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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05] 나는 ( )이다

by 걷고 2021. 4. 17.

날짜와 거리: 20210414 – 20210416  24km  

코스: 안산 자락길 외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3,67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요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가끔 보게 된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사는 얘기가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그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힘든 시간들을 잘 극복해 낸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왔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유명인이 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포지셔닝을 아직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가 나왔다. 브런치 무비 패스로 활동하면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이동진 씨가 나와서 약 두 시간 정도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두 시간은 영화에 대한 얘기를 모두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4 용지 열 장 넘게 정리해 온 내용을 보면서 설명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객관적인 논평을 하기 위해 영화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낸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 전문가로 사느냐, 아니면 편안한 친구로 사느냐라는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서재에는 2만 여권의 책과 DVD, 그리고 많은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개인 작업실이라기보다는 전문 도서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 속에서 고독하게 자신의 전문성을 키위고 지키기 위한 노력을 오랜 기간 해 왔던 것이다. 

 

전문가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로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평생 노력하고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세월을 살다 보면 그 일이 자신이 된다. ‘일’과 ‘일을 하는 사람’이 분리된 두 개의 존재가 아니고 하나가 되어간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국민 MC 유재석’, ‘축구 선수 박지성’ 등은 간단없는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박지성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축구 선수 박지성’이 된 것이다. ‘나는 축구 선수이다’에서 ‘축구 선수인 나’가 된다. ‘나는 (     )이다’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목표이고, ‘(     ) 나’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부르는 대명사이다. 자신이 만든 꿈(희망, 소망, 목표)을 이루고 나면, 꿈이 그가 된다. 

과연 ‘나는 (          )’이라 라는 괄호에 채울 수 있는 한 단어가 있을까? 나 자신과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예전 TV 프로그램 중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프로그램 제목은 꽤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모든 가수들이 자신을 가수라고 부르고 싶고, 그것이 꿈이자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가수 (       )’를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대중의 인기를 일시적으로 받고 스타가 되는 사람들도 많지만, 10년, 20년 후에도 대중들이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제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를 보면서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국민 MC 유재석에게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재석 씨가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이 도둑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에 비해 많은 결과를 기대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자신과 세상에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 도독 놈이다. 자신의 것 외의 것을 취하려는 생각 자체는 이미 도둑놈 심보이다. 

 

과연 ‘나는 (      )일까?’ 요즘은 나 자신을 소개할 때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 이휘재입니다.’라고 한다. ‘산악인 엄홍길’도 아니고 ‘작가 박완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상담전문가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인들 몇 명뿐이다. 정체불명의 한 사람일 뿐이다. 이름을 알리고 명예를 얻고 싶은 것은 언감생심이다. 각 분야의 최고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남보다 열심히 하며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다 보니 저절로 어느 순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과정이 잘 다져지면 저절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과정 없이 정상을 꿈만 꾸는 사람들은 절대로 정상을 밟아볼 수가 없다. ‘나는 (        )이다.’를 알기 위해 또 찾기 위해 단지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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