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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둘레길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 싶은 이유

by 걷고 2023. 2. 20.

며칠 전 코리아 둘레길 사무국에 지도 신청을 했고, 오늘 지도를 받았다. 설렌다. 아직 경기 둘레길도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 벌써 마음은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 있다. 주변에서 경기 둘레길을 걸은 후에는 어디를 걸을 계획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쉬고 싶고,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는 코리아 둘레길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산티아고 포르투갈 루트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오히려 코리아 둘레길에 더 마음이 끌린다. 장기간 외국에 나가 집을 비우는 것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아내가 제일 신경 쓰인다. 포르투갈의 기온이 매우 높아 과연 고온을 견디며 걸을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도 있다. 작년 여름부터 무더운 날씨에 서너 시간 이상 걸으면 양말이 닿는 발목 주변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했다. 며칠 쉬면 가라앉아서 다시 걷곤 했는데, 산티아고 길은 매일 30km 이상 걸어야 한다. 만약 발진이 진정되지 않고 심해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여러 핑곗거리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그다지 마음이 많이 끌리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2017년도에 산티아고 순례를 할 때는 별 준비 없이 무조건 달려가서 걸었다. 갈 수 없는 어떤 핑계나 이유가 들어올 틈이 조금도 없었다. 그만큼 그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그 간절함 덕분에 무난하게 완주할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포르투갈 루트를 가고 싶은 간절함이나 갈증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지도를 받자마자 펼쳐보며 걸어야 할 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다. 걷기 어플이나 둘레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종이 지도가 전 구간의 코스 전체를 보기 편하고 눈에 쉽게 들어온다. 코리아 둘레길은 네 개의 구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해파랑길은 동해안과 관동팔경을 두루 보며 걷는 아름다운 해변길이다. 750km, 50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코리아 둘레길 중 가장 먼저 개통된 구간으로 2016년 5월에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남파랑길은 한려수도와 다도해 등 남해안을 따라 걷는 길로 1,470km, 90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2020년 10월에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서해랑길은 서해 바닷길을 따라 조성된 1,800km, 109개 코스로 2020년 6월에 개통되었다. DMZ 평화의 길은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동서를 잇는 길로 지금 조성 중에 있고, 금년 내에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네 구간 전체를 코리아 둘레길이라고 하고, 전 구간의 거리는 4,500km에 달한다.      

 

욕심내지 않고 여유롭고 즐겁게 걷는다면 약 3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매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으면 매월 약 150km 이상 걸을 수 있다. 30개월이면 모두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기상 조건으로 인해 걷기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6개월 정도의 여유 기간을 두고 걷는다고 해도 3년이면 마칠 수 있는 거리다.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이 아니고 국내를 걸으니 아내 허락을 받기도 쉬울 것이다. 또한 집안에 무슨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귀가할 수도 있고, 건강 상태가 좋이 않으면 언제든 걷기를 멈추고 집에서 회복한 후 다시 걸을 수 있다. 요즘 걷고 있는 경기 둘레길은 작년 5월에 시작해서 매월 서너 번씩 토요일에 걷고 있다.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즐겁게 걷고 있다. 전체 구간이 860km로 긴 코스여서 금년 7월 정도면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완주하는데 1년 3개월 이상 걸린다. 꾸준히 매월 걸으며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 먼 길을 걷는데 길동무들이 도움이 매우 컸다. 혼자 시작했다면 벌써 중간에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가 코스 시작점까지 가고, 마친 후 돌아오는 교통편이다. 아직 경기둘레길은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 길동무들과 함께 걷기에 미니버스를 이용하며 걷고 있다. 그 덕분에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일단 시작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꾸준히 하는 것,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제법 몸에 배어있다. 예전에는 중도포기를 너무 자주 쉽게 했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좋은 습관이 한 가지 생긴 것이다. 꾸준히 하는 습관이 지금은 나를 지켜주고 성장시켜주고 있다. 경기 둘레길을 마친 후 한 두 달 정도 쉰 후에 가을부터 코리아 둘레길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지점까지의 거리가 멀기에 한번 내려가서는 최소한 일주일 정도 걷고 돌아와야 이 길을 마칠 수 있다. 혼자 가는 것이 좋을지 경기 둘레길처럼 길동무들과 함께 걷는 것이 좋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두 가지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경기 둘레길 마친 후 길동무들과 한번 상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난번에 쓴 글 ‘코리아 둘레길’을 읽고 지인이 걷는 길과 모습을 담아서 유튜브로 업로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근데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은 아이디어 같다. 다만 문제는 기계치인 내가 혼자 하기에는 무리다. 걸으며 동영상도 찍고, 편집한 후 업로드 하는 것을 혼자 하기는 어렵다. 또 유튜브 찍는 것이 주가 된다면 길을 걷는 재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 5년 전 산티아고 갈 때도 지인이 간단한 장비를 구입해서 보내주었다. 걸으며 동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리라는 고마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장비를 들고 가지 않았다. 걷기에 집중하고 싶어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기계치라서 기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였다. 코리아 둘레길은 우리나라를 홍보하는데 매우 좋은 테마이다. 그 길을 걸으며 구석구석 찍어 영상자료로 남긴다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는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누군가가 아니면 어떤 조직에서 촬영 후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 시도하지는 않고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고 있다. 코리아 둘레길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코리아 둘레길 걷는 기획안을 만들어서 한국관광공사나 유튜브 전문회사, 또는 길이나 여행에 관심 있는 조직이나 단체에 제출하고 기회가 되면 만나서 협의를 하는 방법이다. 나는 3년 내에 이 길을 모두 걷는데 집중하고,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는 영상을 촬영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서로 의견만 잘 맞는다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무튼 일단 시도해 보는 것 자체는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기획안을 여러 곳에 뿌렸는데 아무런 답이 없다면 원래 생각대로 혼자 걸으면 된다. 굳이 너무 애타게 조직이나 단체에 쫓아다닐 필요까지는 없다. 이 길을 마친 후에는 ‘코리아 둘레길’이라는 책을 한두 권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코리아 둘레길’을 완주한 후 쓴 책은 없다. 출판사와 협의해 보는 것도 나쁜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는 사진을 찍고 나는 글을 써서 책을 발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전자책으로 발간해서 코스별 사진이나 영상을 함께 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일단 시도는 해 볼 가치가 있다.      

 

경기둘레길을 모두 마친 후에 ‘경기둘레길’ 책을 발간할 생각이다. 매주 걸은 후 후기를 쓰고 있다. 완주 후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발간하게 된다면, 이 책이 ‘코리아 둘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리아 둘레길까지 완주한다면 길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걷고의 걷기 학교’를 운영한다면 인지도도 있고, 책 발간이 신뢰를 주어서 참석자를 모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나의 평생 할 일이자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리고 그 버팀목이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서 심신의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보람이고 즐거움이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면 안 된다. 내가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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