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걷고의 걷기 학교’가 개교했다. 개교 첫 프로그램으로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진행했다. 세 명의 참석자와 함께 걸으며 1회 차 걷기를 마쳤다. 참석자들은 예전에 다녔던 걷기 동호회 회원들로 모두 걷기 달인들이다. 오랜만에 길동무들과 함께 걸으니 즐거움이 크다. 참석해 준 길동무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길에서 만난 인연이 이렇게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정성을 쏟을 필요성을 느낀다. 과연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에 관한 고민을 잠시 해 본다. 그다지 정이 많거나 친절하거나 살가운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까다롭고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걷기 학교를 통해 이기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 걷기를 30분간 두 번 실시했다.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과 청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침묵을 잘 유지하고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 모습이 다소 엄숙하게 보인다. 한 사람은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크하르트 톨레 지음)에는 ‘머릿속 목소리’라는 문구가 나온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의미다. 참다운 침묵은 단순히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머릿속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침묵 속에서 걸으며 발의 감각과 청각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머릿속 목소리’를 지우기 위한 방편이다. 다른 친구는 발을 보호해 주는 보호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무생물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마음은 모든 존재에 대한 감사함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친구는 미끄러운 얼음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객관화시킨 멋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처음 체험해 본 두 번의 침묵 걷기지만 이를 통해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한 가지 이상씩 체득할 수 있어서 좋다.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은 전체 시간의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침묵이 어떤 것인지, 또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피드백 공유에 감사를 표한다. 우리가 침묵 속에 있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될까? 아마 채 10분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또는 자신 스스로 자신을 침묵 속에 머물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침묵 속 마음챙김 걷기를 하는 이 시간만큼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위한 참다운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의 분리를 통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걷기를 통해 걷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고, 침묵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다. 감각을 통해 ‘머릿속 목소리’를 재울 수 있다. 침묵 속 마음챙김 걷기는 어떤 면에서 참다운 휴식의 시간이 됨과 동시에 ‘참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처음 실시한 프로그램이어서 다소 엉성하기도 하고 아직 프로그램이 구조화되지는 않았다. 당분간 두 번의 침묵 걷기와 감각을 느끼며 걷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걷기 마친 후에 가볍게 느낌 나누는 시간 정도 갖고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걸을 생각이다. 걷기 마치고 돌아오면서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침묵을 해야 하며,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지? 마음챙김이란 무엇이고, 감각에 집중하는 것의 필요성은 무엇인지? 명상은 무엇이고 걷기 명상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자료를 준비해서 참석자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마음챙김 걷기란?’이라는 주제로 교육 자료를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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