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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by 걷고 2024. 10. 1.

새 차를 구입 후 시승식을 겸해서 오랜 시간 알고 지내 온 두 분의 선배님을 모시고 용인에 사시는 다른 선배님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은 많이 사라졌지만, 서로 얼굴 보고 수다를 떨며 떠나는 여행 자체는 늘 즐겁습니다. 약 반백 년 알고 지낸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무슨 얘기를 해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안정감과 고마움 그리고 행복이 있습니다.

용인에 사시는 선배는 최근에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을 했고, 그로 인해 미각과 후각을 많이 잃었지만 다시 조금씩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그 선배의 부인이신 형수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만나지 못했습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함께 출발한 선배 한 분은 조금만 신경을 써도 눈에 출혈이 생기고, 다른 선배는 최근 건강 검진 후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바랍니다. 늘 함께 지내는 후배 한 친구가 이번 모임에 동참하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 마음이 아름다운 친구입니다. 저는 요즘 어깨가 좋지 않아 조만간 병원에 가 볼 생각입니다.

모두 60대인 이 모임은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오랜 인연입니다. 한때는 치열하게 삶을 살았고, 지금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만나면 서로 가족사를 묻기도 하고 각자 건강 상태를 보고하며 서로의 건강을 챙깁니다. 용인에서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용인 자연 휴양림에 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를 사서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소풍 온 느낌입니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가족사와 건강입니다. 그리고 휴양림을 나와 짬뽕 전문점에 들어가 짬뽕, 볶음밥, 그리고 탕수육을 먹고 서로 웃고 즐겁게 떠들었습니다. 식사 후 용인에 사는 선배와 헤어졌습니다. 두 선배님이 여의도에서 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여의도에 내려드리며 이번 여행은 끝났습니다.

참 심심한 여행입니다. 그래도 서로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그저 반갑고 좋습니다. 이제는 각자 지닌 질병과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는 우리의 실존입니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의 다양한 상황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딸네 돌아와 손주들의 모습을 봅니다. 사소한 일로 웃고 사소한 일로 떼를 쓰는 모습조차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이 삶입니다. 참 별 일 아닙니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서로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외에 삶의 특별한 방식은 없어 보입니다.

예전에 TV에서 본 내용입니다. 한 노인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 산길을 두 시간 정도 걸어서 방문합니다. 서로 만나도 할 얘기도 없습니다. 마루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풍광을 그러 지그시 바라봅니다. 그리고 물 한잔 마신 후 “나 간다.”라며 쿨하게 헤어집니다. 어제 우리 만남이 이와 같습니다. 언젠가는 “나 먼저 간다.”라고 누군가가 얘기할 날이 오겠지요. 그래서 더욱 그립고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건강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고, 놀 수 있을 때까지 즐겁게 놀고, 웃을 수 있을 때까지 한껏 웃고,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만나며 지내요. 굳이 건강하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건강도 질병도 우리의 삶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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