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328 – 20210330 16km
코스: 월드컵공원 – 한강변 – 메타세콰이어길 – 문화비축기지
평균 속도: 5km
누적거리: 3,54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에 병원에 들려 약을 받은 후 월드컵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좋다. 일기 예보에는 미세 먼지가 나쁘다고 했는데, 걸으며 하늘을 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북한산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심할 때와 비교하면 잘 보이는 편이다. 공원을 지나 한강변을 걷는데, 한강 물이 많이 불었다. 엊그제 내린 비 영향인지 강변 바로 옆에 설치된 데크길과 한강 수위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있다. 물결이 치면 데크길 중간 틈 사이로 강물이 튀어 올라온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월드컵공원에서 한강변으로 진입하는 고가도로 바닥을 수선하느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가 강한 햇살과 함께 더욱 선명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며칠 후면 꽃들은 시들어지거나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손녀를 어린이 집에서 픽업해서 딸아이 집으로 갔다. 아내는 먹거리를 준비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만들고, 나는 손녀와 놀고, 딸은 얼마 전 태어난 손자를 돌보고 있다. 집안은 엉망이다. 딸아이 혼자 갓난아이 돌보며 집안일까지 하는 모습이 버거워 보인다. 나와 아내가 함께 있어도 두 아이들 돌보고 음식 만들어 먹는 일 자체만으로 정신이 없어서 집안 정리를 하거나, 차 한잔 조용히 마실 여유조차 없다. 딸과 사위가 앞으로 두 아이 양육과 회사 일을 병행하며 힘들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그저 안쓰럽다. 물론 그런 일들이 모여 행복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모의 눈에는 딸이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인다. 그나마 아직 우리 부부가 자식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딸과 사위는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모의 눈에는 그런 모습조차 안쓰럽게 보인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한다. 부모로서 그들의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되고,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짐이 되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게다가 힘든 시기에 자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고, 손주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럼에도 때로는 함께 어울리고 때로는 따로 살면서도 자식과 부모의 삶은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자식들의 삶에 참견하거나 부모의 의견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자식들 역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지 부모에게 의지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존중하며 슬기롭게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젊은 한 쌍이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내리기 위해 일어서는데 남자아이가 어깨에 맨 가방 밑부분을 여자 아이가 살짝 들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자 친구의 짐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누군가의 짐을 나눠 들면 짐이 행복이 될 수 있다. 젊은 한 쌍의 모습을 보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아무리 가벼운 종이 한 장도 함께 들면 가벼워진다는 의미다. 부디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모든 짐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원한다. 나누기 위해서는 행동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야 한다. 남의 짐이 나의 짐이라는 생각과, 짐의 무게를 공감하며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나눌 수 있다.
최근에 화제가 된 치킨 집 사장 모습이 떠오른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돈이 없어서 치킨을 사 먹지 못하는 형제들에게 치킨을 대접하고, 동생 머리까지 미용실에서 다듬어주며 사랑을 베풀었던 치킨 집 사장. 그는 남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 고통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런 선한 영향력은 파급효과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듣고 선한 보답을 하고 있다. 주변 다른 상인들도 선한 행동에 동참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나눔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눔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이다.
살아가면서 나누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도움만 받거나 주기만 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눔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존중하며 짐을 함께 나누는 건강한 관계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것은 건강한 관계라고는 볼 수 없다. 주기만 하는데 익숙하거나, 받기만 하는데 익숙한 것은 마치 한쪽 날개를 잃고 날지 못하는 새와 같이 의존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는 데 익숙한 사람은 받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하고, 받는 데 익숙한 사람은 주기 위한 연습을 해야만 한다.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주고받음, 즉 나눔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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