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상담받았던 내담자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지금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힘든 상황이 발생해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해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주로 대면 상담 위주로 상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담자의 상황이 다소 급박하게 보였다. 페이스톡으로 상담을 1회기 진행한 후 진행여부를 결정하자고 내담자가 먼저 제안했다. 합리적인 제안이다. 1회기를 진행했다. 페이스톡으로 상담을 진행했지만,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고 상담 진행에도 무리도 없었다. 내담자의 얼굴 표정도 잘 드러나서 대면 상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담자 역시 만족스러웠다고 느낀 것 같았다. 페이스톡으로 상담을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대면 상담 외 다른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던 기억을 돌이켜 본다. 코로나 기간 동안 센터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에 따라 화상 상담을 1년 이상 진행했다. 하지만 그 시스템 사용하는 방법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져서 어색함과 거부감이 있었다. 센터에서도 가능하면 화상 상담을 최소화하고 대면 상담이 가능한 시점이 오면 바로 대면 상담으로 전환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내담자와 이메일로 상담을 진행했던 경험도 있다. 시차로 인해 화상 상담 시간 약속을 잡기 어려워 내담자와 함께 생각해 낸 방식이다. 하지만 이메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었서 3회기 만에 상담을 종료했다. 자격증 취득 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문자 상담을 진행했다. 자판 속도를 따라잡거나 요즘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과 대화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무리였다. 내게 맞는 상담 방식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니 대부분 대면 상담을 개인 상담 위주로 진행해 왔다.
상담심리사 자격증 취득한 지 벌써 8년이 넘었다. 수련기간까지 포함한다면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서울 심리지원 센터에서 약 3년간 성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 EAP 소속으로 근로복지공단 내 상담사로 등록되어 약 3년 간 직장인 대상 상담을 진행했다.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에서 상담 봉사 활동을 7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주로 성인 위주로 직장인, 자영업 대표, 주부, 구직자, 은퇴 또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 왔다. 주호소 문제로는 대인관계, 직장문제, 가정문제, 정서문제, 인생관, 업무 스트레스, 우울과 불안, 은퇴 후 인생 2막에 대한 고민 등이었다.
한동안 상담사를 그만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사설 상담소에서 나이에 비해 상담경력이 짧은 남성 상담사를 굳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근무했던 센터에서도 서류 심사 통과를 하지 못했다. 나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상담사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하고 있던 중에 어빈 얄롬의 저서를 읽으며 상담사로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하게 되었다. 좀 더 전문적인 상담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나름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 내담자를 만나 상담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상담센터를 오픈할까 하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덜컥 센터를 오픈하게 될 경우 경제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오늘 페이스톡으로 상담을 진행하며 센터 오픈 전까지는, 언제 오픈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센터를 오픈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고 마음 편안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비록 페이스톡을 통한 상담이지만 직접 센터를 운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하면 된다. 명상과 걷기를 접목한 심신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실행할 단계가 온 것 같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시험 운영해 온 프로그램이다. 나 자신을 알리고,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 목적과 방법을 홍보하기 위해서 sns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상담, 걷기, 글쓰기, 명상이 나의 동반자이자, 할 일이고, 나눌 수 있는 일이다.
내일부터 약 일주일 간 남파랑길을 걷는다. 이 길을 걸으며 페이스톡으로 상담 진행하며 오픈 전 경험을 쌓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이다. 오늘 페이스톡으로 상담을 진행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시험 운영했던 프로그램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며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급히 결정할 일은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깊게 생각한 후 금년 내 페이스톡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오랜 기간 공부하고, 고민하고, 준비해 온 일을 서서히 시작할 때가 온 것 같다. 최근에 읽었던 어빈 얄롬의 책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많은 길을 걸으며 걷기와 긍정적인 마음근육의 상관성에 대한 경험을 직접 하고 있다. 명상을 통해 또 일상 속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에게 속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글을 쓰며 일상의 통찰을 정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상담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상담사로서 독립적으로 활동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센터에 소속된 상담사가 아니 ‘상담심리사 이휘재’로서 상담을 시작할 때가 온 것 같다. 내담자를 통해 배우고, 공부하며 배우고, 일상 속에서 공부하고, 삶 속에서 깨어있는 상담심리사가 되고 싶다.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상담 과정에서 실패나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하고 잘 알려진 상담전문가들도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꾸준히 공부하는 마음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이번 남파랑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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