독에 빠져있다. .. 2024. 4. 29. <해파랑길 1회차 후기> 길은 수행이다 참석자: 걷자님, 권유진님, 렛고님, 자스민님, 아리님, 범일님, 걷고 (총 7명)날짜: 2024년 4월 25일 ~ 2024년 4월 27일거리 및 코스 : 약 67km, 해파랑길 1코스 ~ 4코스 (부산 오륙도에서 진하해변까지) 지금 시간이 오전 5시. 어젯밤에 10시경 잠에 들어 지금 이 시간에 일어났으니 7시간은 푹 잤다. 몸은 더 자고 싶은데 정신은 말짱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느낀 진한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후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더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많은 길을 걸었고, 진행자로 길 안내를 해왔지만 이번 길에 대한 추억은 꽤 오랜 기간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가끔 지치거나 의기소침할 때 이 추억을 꺼내어 보며 활력을 되찾을 수 있.. 2024. 4. 28. 야생성 회복 - 비우기와 천천히 하기 며칠 전에 '죽음 명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후에 가끔 주어진 상황을 죽음 명상으로 맞이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죽음은 일반적으로 입에 올리기 꺼려한다. 죽음을 너무 부정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의 삶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죽은 후 다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 들을 기회가 없었다. 임사 체험 얘기를 글에서 읽은 적은 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활을 한다면 삶은 매우 풍요롭고 평온해질 수 있다. 누구나 맞이하고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 모든 존재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2024. 4. 12. 이전 1 2 3 4 5 6 7 8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