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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우리는 우주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by 걷고 2024. 10. 2.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파트 주변을 걸으러 나간다. 가끔 아파트 주민 중 친한 사람들이 주변을 걸으면 나가서 함께 걷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가는 모습은 낯설다. 아내는 어제 친구 모임에 나갔다 왔다. 고교 동창 모임으로 졸업 후 지금까지 이어진 모임이니 반백년이 된 모임이다. 모두 퇴직해서 요즘은 매주 모이는데 아내는 딸네 가 있느라 매주 참석하지는 못하고 시간이 허락될 때 참석하는 편이다. 어제 모임의 주제가 건강이었고,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운동을 하려는 마음을 낸 것 같아 고맙고 다행스럽다. 우리 나이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건강, 죽음, 편안한 노후가 될 것이다.   

  아내는 아침에 눈 뜨면 잠자기 전까지 잠시도 가만히 있는 편이 아니다. 늘 몸을 움직이며 할 일을 찾는다. 자신의 역할에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서 하는 사람이다. 틀림없이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의 삶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모습이 때로는 존경스럽고 때로는 안타깝다. 아파트 주민 중 친한 사람이 있어서 함께 아파트 주변을 걷거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의 걷기는 대부분 마트를 가서 생필품을 사 오는 일이 된다. 나는 걷기와 일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걸을 때는 걷는 복장으로 장 볼 생각하지 말고 걷기에 집중해서 걸으며 즐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내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는다. 아내 입장은 어차피 생필품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마트에 가니 이 자체가 운동이고 할 일이라고 하며 효율성을 강조한다. 요즘은 그냥 둔다. 그렇게라도 움직이는 것이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파트 주변을 걸으러 나간다니 너무 반갑고 심지어 고맙기까지 하다. 아내의 건강은 나의 건강과 직결된다. 우리의 건강은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다. 한 사람이 아프면 그 영향이 바로 옆 사람에게 크게 미치게 된다. 아내의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만약 내가 아프다면 나의 역할은 가족 중 누군가가 해야만 한다. 그러니 나의 건강은 나만의 건강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건강이다. 마찬가지로 아내의 건강도 그렇다. 꾸준히 걷고 글 쓰는 이유 중 하나도 나의 건강을 챙기고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걸으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글을 쓰며 뇌와 손가락 운동을 하니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나의 건강을 챙긴다는 의미는 아내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것과 같은 의미다. 아내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걸으러 나가는 것이 고마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아내가 혼자 걸으러 나간다고 하면 같이 따라나설 생각이다.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건강도 챙기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건강이 가족과 연결되고 비록 미미하지만 사회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나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가족과 사회를 위한 행동이 된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연결성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고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연결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주변을 살피게 된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는지 또는 나의 이기심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준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이런 연결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너와 너의 연결성은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고 우리는 하나의 우주라는 의미다.

 

우리는 모두 우주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비록 자신이 아주 미미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그 퍼즐 조각이 없다면 우주는 완성되지 않는다. 또 자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을 해도 이 역시 퍼즐 조각의 하나에 불과하다. 모두 평등하고 동등한 존재다. 다만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비교를 하고 상대적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낄 뿐이다. 자연과 동물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는다. 이 꽃이 저 꽃을 시기하지 않고, 사과가 배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돼지가 개를 닮아가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바다가 산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뿐이다. 자신의 모습이 되는 것이 우주라는 큰 퍼즐을 완성하는 대단한 일이다. 퍼즐 조각의 하나인 우리 개개인은 모두 소중하다.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모습, 즉 자신의 퍼즐 조각으로 살아가면 된다. 자신의 조각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모습을 바꾼다면 우주라는 하나의 퍼즐은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친구가 좋은 글을 보내왔다.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 시집에 있는 글이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우리라는 우주의 큰 퍼즐을 맞추며 살아가기 위해 마음에 새겨야 할 좋은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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