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오랜 기간 해왔다. 이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sns에는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나 자신을 가장 단순하게 잘 표현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 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보다 더 적합한 소개 문구가 없는 것 같다. 이 문구를 통해 자신의 할 일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기, 글쓰기, 상담심리사, 이 세 가지가 나를 대표하고 있는 또 나를 나타내는 활동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걷고 싶다. 걸으며 떠오른 생각이나, 책과 경험을 통한 생각을 걸으며 정리한 후 글로 남기고 있다. 걷기는 글과 연결되는 활동이다.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 상담심리사는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직업이다. 이 일 역시 걷기나 글쓰기처럼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세 가지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10여 년 하면서 함께 걷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혼자 걷는 즐거움도 있고, 함께 걷는 즐거움도 있다. 혼자 걸으며 성찰하고, 함께 걸으며 길동무들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나의 거울이 된다. 걷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거나 걷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도움을 줄 수 있다. 글을 써서 sns에 업로드하며 나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다. 가끔 나의 글을 보고 공감하거나 도움이 된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나고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심리상담은 나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좋은 방편이며 동시에 심신이 불편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 활동이 정리되었다. 이 세 가지가 나의 정체성이고 나 자신이다. ‘생각이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다. 즉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정의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이 된다. 따라서 나를 표현한 문장,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 문장 외에는 모두 사족이 될 뿐이다. 나를 표현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분야에서도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전문 여행가나 트레커도 아닐뿐더러 경험도 부족하다. 전문 작가가 아니고 그냥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상담심리사일 뿐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이 세 가지 활동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밥 먹고 잠자듯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근데, 반드시 전문가가 되어야만 할까?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안 될까?
목적 없이 하는 공부가 ‘참 공부’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많이 공감이 된 말이고 지금 나의 상황에서 큰 위로가 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딱히 어떤 목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주변에서는 돈도 안 되는 걷기와 글쓰기를 왜 하느냐며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편하게 놀며 지내면 되는데 왜 굳이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걷기를 하는데 목적이 있을까? 그냥 걷는 것이 좋아서 하고 있다. 글쓰기 역시 좋아서 하는 일이다. 출판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면 고맙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상담은 직업적 차원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이다. 노후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수입을 위해 무리한 상담을 할 생각은 없다. 또한 적극적인 홍보를 하며 내담자를 모을 생각도 없다. 인연이 닿은 내담자들이 오면 정성껏 상담하고 싶다. 그리고 내담자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튼튼해진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내담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세 가지 활동 모두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전문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또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의 정체성을 찾았고, 그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이미 충분하다. 가정과 사회와 나 자신이 통합된 삶을 평생 찾아왔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사회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왔다. 그리고 이제 평생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일거리, 할 거리, 즐길 거리를 찾았다. 찾았으니 그냥 그 일을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굳이 잘하려고, 전문가가 되려고,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듯 걷고, 글 쓰고, 심리상담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일’이나, ‘직업’이나, ‘할 일’이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나의 삶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 자신과 약속하고 싶은 일이 있다. 약속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의 꿈이기도 하다.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걷고 싶다. 총 4,500km에 달하는 장거리 여정이다. 한 달에 2박 3일간 외박을 아내에게 허락받았으니 매월 2박 3일씩 걸을 계획이다. 이미 두 번 다녀왔다. 2박 3일간 60km 정도 걸었다. 코리아 둘레길을 완보하려면 약 7, 8년 정도 걸릴 것이다. 네이버 밴드 페이지에서 ‘걷고의 걷기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 수가 2,500명이 조금 넘는다. 매월 공지를 올려서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다. 시작점까지 각자 찾아오고, 도착점에서 각자 헤어지면 된다. 숙소도 각자 예약하면 된다. 내가 할 일은 공지 올리고 참석자들과 함께 걷는 것이다. 코리아 둘레길은 네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남해안을 걷는 ‘남파랑길’, 서해안을 걷는 ‘서해랑길’, 동해안을 걷는 ‘해파랑길’, 그리고 동서를 잇는 ‘DMZ 평화의 길’이다. 이 길을 걸은 후 각각의 길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서 네 권의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
글을 꾸준히 쓰며 매년 책 한 권 발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출간해주지 않는다면 전자책으로 발간하고 싶다. 다만 자비 출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출판사에서 출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시장성이 없다는 의미다. 시장성 없는 책을 굳이 종이책으로 발간해서 아까운 종이를 낭비하고, 자연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을 사장시키고 싶지도 않다. 그런 면에서 전자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손주들이 내 책을 찾아 읽고, 단 한 문장만이라도 그들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고맙고 즐거울 것이다. 종이책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전자책은 언제든 찾아 읽을 수 있다. 종이책으로 출간했던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도 전자책으로 발간된 상태다. 최근에 출간한 ‘금융문맹탈출기’는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상담심리사로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은 떨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반적인 이해 능력과 상황에 관한 종합적 판단 능력을 오히려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 느낌이다. 이것도 관심 있는 특정 분야에 한한 일이다. 꾸준한 독서와 전문서적 공부를 통해서 전문가로서 또 상담심리사로서 성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이휘재 심리상담 센터’를 만들어 정비 중에 있다. 상담센터 오픈은 내년이나 후년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 이전에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 필요한 작업을 하고 싶다. 또한 상담, 걷기, 명상, 일상 경험 등 상담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책과 글을 꾸준히 올려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상담사로서 성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나의 일상이 된다.
예전에 어른들이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빗질하듯 나도 매일 걷기, 글쓰기, 독서와 공부를 하며 마음정원을 빗질하며 살고 싶다. 나의 정체성을 통해 내가 할 일을 정리해 보았고, 그 일은 이미 나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듯이,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일 자체가 나의 일상이 되고, 이 자체가 나 자신이 되어간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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