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00] 친구

by 걷고 2021. 4. 5.

날짜와 거리: 20210404  12km

코스: 빨래골 – 북한산 둘레길 – 우이동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3,59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전날 내린 비로 숲이 살아나고 있다. 비바람으로 인해 떨어진 꽃잎들이 산길을 꽃 길로 만들어주었다. 숲은 더욱 상큼하고 생생한 활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런 상큼함에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처음에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걸으며 몸의 온기와 산속의 맑고 상큼한 기운이 조화를 이루며 기분은 더없이 상쾌해진다. 티끌 하나 없는 청명한 하늘이 우리의 마음을 청명하게 만들어준다. 하늘 아래 북한산 능선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자연의 맑은 얼굴을 오랜만에 보게 되니 마음이 설렌다. 청명함이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서울 둘레길을 걸었다. 어제 비가 내렸고, 오늘 오전에도 비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산 길에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런 조용함과 한적함이 걷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자연의 신록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진도 찍고 감상을 하며 잠시 쉬기도 한다. 나이 먹은 남성 세 명이 웃고 떠들고 사진 찍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생기를 가득 담은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어느 순간 웃음을 많이 잃어버렸고, 말도 줄어들고, 그저 덤덤하게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산 길을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고, 자연의 상큼함과 활기를 느끼며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산 길을 걸으며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북한산 계곡에 물이 흐르며 활기찬 물소리를 내고 있다. 전에는 이 길을 걸으며 삭막한 돌과 바위만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돌과 물이 함께 어울리며 춤추고 노래 부르고 있다. 물소리가 이렇게 고맙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이다. 오죽하면 흐르는 물과 물소리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아내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자연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고 있다. 그런 생기가 우리에게 활기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계곡에는 물이 흘러야 하고, 물이 넘거나 우회하는 바위와 돌이 있어야 하고, 작은 물고기들이 그 속에서 재잘거리며 놀아야 하고, 꽃과 나무들이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리며 놀아야 한다. 우리는 그런 자연을 느끼거나 누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서 함께 어울려야 한다.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보호를 해줘야만 한다.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또는 산 길을 걸으며 산 허리가 잘려나간 자리에 우뚝 솟아 있는 보기 흉한 건축물들을 보면 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결된 곳을 자르고, 그 위에 다리를 만들어 억지로 연결을 해 놓기도 한다. 다리를 부러뜨리고 깁스를 해준 꼴이다. 보존과 개발의 갈등을 해결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잘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개발을 막을 수는 없어도, 보존과 보호,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만 갖고 있어도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이동으로 하산 해서 친구들과 중국집에 들려서 간단하게 뒤풀이를 겸해서 식사를 했다. 술 한잔 나누며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즐거운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며,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고 즐겁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평상시에 언제든지 즐길 수 있었던 이런 자리가 이제는 매우 귀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친구들에게 먼저 만나자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일상이 그립고 고마운 것을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알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들에게 친구와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서로의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한다. 예전에는 서로 먹으라고 권했다면, 이제는 서로를 위해서 적게 마시라고 절제를 권한다. 주변에 함께 마실 친구들의 수가 줄어든 만큼 우리의 즐거움도 줄어든다.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면서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친구의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을 기원해줘야 한다. 마칠 때 다음 만날 날을 잡았다. 그만큼 헤어짐이 아쉽고, 만남이 그립다는 것이다. 헤어짐은 다음 만남을 위한 전주곡이다. 부디 이런 전주곡이 오랜 기간 이어지길 바란다. 친구들이여, 모두 건강 잘 지키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만나서 즐겁게 떠들고 웃고 살아가세.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