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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04] 어떤 만남

by 걷고 2021. 4. 14.

날짜와 거리: 20210413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3,67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걷고의 걷기 일기’를 보고 한 분이 연락을 해서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하며 한번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잠시 고민했다.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왜 만나자고 할까? 내가 쓴 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데 또 굳이 마다할 필요도 없다. 나도 가끔 책을 읽은 후 저자에게 연락을 취해 만났던 적이 있다. 대부분 저자에 대한 상상과 만난 후의 느낌은 달랐던 것 같다. 어쩌면 저자는 나와는 다른 어떤 사람일 거라는 기대를 해서 그런지, 막상 만나고 나오면 덤덤했다. 저자도 그냥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먹고 자고 울고 웃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저자의 글 덕분에 배울 수 있고, 삶의 방향을 찾게 되고,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어제 상담 센터에서 그분을 만났다. 상황을 들어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직장 생활을 했고, 사업을 운영해왔고, 사업 상 문제가 있어서 지금은 사업을 정리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지쳐있지만, 가장의 역할은 포기할 수 없기에 다시 힘을 내려고 애쓰고 있다. 힘든 시간을 잘 버티고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준 부인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는 자신이 부인을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바르게 성장해서 잘 지내고 있다. 가장으로서 그간의 힘든 상황을 가족들에게 얘기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 내어 가족들의 이해를 구했고, 가족들 모두 같이 이겨내자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소중한 가족과 가정 덕분에 견뎌낼 수 있었다. 그분의 노력과 용기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나도 그런 시간을 보냈고,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가끔은 불안이 몰려오기도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 없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둔감하거나 아니면 초탈한 사람이면 모를까, 대부분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다만, 불안이 자신은 억압할 정도로 강한가, 아니면 자신이 불안을 안고 살아갈 정도로 힘이 있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세월을 겪어내며 점점 더 단단해지고 웬만한 삶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설사 다른 큰 파도가 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파도와 함께 놀이판을 만들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된다. 불안은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불안이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은 공상이나 망상에 불과하다. 불안은 삶 속에 늘 존재한다. 1초 이후의 삶을 모르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것이 오히려 이상할 따름이다. 불안은 삶의 한 단면이다. 우리의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은 불안을, 다른 한쪽은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50대 중반 이후의 삶은 가장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 직장이나 조직에서 물러날 시기가 된다. 평생 해 온 업무 외에 다른 일은 해 본 적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조직은 조직의 사활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잔인한 것 같다. 조직원들을 조직 내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충실한 조직원이 되게끔 교육시키고 만들어 간다. 조직의 톱니바퀴로 충실하게 활동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며 더욱 조직에 충성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단 그 조직을 떠나면 조직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은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활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직을 떠나면 앞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조직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꾸준히 추구하며 조직생활과 개인생활을 잘 조화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조직과 자신의 삶에 대한 갈등과 마찰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높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몸 담았던 조직에서 나올 시기가 온다.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더라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생각을 미리 해 둔다면 충격은 조금 약해질 수 있다. 

그분과 한 시간 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비록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존재감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여기에 충실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일 10km 정도 걸으며 심신의 건강도 다지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일어서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지닌 분이다. 그분의 그런 강한 멘털과 실행력이 놀라울 뿐이다. 걷기 명상법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해드렸다. 또한 명상은 기초가 중요하니 명상 센터에서 집중 수행을 하며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며 명상 센터 두 곳을 추천했다. 그분 스스로 명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추천했던 것이다.

 

인생의 과도기를 잘 보내면 인생 후반은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 이 과도기는 마치 사춘기처럼 우리 모두 맞이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죽음도 삶의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생 전반은 가족의 기대, 자신의 정체성, 주변의 시선, 책임과 의무로 이루어진 삶이라면, 인생 후반기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잊고 산다. 인생 후반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찾는 과정이 인생 후반 전체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원하는 삶을 찾는 즐거움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자신의 꿈을 찾았다면 이 또한 매우 좋은 일이다.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면 되니까. 꿈을 모두 이루지 못해도 이룬 만큼 행복할 수 있고, 이루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할 일은 저절로 알게 된다. 그분의 인생 후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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