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구상해 온 일이 있다. 걷기를 이용한 심신건강 프로그램이다. 약 12년간 걷기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또 혼자 걸으며 걷기와 명상, 상담심리를 어떻게 접목시키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걷기 동호회와 다른 단체에서 시도도 해 봤고, 혼자 걸으며 직접 시도해 보기도 했다. 네이버 밴드 페이지 이름을 ‘걷고의 걷기 학교’로 정한 이유도 언젠가는 시작할 프로젝트를 진행할 모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걷기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입을 올리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이 개입되니 프로그램 운영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돈을 받고 진행할 만한 프로그램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결국 수입은 무시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간 살아오면서 참다운 봉사를 한 적이 없고, 누군가를 위해 순수한 노력을 한 기억도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신이 무척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기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수입과는 상관없이 자신과 누군가를 위한 순수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그램 제목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심신치유프로그램, WMC 8 (Walking, Meditation, Counseling 8주), 걷기 명상, 침묵 걷기, 알아차리며 걷기 등 다양한 제목을 갖고 고민도 했었다. 최근에 한 불교 잡지사에서 ‘마음챙김하며 걷자’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의뢰해서 글을 써서 보냈다. 그때 제목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마음챙김 걷기’가 내가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과 가장 일치하는 제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종적으로 정한 제목은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다.
걷는 코스는 어디가 좋은가에 대한 고민도 했었다. 몇 시간 정도 걷고 무슨 요일에 진행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이다. 코스는 접근성이 좋고 내가 잘 아는 ‘서울 둘레길’로 정했다. 지금까지 네 번 이상 걸었고, 그중 두 번은 길 안내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서울 둘레길은 접근성도 좋고, 길을 잘 숙지하고 있고, 운동하기에 안전하고,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걷기 동호회에서 두 번 길 안내자로 활동하며 총 157km에 달하는 서울 둘레길을 15개 구간으로 나누어 놓았다. 한번 걸을 때 약 10km 정도 걸을 수 있고, 서너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이 정도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가능하다. 다만 프로그램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참석 인원은 1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주말보다는 평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조금 조용한 분위기에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붐비는 주말보다는 평일로 정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딸네 머물고 있어서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금요일로 결정했다.
프로그램 진행 순서에 대한 고민도 했다. 오늘 아침에서야 최종적으로 순서를 결정했다. 모여서 간단히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상 방지이고, 다른 한 가지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이다. ‘마음챙김 걷기’는 걸으며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생각을 감각으로 변화시켜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걷기 시작 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감각을 느끼는 연습을 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서 일상 속에서도 생각에서 빠져나와 몸의 감각으로 전환하는 습관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감각으로 전환된 후에는 느껴진 감각이 사라지거나 다른 감각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감각의 무상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스트레칭을 하게 되면 걸으며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
스트레칭 이후 걷기를 시작한다. 약 세 시간 동안 걸으며 두 번의 30분간 침묵 걷기 시간을 갖는다. 첫 번째 침묵 걷기 시간에는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발에서 감각을 느끼며 상기(上氣)된 기운을 아래로 내리게 된다. 동시에 생각을 발의 감각으로 전환하며 몸과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침묵 걷기 시간에는 청각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길을 걸으며 느끼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며 생각을 청각감각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발의 감각과 청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빨리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알아차려야 바로 감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알아차림이 늦으면 늦을수록 감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생각과 감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은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고, 벗어난 다음에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벗어난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의 요체다. 또한 감각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수이고, 걷는 속도는 조금 느려질 수 있다.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며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고, 생각과 감정을 몸의 감각으로 전화시키며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며,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다.
‘마음챙김 걷기’를 마친 후에는 희망자에 한해서 부근 조용한 찻집이나 모임 공간에 들어가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진행할 생각이다. 비록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마음 나눔을 통해 서로의 거울이 되어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사람이 갖고 있는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의 느낌을 희망자에 한해 글로 작성하게끔 할 생각이다. 느낌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잊어버리는 것보다 글로 정리하면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 정원을 조금 더 정갈하게 가꾸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매주 걸을 후 후기를 작성해서 참석자들에게 공유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이런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어도 좋을 것 같다.
드디어 ‘걷고의 걷기 학교’ 가 2024년 1월 19일에 출범한다. 네이버 밴드 페이지 ‘걷고의 걷기 학교’ (https://band.us/@happywalker)에 공지를 매주 올려서 참석자들과 함께 걸을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심신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그간 생각해 온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서히 펼쳐나갈 계획이다. 우선 첫 해인 금년 일 년 간은 이 프로그램에 전념할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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