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98] 꿈을 잃지 말자

by 걷고 2021. 4. 2.

날짜와 거리: 20210331 – 20210401 30km
코스: 월드컵공원 – 한강변 – 월드컵경기장 – 불광천 외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3,57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그저께는 모 지자체의 직원 채용 면접관으로 다녀왔다. 경쟁률이 3:1 이거나 4:1 정도로 누군가는 채용되고 누군가는 탈락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약 10여분의 면접을 통해서 지원자들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지원자는 그 짧은 시간 내에 자신에 대한 어필을 해야만 한다. 다섯 명의 채용 면접관들의 평가는 대동소이하다. 면접 마친 후 평가 과정을 통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는 눈은 매우 정확한 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일 직군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나이와 경력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기에 어떤 편견을 갖지 않고 평가를 내리려고 노력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비전을 찾아서 지원한 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어디라도 취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는 지원자들도 있다. 대학 졸업 후 채 1, 2년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꿈을 좇기보다는 우선 취업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들에게 젊은 청춘의 활기를 느낄 수가 없다. 각박한 현실이 그들을 힘든 상황 속으로 몰아놓은 것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사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며칠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막 데뷔한 여배우가 나왔다. 자신이 배우가 되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젊은이들이 희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배우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퇴사를 했고, 많은 좌절을 겪은 후 배우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일이 그냥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녀의 꿈은 바로 ‘배우’이고,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녀의 그런 용기와 발걸음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면접에서 만난 젊은 지원자의 모습과 여배우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다. 한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히 현실을 뛰쳐나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모든 꿈을 접고 오직 취업만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각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기에 어떤 삶이 바람직하다고 어느 누구도 감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꿈을 찾고 그 길을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버리거나, 수단을 위해 자신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원했던 상담센터에서 서류 전형에 탈락했다는 메시지를 어제 받았다. 매년 계약을 맺으며 3년간 활동했던 센터인데, 이번 지원에서는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했고, 원망하는 마음도 들다가, 나중에는 무슨 실수를 했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쏘기도 했다.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걸으며 작년 말에 진행했던 내담자 사례를 돌아보았다.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센터 직원들이 나이 많은 나를 불편해할까? 아니면, 내가 꼰대 짓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모든 판단을 내려놓고 그냥 불편한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걸음에 집중하거나 벚꽃을 감상하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불편했던 마음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았고 서서히 불편한 마음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좌절이 만든 마음의 굳은살이 빨리 마음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꼭 무엇을 해야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은 무엇일까? 오랜 기간 수많은 과정과 고민을 통해서 내린 꿈은 ‘명상, 상담, 걷기를 통해 심신이 지친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다. 힘들 때마다 이 명분을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다독 거리기도 했고,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비록 상담사로 활동할 수 없더라도 상담 봉사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 일은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 아침에 명상을 하는데 처음에는 불편한 감정의 찌꺼기가 가슴 위에서 목 아래 부분까지 몰려왔다. 그저 관찰만 했다. 조금씩 사라지면서 다른 신체 부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바라보았다. 어제의 기억이 떠오르면 더 이상 그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고 그저 생각을 바라보았다. 그 생각들은 물러나고, 다른 신체 부위의 감각들이 느껴졌다. 명상을 마친 후에 자애 명상을 20분 정도 했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이완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애 명상은 자신과 모든 존재,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자애의 마음을 보내는 명상법이다. 위파사나 명상 후 자애 명상을 하니 몸과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고 가벼워졌다. 결국 다른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좌절은 자신의 이기심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동시에 타인과 모든 존재에게 따뜻한 연민의 마음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준다.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 하루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 찾은 좌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록 지금은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언젠가는 자신의 꿈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꿈을 찾는 작업을 멈추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결과물이다. 오늘을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을 든 것이다. 또한 평생 꿈만 쫓아다니고 이루지 못하더라고 꿈을 좇는 순간만큼 우리는 살아있고 행복할 수 있다. 꿈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