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610 5km
코스: 병원과 불광천 걷기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4,141 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병원을 다녀왔다. 의사는 진찰한 후에 목 주변 근육 긴장으로 인한 두통일 것 같다며 근육이완 약 삼일 치를 처방해 주었다. 체온을 확인해 보니 정상 체온이어서 더위 먹은 것이 아니다. 혈압도 정상이어서 혈관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 우측을 살펴보며 대상 포진도 아니다. 단순한 근육 긴장으로 생긴 두통이라고 했다. 약을 구입 후 바로 약을 먹었다. 병원과 약국에서 걸어 나와 불광천에 접어드는데 벌써 두통이 많이 사라졌다. 의사는 의사인가 보다. 두통 하나 사라졌는데,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세상이 달라 보이다니 참 우스우면서도 나약한 것이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의 자그마한 변화나 이상 징후에 호들갑을 떨었던 생각을 하니 참 우습기도 하다. 허긴 종이로 손이 베인 아주 작은 상처에도 온 신경이 다 쓰이기도 한다. 가벼운 증상에도 마치 큰 병이 아닐까 라는 상상으로 인해 불안감이 증세를 키우는 것 같다.
아내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틀 정도 힘들어했다. 머리가 무겁고 몸도 많이 힘들었는지 어제 내내 누워있었다. 오늘 아침에 많이 나았는지 예전처럼 움직이고 있다. 백신 접종 전부터 몸을 편히 쉬면서 관리했어야 했는데, 음식 만들어 딸에게 전달한다고 바삐 움직이더니 피로가 겹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보니 무척 반갑다.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입맛이 없다며 호박죽을 끓여 먹고 있다. 먹는 모습 또한 반갑고 고맙다. 많이 회복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나는 두통으로 나흘 정도 고생했고, 아내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이틀 힘들어했다. 둘이 사는 집안에 둘 다 몸이 불편하니 집안 분위기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평상시에도 조용한 집안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아내의 불편함이 그대로 나의 것이 되었고, 나의 두통이 아내의 두통거리가 되었다. 둘이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늙어가는 우리 부부는 서로 더욱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내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아내의 건강과 삶의 질이 나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뿐 아니라 아내를 위해서도 건강관리를 잘해야만 한다. 몸이 불편해도 자식에게 얘기하지 않게 된다. 혹시라도 신경 쓸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딸애는 수시로 전화해서 우리 부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 마음 씀씀이도 고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우리 건강은 우리가 지키는 것이 맞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네 인생일 살고 있고, 딸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 딸임에는 분명 하나 결혼해서 자기의 삶을 살고 있으니 더 이상 우리 딸이 아니다. 자신의 가정을 갖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고, 사위의 아내고, 아이들의 엄마이다. 지금 우리 부부에게 가족은 우리 둘 뿐이다. 물론 장모님도 계시고, 형제와 자매들도 있지만, 각자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가족은 가족이지만,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아파할 수도 없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자연인이다. 함께 아파하고, 힘든 일을 도와주고, 좋은 일 축하해 줄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다. 마지막에 남는 가족은 부부밖에 없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부부 중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이후에는 오직 혼자만 남아있게 된다.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어간다. 그 사이에 가족들, 친구들, 주변 환경, 마주치는 상황들과 사랑하고, 어울리고, 치대고, 싸우며 살아간다.
미국 사진작가가 부모님 찾아뵙고 돌아갈 때, 노부부가 주차장에서 아들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차 안에서 사진에 담았다. 갈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 속에 노부부의 몸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더욱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한 분의 모습이 사진에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는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한 분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덩그러니 주차장 모습만 보인다. 그 사진들을 보며 저절로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난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무상하다. 태어남과 죽음 역시 무상하다. 태어남과 죽음 자체도 무상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할까? 욕심 때문이다. 이번에 경험한 사소한 두통으로 아내와 가족, 그리고 자신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어 다행이다. 몸이 아프니, 몸만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몸이 나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야 하는데, 뭔가를 또 구하고 있다. 어리석음이다. 욕심은 어리석음에서 나온다. 모든 고통의 뿌리는 어리석음이다. 외부 자극으로 인해 어리석음이 반복된 패턴으로 나타난다. 빨리 알아차리고 예전의 습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자신과 멀어지는 것이 마음공부다. 이것만 기억하고 매 순간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며 생활 속 마음공부를 이어가는 것, 이외에 무엇이 필요할까? 두통이 준 선물이다. 두통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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