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417 13km
코스: 북한산 우이역 – 창포원 외
평균 속도: 3.8km
누적거리: 3,68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걷기 동호회에서 2020년 5월 23일에 서울 둘레길 길 안내를 시작했다. 총 거리 157km를 15회로 나눠서 함께 걸었다. 2021년 4월 17일에 막을 내렸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걸었고, 코로나 여파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고, 장마로 인해 서울 둘레길 대신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4인 이상 모임 금지로 인해 네 명이 걸었다. 함께 걷고 싶은 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분들이 동참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울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 그중 서울 둘레길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구간을 걸어도 운동도 제법 되고, 산 주변길로 조성되어 있어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를 대부분 지하철역으로 정할 수 있어서 근접성이 편안하다. 주변에는 식당들이 많이 있어서 필요시 간단한 뒤풀이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번 걸어봤기에 길을 조금이나마 익힐 수 있어서 안내를 자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워낙 길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서 누군가에게 길 안내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먼저 길을 걸으며 몸으로 익힌 후 안내를 한다. 다른 안내자들은 지도를 잘 볼 수 있고, 없던 길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하는데, 그런 분들의 능력이 내게는 초능력으로 느껴지며 부럽기도 하다. 서울 둘레길도 혼자 완주를 한 후에, 동호회에서 길 안내 하기 1, 2주 전에 혼자 다시 걸었다. 혹시나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 걱정이 되어서 하게 되었다. 혼자 걷다가 길을 놓치는 것은 상관없는데, 길 안내자로 길을 잃어버리면 참석자들에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가끔 길을 놓치기도 한다. 길 눈이 어두우면서 동시에 아둔해서 금방 잊어버린다. 함께 걸었던 참석자 분들 덕분에 길을 놓쳐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걸을 수 있었다. 아무 사고 없이 잘 마치게 되어 다행스럽고 고맙다. 길 안내를 자처한 덕분에 한 번의 길 안내를 포함해서 서울 둘레길을 총 세 번 걸은 꼴이다. 물론 일부 구간은 혼자 걷지 못한 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다음번에는 이 길을 반대 방향으로 다시 걸을 계획이다. 창포원에서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돌았지만, 다음번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을 계획이다. 같은 길도 거꾸로 가면 길이 다르게 보인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함께 걷는 길동무들에 따라,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른 길이 된다. 같은 서울 둘레길이지만 거꾸로 돌게 되면 전혀 새로운 길이 된다. 같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월 2회 주말에 걸으면 5월부터 시작해서 12월쯤 마칠 수 있게 된다. 사계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4인 이상 모임 금지가 빨리 해제되고, 코로나 백신을 모두 접종해서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걷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연말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하다.
서울 둘레길은 계속해서 순방향, 역방향으로 걸을 생각이다. 코스 근접성, 경관, 운동 등 걷기에 이만한 코스도 없을 것이다. 기간이 7개월 정도 걸리기에 참석자들도 계속 바뀔 것이다. 길 안내자는 변하지 않더라도 참석자는 매번 바뀔 것이다. 신규 회원들이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고, 기존 회원들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걷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누가 참석하든 또 참석자 인원과 상관없이 이 길은 계속 반복해서 걷고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힘든 코스를 점점 기피하려는 개인적인 성향을 잘 알고 있어서, 점점 쉽고 편안한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자신에게 억지로라도 시련을 주며 게으른 마음을 경책 하고 싶다.
길 안내는 참석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위해 걷는 것이다. 오히려 참석자들이 길 안내자에게 격려와 도움을 주며 함께 걷는 고마운 분들이다. 혼자 걷는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하는 분들이 있어서 길 안내를 하면 신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즐겁게 걸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덕분에 게으른 몸과 마음에 활기를 넣어줄 수 있게 된다. 많은 분들과 서울 둘레길을 반복해서 걸으며 좋은 추억도 쌓고, 심신의 건강도 챙기고, 쉬운 길만 가고자 하는 마음도 다잡고, 길동무들과 좋은 우정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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