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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관하여

<‘마음챙김 걷기’ 책을 쓰는 이유>

by 걷고 2024. 6. 22.

왜 이 책을 쓰기로 결정했을까? 책을 쓰는 것이 힘든 작업인 것을 잘 알면서도 결정을 내리고 원고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원고를 작성하는데 1년 정도 예상하고 있고, 탈고 후 출판사에 출간 의뢰서를 보내고 협의 후 발간하는데 까지 6개월 정도 예상하면, 지금부터 책 발간까지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원고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자료를 지금부터 찾고 공부하고 고민하여 글을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쓰기로 했다. 왜 굳이 이 힘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자문해 본다.      

 

가장 큰 이유는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걷기 동호회 한 곳에서 12년간 활동을 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동호회 모임이니 어떤 강제성도 없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동호회 내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던져버리고 회원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걷는다. 나이, 성별, 사회적 위치, 경제적 위치, 개인적 상황과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회원으로 활동한다. 또한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때로는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게 활동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회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그들의 언행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언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진 다른 사람의 밑면을 볼 수 있었고 나 역시 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의 밑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면을 벗는 것은 무척 통쾌한 일임에는 분명 하나 그로 인해 동료 회원들이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과의 불화는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회원과 운영진의 갈등과 내분으로 인해 많은 회원들이 탈퇴한 후 다른 걷기 동호회를 조직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12년 간 네 번 정도 발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탈퇴해서 따로 조직한 동호회 내에서도 갈등이 발생해서 또 다른 가지치기를 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잘 운영되는 곳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동호회에서 길 안내자로 때로는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나 스스로도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굳이 이런 동호회에서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도 제법 오랜 기간 갖고 있었다. 운영진 내에서도 갈등이 있고, 운영진과 회원 간의 갈등도 있고, 회원 간의 갈등도 있다. 사람이 모인 곳은 모두 같다. 늘 갈등이 존재한다. 물론 갈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랑과 우정이 존재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존재하기도 한다. 사랑과 미움, 존중과 무시, 배려와 무관심이 상존하는 곳이 비단 동호회 모임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는 이런 양면이 존재한다. 동호회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동호회를 운영하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람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      

어느 모임에서든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보이지 않는 층이 나눠진다. 걷기 동호회에서는 운영진과 길 안내자라는 하나의 층이 있다. 열심히 활동하는 층도 있고, 처음 가입한 새내기 층도 있다. 어떤 길을 얼마나 많이 걸었고, 오랜 기간 걸었다는 층도 존재한다. 그 길과 걸은 거리가 그 사람의 층이 된다. 참 부질없는 짓임에도 이런 일이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층에 위치한 사람은 그 층이 그 사람이 된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권위가 발생하고, 그 권위는 그 사람이 된다. 마치 완장이 사람이 된 것처럼.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안타까웠다. 어쩌면 나도 그 층의 하나였을 것이고, 그에 걸맞은 언행을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길을 얼마나 많이 알고 걸었는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 길을 걸으며 무엇을 배웠고 자기 성찰을 얼마나 했으며, 그 덕분에 얼마나 성장하고 성숙했는가가 중요하다. 길을 많이 걸었다는 것이 하나의 계급이 되고, 권위가 되고, 쓸데없는 자만심만 키운다면 차라리 걷지 않는 것이 좋다. 참선 수행하는 수좌가 몇 안거를 지냈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권위가 된다면, 그런 공부는 하지 않는 것이 자신과 신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잘못된 생각,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다는 어리석은 생각,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쓸데없는 우월감, 실은 우월감도 열등감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속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자신의 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으면서 타인에게 가르치려 하거나, 권위를 세우려 하거나, 자신을 따르라는 것은 참 무모한 짓이다. 오랜 기간 많은 길을 걸은 사람들 중에도 자신의 편견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이런 면이 더욱 짙어지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이런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 이런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벗어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람은 변해야 한다.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변화는 생명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고인 생각과 고인 모습은 죽은 삶이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틀이 변하는 것이다. 자신이 쌓아온 틀, 즉 아집, 편견, 사고방식, 반복적인 생활 패턴 등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방편임에는 틀림없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방편은 변해야 한다. 그 모습에 집착하고 그 모습대로만 살려고 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와 상처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수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정체성도 역시 시간이 지나며 사라져야 한다. 자신의 틀이 없는 사람이 참 자유인이다. 자신의 틀이 없어지면,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고, 세상 모든 괴로움은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나’라는 자기 중심성에서 비롯된다. ‘나’는 ‘너’라는 상대 개념을 만들게 되고, 이런 개념 하에서는 ‘나’가 중심이 되어 ‘너’를 대하게 된다. ‘너’가 ‘나’의 뜻에 거슬리면 괴롭고 화가 난다. 반대로 ‘너’는 ‘나’에게 똑같은 것을 요구하게 되고, 따라서 갈등은 저절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의 틀을 깨는 많은 작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작업 중 하나로 ‘마음챙김 걷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자유인이 되길 바란다. 자유는 걸림이 없는 상태다. 무엇으로부터의 걸림인가?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부터 걸림이다. ‘나’라는 개념은 이미 갈등과 걸림을 갖고 있다. ‘나’가 만든 ‘너’ 또는 ‘나가 아닌’ 존재와의 갈등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은 ‘나라고 여기는 나’가 ‘나’로 작용할 때 빨리 알아차리고 그 ‘나’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나’라는 개념이나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걷기’라는 동작을 통해 찾을 수 있고, 이 방법이 바로 ‘마음챙김 걷기’다. 생각, 개념, 사고, 감정, 인식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금-여기’에서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그 감각 집중을 걷기라는 행동을 통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다. 걸으며 발의 감각에 집중하면 된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를 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여기’에서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면 된다. 생각이나 감정을 감각으로 변환해서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다. 그리고 이 두 놈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불러와서 몸집을 키운다. 몸집을 키우지 않는 방법이 바로 생각과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로 인해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고 지켜보는 것이다. 무심히 그 감각을 지켜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감각은 약해지거나 사라지거나 감각의 위치가 변한다. 걸으며 느끼는 많은 감각이 있다. 발의 감각, 바람이 느껴지는 피부의 촉감, 소리를 느끼는 청각, 냄새를 맡는 후각 등 많은 감각이 있다. 감각을 깨워야만 하는 이유와 마음챙김 걷기 방법을 이 책에 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편안하고 쉬운 방법으로 사용되길 진심으로 발원한다. 내가 이 책을 쓰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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