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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관하여

<마음챙김 걷기의 목적>

by 걷고 2024. 6. 27.

애덤 포드의 저서 <걷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의 부제는 ‘나에게 힘이 되는 마음챙김 걷기’다.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적인 용어로 표현하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챙김 걷기의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앉아서 수행하는 좌선과 걸으며 수행하는 행선을 번갈아가며 수행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선방에서도 50분 수행에 10분 포행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수행하고 있다. 포행은 승려들이 참선을 하다가 잠시 방선(放禪)을 하여 한가로이 사찰 주변을 걷는 일을 일컫는다. 포행, 방선, 행선, 어떤 단어를 사용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명상의 대상인 화두, 또는 마음챙김을 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축서사에서 무여 큰 스님을 친견할 때 들었던 말씀이 있다. 수좌가 아침 공양을 하러 가다가 화두가 없어진 것을 자각하고는 공양을 하지 않고 바로 선방에 들어와 화두를 다시 챙겨서 공부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수행을 하시는 분들은 행주좌와 어묵동정 중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예전에 미황사에서 운영하는 7박 8일 참선 프로그램인 ‘참 사람의 향기’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일주일 간 조식은 죽으로 대신하고, 점심 공양 한 끼는 제대로 먹고, 그 이후에는 오후 불식을 하며 수행한다. 저녁 시간에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유일한 저녁 식사라면 식사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대부분 참선 수행이고, 오전에 한 시간 정도 육조단경 강의를 듣는 정도다. 그 당시 주지스님이신 금강 스님이 직접 진행하시는 화두 참선 프로그램이다. 아침 공양 이후에 침묵 속에서 참가자 전원이 미황사에서 너덜바위 있는 곳까지 왕복 한 시간 정도 포행을 한다. 너덜 바위에 앉아 잠시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한 후에 돌아오는 이 침묵 걷기 시간이 내게는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 당시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10년이 넘었지만, 한 여름에 주리를 틀고 앉았던 기억, 포행을 했던 기억, 배고팠던 기억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프로그램에 다녀온 후 지인들에게 추천해서 두 분이 다녀오기도 했다.      

 

명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집중명상(사마타)과 매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든 현상을 알아차리는 통찰명상(위빠사나)이 있다. 호흡명상은 들숨 날숨에 집중하는 수행이므로 집중명상에 해당한다. 이때는 오로지 들숨과 날숨에만 집중하고, 호흡 중간에 어떤 생각이나 잡념이 떠오르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반면 위빠사나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한다. 네 가지 방법으로 호흡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긴 호흡, 짧은 호흡, 호흡의 전 과정, 즉 들숨이나 날숨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의 과정, 그리고 거친 호흡을 안정시키는 수행을 한다. 이때 알아차림의 주제는 호흡 자체가 된다. 일반적으로 사마타 수행을 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한 후에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 사마타 수행을 하든, 위빠사사 수행을 하든 마음챙김의 기초 위에서 수행하게 된다. 2,500년 전 인도의 고어인 팔리어의 사티(sati)를 영어로는 mindfulness로 번역해서 사용하게 되었고, 이 단어를 번역해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로 통용하게 되었다.   

   

마음챙김에 대한 해석은 학자마다 다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알아차림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알아차림과 주의, 그리고 기억이다. 알아차림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감정이나 생각이 올라올 때 바로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자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또는 자동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거나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단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알아차리면 어떤 반응을 할지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있다. 자동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주의는 제한된 범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알아차림의 범위보다 작은 범위에 대한 집중하는 것이다. 걷기를 할 때는 걷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이고, 호흡 명상을 할 때는 호흡에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일을 할 때는 일에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즉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서 하고 있는 일과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마음챙김 걷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마음챙김 걷기는 걷기에 온 주의를 기울이며 하는 걷기다. 발의 감각에 집중해서 걸을 수도 있고,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서 걸을 수도 있고, 다양한 나무와 꽃의 냄새를 느끼며 걸을 수도 있다. 또한 걷고 있는 자신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걸을 수도 있고, 걷는 자세를 살피며 걸을 수도 있고, 걸으며 보이는 하늘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 걸으며 하는 모든 행위와 감각에 집중하는 것을 마음챙김 걷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걷다 보면 우리의 생각은 자꾸 걷고 있는 지금-여기를 벗어나게 된다. 생각은 과거로 가있거나, 오지도 않는 미래로 이동하기도 한다. 우리의 몸이 있는 곳에 마음과 생각과 감정은 함께 머물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지낸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없으니 몸은 죽은 몸이고, 마음은 귀신이 되어 떠돌아다니는 꼴이다. 마음챙김 걷기의 핵심은 지금-여기에서 몸과 마음의 합일이 되는 것이다. 즉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걷는 동작에서 느껴지는 또는 걸으며 느끼는 모든 감각을 자각하며 걷는 것이다. 걸으며 매 순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바람의 감촉을 느끼는 것이다. 즉 지금-여기에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 걷기의 목적은 일상의 소란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며, 호흡에 집중하며 현재 이 순간에서 삶을 발견하는 것이며, 걸을 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깨어있고,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의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중략) 우리가 깨달은 중요한 점은,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마음챙김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현재 이 순간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살아있습니다.” (걷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본문 중)     

 

마음챙김 걷기는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는 방편이다. 걸으며 떠오르는 마음의 번거로움과 소음을 걷기라는 행동을 통해 벗어나거나 감각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다. 생각과 감정은 과거와 미래에 머물지만, 걷기라는 행동과 걷기를 통한 감각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우리의 행동과 감각은 오직 지금-여기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늘 변한다. 발걸음도 지면의 상황에 따라 변하고, 그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몸의 감각과 감각의 위치 또한 변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같은 걸음은 없으며 느끼는 감각 역시 완벽히 동일한 것은 느낄 수 없다. 숨 한 번 들이마셨다 내쉬지 못하면 죽는다. 즉 한 순간에 우리의 목숨은 생사를 오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느끼고 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지금-여기 밖에 없다. 일초 전(前)이 이초 전에는 미래였고,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렸다.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미래를 만들 수도 없다. 우리는 지금-여기를 벗어나면 이미 죽은 목숨이거나 귀신이 된다. 지금-여기에서 몸과 마음이 합일이 되어 살아가는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챙김 걷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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