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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재심리상담센터

온라인 세상의 한계

by 걷고 2024. 1. 13.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 속 삶은 마치 비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12년 이상 활동했던 걷기 동호회 활동을 그만두었다. 비록 활동은 하지 않지만 그간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는 나만의 착각이었다. 어쩌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다지 원만하게 보내지 못한 나의 실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꽤 오랜 기간 길 안내자로 활동을 해오면서 몇 명과는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역시 나만의 착각이었다. 몇몇 회원들이 안부 연락을 해 온 것이 그나마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일단 탈퇴를 하고 나니, 회원들에게 먼저 연락하기가 뻘쭘하다. 비록 온라인 모임이지만, 걸을 때는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걷는다. 그럼에도 온라인 동회회가 갖고 있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도 카톡이나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그나마 가까운 사람들과는 카톡을 통해 연락하고,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업무상 관련된 사람들과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카톡으로 연락할 사이는 이미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카톡을 하면서 과연 우리는 참다운 소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쌍방소통이 아닌 일방소통이 많은 것 같다. 특히 단톡방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별로 자신과 또는 단톡방과 관련 없는 내용을 올리고 읽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또는 어딘가에서 다운로드한 내용을 공유한다고 올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도 있다. 마치 소통을 위한 카톡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단톡방, 게다가 최근에는 모임을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오픈 채팅방까지 등장해서 일상을 편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만든다.      

 

 서로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 불편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전락된 느낌이다. 또한 이런 sns를 통한 관계가 참다운 관계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예전에는 한번 만나기 위해 편지를 쓰거나, 삐삐를 치거나, 전화통화를 했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보이는 이런 수단이 훨씬 더 양방소통이 잘 되고 관계도 친밀했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를 쓴 후 답장을 기다리거나. 삐삐를 친 후 전화기 앞에서 대기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기대감과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직접적인 연락은 무례라는 분위기다. 전화통화를 위해서도 전화를 해도 괜찮냐는 카톡이나 문자를 보낸 후 전화해야 한다. 관계와 상관없는 단톡방에는 아무것이나 언제든 올리면서, 전화통화 한번 하기는 꽤나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동호회 카페나 단톡방에서 나누는 대화가 과연 솔직한 표현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오랜 기간 동호회 활동을 하며 카페에 올리는 글이나 댓글을 통해 느낀 점이다. 때로는 댓글을 달지 않기는 편하지 않고, 딱히 할 말도 없는 경우에 무언가를 써야만 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과연 이런 sns는 참다운 소통을 위한 공간인가? 나의 답은 ‘아니다’이다. 참다운 소통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는 몸부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떤 글에도 댓글을 달아야만 된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한다. 몸부림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서 주문을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가 입구나 각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다. 힘들게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 준다. 주인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없다. 기계가 주문받고, 주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로봇이 배달해 준다. 음식 나오는 동안 앞에 앉아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대신각자 핸드폰을 보느라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음식이 나오면 먹고 각자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 또 핸드폰을 쳐다보며 각자 갈 길을 간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오죽하면 연인들끼리 헤어지자는 얘기를 만나서 하지 않고 문자나 카톡으로 보낼까?      

 

 기계 문명의 발달은 인간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인간성은 점점 더 메말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전자기기가 편의를 제공해 주면 그만큼 우리 인생은 많은 여유 시간을 갖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기계는 기계대로 바쁘고, 우리는 우리대로 바쁘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대화하기보다는 핸드폰을 보거나 영상 미디어를 보며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계의 발달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의 단절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대화 대신에 sns를 통한 소통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 역시 다양한 sns 활동을 하며 쓸데없이 자주 들여다보며 조회수를 확인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는 그 나쁜 습관을 버릴 때가 왔다. 온라인 세상을 무시하며 살아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온라인 세상을 실제 세상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핸드폰이나 온라인 세상과 조금 멀어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 만든 습관이 있다. 외출할 때 핸드폰을 손에 들지 않고, 가방 안에 넣고 다닌다. 가방 안에는 책 한 권이 들어있다. 걸을 때는 걷는데 집중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커피숍에 있을 때 책을 읽는다. 습관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사람들과 만날 때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지 않고 가방에 넣어두는 연습도 하고 있다. 급한 연락이 올 수도 있기에 스마트 워치를 차고 다니며 필요시 잠깐 확인하고 있다. 단톡방에 올라온 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외되면 안 되기에 가장 기본적인 응대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어제 TV에서 덴마크 가정의 일상을 잠시 볼 수 있었다. 가족끼리 모여 블록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누구도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며 웃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한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네 가정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가족끼리 모여 식사하고 대화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중요 가족 행사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것도 핸드폰과 함께하며. 이제는 조금씩 핸드폰과 거리를 두고 싶다. 나부터 먼저 시작하면 가족과 친구들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저녁 6시 이후에 오는 연락은 대부분 무시해도 되는 연락들이다. 급한 일이라면 sns에 대응이 없으면 전화로 연락할 것이다. 굳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 방법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약간의 여유 시간을 두어 저녁 7시 이후부터 오전 9시까지는 핸드폰을 멀리 두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내가 먼저 시작하자. 그러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설사 변화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만이라도 하자.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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