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611 3km
코스: 일상 속 걷기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4,144 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두통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사소한 통증과 질병에도 온 신경이 쓰이고 일상이 저해된다. 혹시나 큰 병이 아닐까 지레 겁먹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나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병은 의사에게 맡기고, 일상생활은 그대로 하면 되는데 이 사소한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경계를 만나면 금방 뿌리부터 흔들린다. 아직 마음 뿌리가 깊게 박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나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처럼 몸을 막 대하는 것이 아니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좀 더 친절하게 반응하고 있다. 관심을 갖게 될수록 조심하게 되고, 그 조심스러움이 병을 예방하는 좋은 방편이 된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몸에 좋은 습관을 익히게 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몸에 주의를 한다는 것은 마음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Sound Body, Sound Mind는 단순하지만 깊은 뜻이 있다. 건전한 몸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
최근에 읽었던 책 ‘자발적 고독’에 나온 글 중에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 우리는 모두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흔히 세속적 욕망을 돈, 명예, 권력 등이라고 한다. 만약 돈을 자신의 기본적인 의식주 정도만 갖게 된다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적 부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 하고 우월감을 느끼려 한다. 남의 시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명예나 권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을 하며 스스로 명예롭게 살면 되는데, 남이 그 명예를 인정해주길 바란다. 권력도 남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권력을 갖고자 한다. 우월감도 열등감의 하나라고 한다.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 스스로가 되지 못하고, 남이 인정해야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교하고 남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면 채우지 않는 한 열등감을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채워도 열등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열등감은 노력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스스로 만족하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잊힌 지 오래된 듯하다. 남의 시선과 판단이 자신이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나 기준보다 우위에 두게 되면 만족을 모르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언행이다. 그런 가벼운 사람들의 입방정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얼마나 자신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는지 알게 되면서 깊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추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 자기’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살아간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서면 왠지 쓸쓸함과 허전함만 남아있게 된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참 자기’가 원하는 삶을 찾고, 그 길을 가야 한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아무리 혹독해서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다. 주인이 종의 말을 따를 필요가 전혀 없다. 삶의 주도권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삶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도 못하고 살아왔을 수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삶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삶의 방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따른 방식인지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구별하는 것이 바로 ‘자기 주도권 회복’의 출발점이다. 가면을 벗어버리고 민 낯으로 세상과 당당하게 마주해야 한다.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Brad’s Ststus, 2017)”의 대사 중 한 문구가 오늘 신문에 소개됐다. “난 나를 치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 버렸다. (I spent so much time in my mind puffing myself up, tearing myself down)” 자신을 치켜세우거나 비하하는 이유는 열등감에 따른 타인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오유지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굳이 자신을 치켜세울 필요도 없거니와 비하할 이유도 전혀 없다. 이미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굳이 타인의 평가나 시선 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무엇을 하느냐, 얼마나 가졌느냐, 어떤 사회적 지위를 지녔고, 얼마나 큰 권력을 지녔느냐는 ‘참 자기’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무리 큰 권력도 십 년을 못 간다는 얘기다. 단지 화롯불 위에 떨어지는 눈송이에 불과할 뿐이다.
한 선사의 좌우명이 ‘막평타인(莫評他人) 부긍자기(不矜自己)’라고 한다. 타인을 평가하지 말고 자신을 자랑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참 자기’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는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평생 마음공부하신 선사가 이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간 타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데없는 일에 쏟아부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에게 온전히 활용한다면 돈과 명예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지만 그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돈과 명예는 파도 거품에 불과할 뿐이다. 바다는 늘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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