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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95] 노의사 선생님의 교훈

by 걷고 2021. 3. 26.

날짜와 거리: 20210324 – 20210325  22km

코스: 불광천 – 한강변 – 노을공원 – 난지천 공원 – 문화 비축기지 외

평균 속도: 4.4km

누적거리: 3,50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빨리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천천히 꾸준히 가는 것이 좋을까? 마치 어릴 적 읽었던 ‘토끼와 거북이’의 얘기가 생각난다. 세상살이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가끔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에는 금수저가 생각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들기도 한다. 금수저는 금수저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고, 원망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쓴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애를 쓰며 살아간다. 비록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사치로 보이거나, 타고난 운이 나쁘게 보일지라도. 

 

오늘 조선일보에 ‘쩡야니의 길, 소랜스탐의 길’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6세부터 골프에 전념해서 19세에 첫 우승을 한 쩡야니는 골프 세계 랭킹 1위에서 975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반면 어린 시절 테니스와 축구, 스키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소렌스탐은 25세에 첫 우승을 했고, 38세에 은퇴하던 해에도 3승을 거뒀다고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쩡야니는 오직 어릴 적부터 골프에만 전념했고, 소레스탐은 다양한 운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고,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쩡야니는 오로지 한 길만 보고 앞으로 갔으며 일찍 성공을 맛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면, 소렌스탐은 다양한 길을 걸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이 기사를 읽은 후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50대 중반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상담심리를 공부했고 삼수 끝에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약 30년의 세월을 직장생활, 개인 사업,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쌓은 다양한 경력과 대인관계가 상담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상담센터에 쉽게 취업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젊고 오랜 기간 상담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업계 상황에서 상담 경력이 짧은 60대의 남성 상담사를 선호하는 곳은 없다. 

 

수많은 지원서와 도전을 했지만, 쉽게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상담봉사 활동을 하면서 경력을 쌓아나갔고, 그 경력이 바탕이 되어 서울 심리지원 서남센터와 근로복지공단 EAP 상담사로 지난 약 3년간 활동할 수 있었다. 매년 재계약을 맺는데, 금년에는 재계약 체결이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정부 유관 기관에 지원해서 면접을 봤는데, 다른 지원자들의 답변 능력이 나보다 월등했다. 모두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그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신이 초라해 보였고, 다시는 지원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스스로 초라해지기 싫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후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상담 센터에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간 배워온 상담은 포기할 것인가? 다행스럽게 5년 이상 사회단체 한 곳에서 상담봉사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어서 이 봉사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비록 나를 채용하는 센터가 없더라고 단 한 사람의 내담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상담 전공 공부는 꾸준히 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바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상담 공부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힘든 기간을 거쳐 취득한 자격증과 상담심리사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는 않다. 

 

며칠 전 SNS를 통해서 한 기업체에서 상담심리사 채용을 한다고 하며 통화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원 조건을 보니 상담심리사 1급이 필수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며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니 안타깝다고 얘기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예전에 지원했던 상담 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면접을 본다. 아마 위치가 먼 곳이기에 지원자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왕복 네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경기도의 상담 센터이다. 잠시 고민을 했다. 과연 면접을 보러 갈 것인가? 채용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채용이 된다면 단 한 사례밖에 없는 날에도 왕복 네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그간 1,000번 이상의 지원을 했고, 열 번 이내의 면접을 봤다. 면접 울렁증이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제 면접은 조금 편안하게 보려고 한다. 어차피 큰 기대를 않기에 떨어져도 상관없다. 

 

네 시간의 왕복시간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최근에 강원도까지 버스를 타고 주 1회 고립된 마을 주민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삶을 마감하실 때까지 하셨던 의사의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그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비록 왕복 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요로 하는 내담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기꺼이 가야 된다는 상담심리사의 길을 가르쳐 주셨다. 오늘 면접을 잘 보고 결과에 따라 수용하면 된다. 채용이 안 되어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된다면 그 의사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실하게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봉사활동이든 유료 상담이든 상담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이련 상황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남의 시선, 사회적인 판단과 평가는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거북이처럼 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기만 하면 된다. 오늘 하루를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고 유일한 삶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이 매일 상수리 열매를 100개 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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