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남 환갑연에 다녀왔다. 내가 결혼할 때 처남은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의젓한 사업가로 활동하며 운영을 잘하고 있다. 큰 처남은 오래전에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작은 처남이 장남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음이 여유롭고 착한 친구다.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는 따뜻한 친구다. 그 친구가 벌써 만 60세가 되어 환갑이 되었다. 세월은 참 빨리 흘러간다. 젊었을 때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면서 둘이 술 마시러 여기저기 많이 다니기도 했고, 서로 집을 오가며 술 마신 후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뜻이 잘 맞는 고마운 친구다. 내가 사업을 그만둔 후부터는 집안 식사 모임 때는 늘 처남이 식대를 지불한다. 언젠가부터 맏사위인 나의 존재감은 사라져 갔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친구다.
얼마 전 장모님 생신 모임 때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 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후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장모님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이다. 어제도 처남 환갑 모임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렸다. 추억을 남기기 싶어서이다. 내 환갑 때는 가족들 모두 제주도로 놀러 갔다.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냉장고에 붙어 있는데, 그 사진 속 온 가족의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젊다. 매일매일 변하는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없지만, 사진을 통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 사진을 보며 제주도의 추억이 떠오르듯, 오늘 올린 동영상을 보며 언젠가는 오늘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약 2년 전부터 일주일에 사나흘 간 아내와 함께 딸네 머물고 있다. 둘째 손자가 발달지연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사위와 딸은 손자가 정상 발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클리닉에 다니며 아이의 발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는 집안 살림을 도와주고 있고, 나는 클리닉 전용 기사 역할을 한다. 다행스럽게 손자는 최근에 들어서 한 두 단어씩 뱉어내기 시작했고, 그 단어를 들으며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적을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뱉어내는 ‘엄마’라는 단어는 기적의 단어다.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 가족의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딸네 같이 머물며 즐거울 때고 있지만 불편할 때도 있다. 아내는 목요일 밤이나 금요일 아침에 우리 집에 돌아오면 힘들어서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할 일을 하고 난 후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오히려 나는 개인적인 모임이나 업무상 모임이 있어서 하루 이틀 정도는 밖에서 일을 본 후에 집에 돌아와 혼자 쉬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아내는 그런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아내가 기침감기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한 지 벌써 2주 이상이 되었는데 여전히 기침을 하고 있다. 병원에 들러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고 있는데 기침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아내가 감기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딸 부부가 미워진다. 며칠 전 딸에게 엄마가 힘들어하니 다음 주에는 집에서 쉬라고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엄마의 상황을 보고 먼저 쉬라는 얘기조차 하지 않는 딸이 미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괜한 얘기를 한 것이 아닌가라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아내는 우리가 가야 딸네 가족이 그나마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감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아내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딸네서 하는 아내의 행동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아내의 행동은 언제 어디서나 늘 한결같다. 딸에게 한 마디 하고, 아내의 말을 들으며 두 사람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괜한 얘기를 한 거 같다. 우리가 딸네 머물면서 몸은 힘들 수는 있지만, 덕분에 손자, 손녀와 함께 정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큰 축복이다. 두 아이들은 먼저 장난도 걸어오고 우리와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다.
어제 처남 환갑연에 손자와 손녀도 함께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큰 손녀는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공연한 노래를 불러서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고, 우리는 아이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을 느꼈다. 손자를 안고 주변 꽃구경을 시켜준 후 잠시 내려놓았는데,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안아줘’라는 말을 한다. 처음 듣는 정확한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이상한 발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아이를 힘껏 안으며 뭐라고 얘기했는지 다시 해 보라고 했다. 이번에도 같은 말을 했지만, 바로 직전보다는 발음이 명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귀에는 ‘안아줘’라고 들렸다. 그리고 이제는 단어를 하나하나 발음하기 시작했고, 그 기적을 우리 가족은 함께 누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온 가족이 딸네 부부에게 수고 많았다는 칭찬과 격려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의 중요성을 느낀다.
돌아오는 길에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늘 가족 모임이 내게는 불편했다.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나의 가족이 아닌 우리 부모님과 함께 한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부모님이나 누이와 형이 나를 힘들게 한 적도 없는데, 괜히 불편했고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늘 혼자였다. 그리고 나의 가정을 이루고 딸네와 지내며 빨리 이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홀로 지내고 싶었다. 가장의 무게를 견디기가 힘들었던 거 같다. 가족 때문에 행복하지만, 동시에 가족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지금에서야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큰 변화다. 적어도 내게는 무척 큰 변화다. 가족 모임을 거부하지 않고, 가족 모임이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내게는 기적이다.
어제 처남 환갑 모임에 장모님, 처남 부부와 아들 부부, 우리 부부, 딸과 사위, 손녀와 손자, 큰 처남댁 모두 12명이 모였다. 큰 처남만 캐나다에 있어서 동참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얼마 전 장모님 생신 때도 12명이 모여서 즐겁게 식사를 했고, 어제 처남 환갑에도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번 사진을 찍어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가족 단톡방에 올리고 있다.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이고, 장모님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대학생 처남이 사업가로 성공해서 환갑을 맞이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와 조카도 모두 결혼해서 각자의 가정을 이루었고, 손자와 손녀도 태어났다. 장모님은 증조모가 되셨다. 그 사이 나도 많이 변했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며 외롭게 살아왔는데, 이제야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외로움 때문에 힘든 일을 없을 것 같다. 고맙고 다행스럽다. 손자의 정상 발달을 기원한다. 장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처남의 환갑을 축하한다.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원한다. 나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긴 세월 살아오느라 수고 많았다. 이제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세월 편안하게 살아라. 하고 싶은 일 하며, 주변도 돌보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도 전하며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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