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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둘레길

코리아 둘레길

by 걷고 2023. 2. 17.

저녁 시간에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몽촌토성 산책로를 걸었다. 약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산책로는 공원보다 조금 높은 곳에 조성되어 있어서 넓게 펼쳐진 공원을 두루 살피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눈 내린 다음 날 이 산책로를 따라 걷는 재미도 좋을 것 같고, 이슬비 내리는 아침에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매우 운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시야가 탁 트여 기분이 상쾌해진다. 공원에 설치된 조각품이나 조형물을 보는 재미도 공원을 걷는 재미 중 하나이다. 비록 그 조각품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또 작가는 어떤 의도로 그 작품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혼자 상상의 날개를 펴며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공원을 걷는 재미 중 하나이다.

 

걷기는 단순히 몸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걸으며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살필 수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는 길 위의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길동무들과 함께 걸으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고, 침묵 속에서 걸으며 자신을 성찰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덕분에 일단 걷기 재미에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그리고 계속 걷기 위해 여러 길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계획을 잡아 보기도 한다. 굳이 걷기에 좋은 길이나, 유명 산책로를 걸을 필요 없이 주변의 풍경을 살피며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병 들고나가서 하루 종일 마을 구석구석을 걸으며 풍경과 사람과 계절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제 길을 걸으며 다른 길을 걷는 상상을 하며 걸었다. 늘 마음속에 남아있던 코리아둘레길이다. 굳이 이 길을 꼭 걸어야 하는 이유도 없고, 누가 걸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걷는다고 뭔가 바뀌는 것이 없는데도, 이 길은 걸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왜 걸어야만 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도 걷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냥 걷고 싶어서 걷는다. 아직도 걷는 것에 허기가 남아 있어서일까? 아무튼 이 길을 언젠가는 모두 걷고 싶다. 총 거리 4,500km에 달하는 장거리로 오랜 기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이다. 3년을 예상하면 매년 1,500km를 걸어야 하고, 매월 125km를 걸어야 한다. 매월 일주일 정도씩 이어 걷는다면 3년 내에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물론 태풍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기간을 제외하면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벌써 설렌다. 혼자 걸을까? 아니면 지금 경기 둘레길을 걷는 것처럼 길동무들과 함께 걸을까 고민 중이다. 금년 7월경이면 경기 둘레길을 모두 완주하게 된다. 한 달 정도 쉬는 시간을 갖고 나서 9월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혼자 걷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마주치는 모든 상황을 혼자 극복해 가며 걸어야 한다. 대신 그만큼 자유롭게 걸으며 먹고, 자고, 쉬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코리아둘레길 사무실에 연락해서 종이로 된 지도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코리아 둘레길은 걷기 어플을 이용해서 지도를 다운로드하거나 따라가기를 할 수 있다. 설사 길을 놓쳐도 방향만 잡고 가면 된다. 길 찾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방향만 보고, 또 마을 이름을 보고 물어 찾아가면 된다. 걷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 적당한 숙소를 찾아 쉬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내 의지로 과연 이 긴   코스를 모두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 이 의심을 물리치기 위해 혼자 걷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의 의심을 허물기 위해 스스로를 길 위에 던지는 것이다.

 

길동무들과 함께 걸으면 마칠 수는 있다. 길 안내자로서의 책임감이 완주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만 먹고, 자고, 쉬고 하는 일이 혼자 걷는 것처럼 자유롭지는 않다. 또한 길동무들로 인한 또는 길동무들 간의 여러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함께 걸으려면 장기 프로젝트를 함께 할 길동무들과 규칙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길동무에 대한 비난이나 험담하지 않기, 불편한 상황을 묵묵히 견디거나 조용히 사라지기, 오전 한 시간 침묵 걷기 진행, 다양한 상황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겠지만, 결정은 리더가 하고 길동무들은 리더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기 등등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코리아 둘레길을 진행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길을 완주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정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완주할 것이다. 시간을 갖고 가까운 길동무들과 상의도 해 보고, 나 자신과 대화도 해보며 천천히 결정해도 된다. 장기 프로젝트를 생각하다 보니 비용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걷기 위해서 매월 약 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 외에 일상생활 속에서도 매월 최소한 3,40만 원 정도의 용돈이 필요하다. 나이 많은 백수가 자신의 취미생활과 용돈으로 매월 약 100만 원 이상을 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내 보기도 미안하고,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현재 지자체 채용 면접관으로 월 2, 3회 정도 나가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입을 착실하게 저축하는 것이 첫 번째 현실적인 대책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금년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발간을 위해 글을 써 놓은 것이 있다. 발간을 미루고 있는데,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원고를 보내면 전차책을 만들어서 인터넷 서점에 배포하는 플랫폼이 있다. 종이서적보다 인세도 좀 더 많이 받고, 책 발간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준비한 원고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원고를 정리하면 책 서너 권은 나올 수 있다. 물론 출판사를 통해서 발간하는 책보다는 책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생각이다. 출간 기획서를 작성해서 출판사 문도 계속해서 두드릴 것이다. 책 발간이 두 번째 실용적인 대책이다.

 

약 2년 전부터 재테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재테크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제신문을 구독해서 경제에 관한 기초 체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재테크를 꾸준히 장기간 한다면 약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세 번째 실현 가능한 대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낭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씀씀이를 검토하며 절약하는 방법이 있다. 들어오는 돈을 잘 관리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모으면 코리아 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는 정도의 비용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좋은 취미와 동반자가 생겼다. 걷기와 글쓰기다. 이 두 가지는 심신 건강을 지키는데 최적의 조합이다. 길을 걸을 생각 하니 마음이 설레고, 비용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후기를 작성해서 책으로 발간할 생각을 하니 이 또한 큰 즐거움이다. 나이 들어서 돈에 무관심한 척하지 말고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고 경제에 관한 관심도 갖는 것도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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