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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92] 자극 vs. 반응

by 걷고 2021. 3. 21.

날짜와 거리: 20210318 - 20210321 29km  

코스: 난지천공원 – 노을공원 – 난지천 공원 – 문화 비축기지 외

평균 속도: 4.5km

누적거리: 3,47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어제는 반가운 손님을 두 팀이나 만났습니다. 처남 부부가 와서 외식을 했고, 저녁에는 오랜 선후배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처럼 사람들 만나기 힘든 시간에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것은 너무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대면 모임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상적인 만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면 모임은 가능해지겠지만, 삶의 방식이 이미 많이 변화된 느낌이 듭니다. 만나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상황들이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환경이 변화한 것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지만, 이제는 그 대책에 맞춰 다시 우리가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적응과 변화의 반복이 진화일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어제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일상의 루틴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어제 마신 한잔 술의 여파가 조금 남아있어서 소파에 앉아 멍청하게 TV만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몸이란 놈은 한번 편해지면 더 편해지려고만 합니다.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은 스스로 편한 것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구에 따르면 주인이 종의 명령에 따르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하루 이틀의 일상 변화로 몸은 편안함만 추구하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 그간 만들어 놓은 걷는 습관이 이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늘 하루에 걸은 거리가 약 14km 정도 됩니다. 일단 밖으로 나오면 몸은 또 금방 적응하면서 주인의 명령에 잘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에게 좀 더 걷자고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늘은 맑고 햇빛은 강하면서도 바람이 제법 부는 변덕스러운 날씨입니다. 소리를 내며 제법 큰 물결을 만들어내는 한강이 무섭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무의 줄기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한쪽으로 쏠리며 바람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늘은 높고 맑으며 구름은 태평하게 흘러갑니다. 개나리와 벚꽃이 제법 많이 피었습니다. 특히 노을공원 주변에 핀 꽃들은 길을 아름답게 장식해주었습니다. 노을공원에서 바라본 북한산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으로 봐서 오늘 미세먼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봄소식을 듣기 위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었고, 서너 명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줄고 있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평상시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어제 선후배와 저녁 식사를 하는데, 한 선배께서 ‘숨’ 얘기를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에 있는 아들이 전화를 하면 불안한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전화받기 전 숨을 크게 한 두 번 들이쉰 후에 전화를 받으니 편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내쉰 후에 한다고 합니다. 반갑고 좋은 소식입니다. 그 선배는 스스로 자동적 사고와 행동에 대한 통찰을 한 것입니다. 외부 자극을 받게 되면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늘 해오던 방식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동적 사고’라고 합니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바탕이 된 사고입니다. 

 

자동적 사고와 반응이 강화되면서 언행의 패턴이 되고, 굳어지면서 성격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숨 한번 들이쉬고 마시면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 간격을 만들게 되면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되고, 그중에 취사선택을 하면서 자동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또한 삶의 주도권을 과거로부터 지금의 자신으로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단 한 호흡을 통해서 과거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습관이 강화되면서 예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말하거나 생각하기 전에 3초만 생각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적 사고로 인한 자동적 태도를 일시 멈추게 되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호흡이 우리를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면서 현재의 자신과 환경을 맞이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 모두 말과 행동을 하기 전 호흡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연습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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