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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89]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by 걷고 2021. 3. 16.

날짜와 거리: 20210314 - 20210315  20km  

코스: 합정역 – 절두산 순교 성지 – 한강변 – 불광천  외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3,42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합정역 부근 식당에서 지인을 만났다. 사업을 할 때 만났던 고객사 임원인 지인과 지금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힘든 시기에 우리 회사를 믿어주어서 큰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 당시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늘 마음에 남아있던 지인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나누며 지난 얘기도 하고, 근황을 물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가움과 고마움, 그리고 힘든 시기를 묵묵히 살아가는 의연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럼에도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관계가 편안하다. 이제는 사람과의 만남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 든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특별히 좋거나 싫지 않고, 그냥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흐르며 변한 것이다. 이런 변화도 좋다. 사람에 대한 강한 애착이나 미운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다. 

5시에 만나 7시 조금 넘어 헤어졌다. 귀가 시 걸어올 생각으로 걷기 편한 복장으로 나갔다. 일상 속 걷기를 실천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이런 날이다. 술 한잔 했지만 가볍게 마셔서 걷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황사는 조금 물러나고 강 건너 빌딩 숲의 불빛이 제법 영롱하게 빛난다. 바람도 가끔 시원하게 불어오고,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강과 주변 경치를 보며 홀로 천천히 유유자적하게 걷는 기쁨도 크다. 유튜브 내용을 구상하기도 했고, 서울함 공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의 영상을 찬찬히 감상하기도 했다. 오늘따라 양화대교의 야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불광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와 인도 사이의 조명등이 마치 공항의 유도등을 연상시키며 여행을 자극하기도 한다. 집에 돌아오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이봉주 선수가 근육 긴장 이상증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근황을 촬영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허리가 휘고, 목을 똑바로 들지 못해 몸을 웅크리고 제대로 걷거나 뛰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늘 선한 인상에 많이 웃고 약간은 허당끼가 있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영웅이자 전설인 그의 모습을 보니 너무 가슴 아팠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투병생활했던 지난 1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통스러운 순간을 극복해 온 전설의 선수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 고통이 가늠되지 않는다. 

 

 고통 속에 재활 치료를 하면서도 노모를 걱정하고 아내와 가족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50대 남성이 지닌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 친구들, 사회 선후배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이 많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지 못해 손을 턱밑에 받치고 대화를 하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스틱을 잡거나 아내의 어깨에 기대어 힘들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팠다. 그가 TV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정확한 병명과 원인을 알고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고 하면서도 반드시 회복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를 보며 참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기에 국민 마라토너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뛸 수 없는 마라토너가 된 상황에서도 빨리 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회복의 의지를 지닌 그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다. 그에게 마라톤은 존재의 이유이자 그의 삶 자체일 것이다. 마라톤 없는 이봉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연락을 두절한 좌절의 순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반드시 회복되어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TV에서 그를 보며 코로나로 인해, 또는 각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포기할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분들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를 보며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아마 이봉주 선수도 처음에는 심한 좌절감으로 고통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인 마라토너의 삶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로 마음을 먹었고, 가족들의 격려 덕분에 힘을 내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고통 속에 힘든 나날을 버티는 분들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한발 한발씩 앞으로 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터널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무상(無常)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자연의 섭리다. 지금 주어진 상황도 반드시 변한다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오늘 하루 또 견디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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