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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경기 둘레길 50코스 후기> 세 가지 선물

by 걷고 2023. 1. 7.

오늘 걷기 진행을 위해 차량 예약과 모든 준비를 해 주신 비단님이 건강상 이유로 갑작스럽게 참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걷기 진행을 합니다. 차량 기사님과의 소통 문제로 인하여 애초 출발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늦게 출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한 시간’을 얻은 것입니다. 그 한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커피숍으로 향합니다. 아침 일찍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깨웁니다. 한 시간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편안함과 한가로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아침 8시까지 합정역에 도착하기 위해서 일찍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나오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도착해서 승차한 후 차 안에서 졸기도 하며 이동을 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한 시간의 여유가 주는 한가함은 바쁜 일상 속에 얻은 휴가 같은 느낌입니다. 일상 속 분주함에서 해방되기 위해 걷는데, 다른 분주함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주어진 한 시간의 여유로움은 자유와 해방을 위한 편안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타고 갈 차를 보고 모든 참석자들이 놀랍니다. 늘 타던 차가 아니고 새로운 차종으로 벤츠 스프린터 (Mercedes Benz Sprinter)라는 미니 버스입니다. 원래 17인승인데 10인승으로 내부를 변경하여 고객들에게 안락함과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사님은 차량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차분하게 안전 운전을 하셔서 신뢰감이 듭니다. 원래 의전용이나 연예인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오늘 빈 시간이 있어서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의자는 모두 1인석으로 매우 안락합니다. 내부 천장이 높아 답답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차량 좌우와 천정의 은은한 조명은 분위기를 밝고 우아하게 만들어줍니다. 안락의자를 뒤로 젖혀서 더욱 편안하게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타 본 고급차를 타고 가며 기분 좋은 하루를 엽니다. 편안한 승차감에 저절로 잠이 옵니다. 출발지에 도착한 후 차량 옆에 서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우리의 약간은 촌스럽고 서민다운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습니다. 가끔 이런 소박한 사치를 누리는 것도 삶의 활력이 됩니다. 참석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은 차를 타고 와서 기분이 좋다고 하며 이 차를 다시 타고 싶다고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오늘 걷기 대신에 이 차를 타고 하루 종일 이동하며 여행을 즐기고 싶다고도 합니다. 참석자 모든 분들이 좋아하고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픈 중에서 예약을 위해 애써주신 비단님 생각이 납니다.

해안가를 따라 걷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어옵니다.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겨울바람은 겨울바람입니다. 제법 쌀쌀하지만 이 정도의 쌀쌀함은 오히려 걷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출발 후 3km 지점에 화장실이 있다는 자료를 확인한 후에 그 화장실을 찾아 들어갑니다. 유료 캠핑장 화장실을 무단으로 침입한 무뢰한이 되어 주인에게 꾸지람을 듣습니다. 이 또한 즐거운 추억입니다. 주인의 심기를 건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사전에 말씀을 드리고 사용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인데, 자료를 너무 믿어서 발생한 실수입니다. 주인께 이 글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화를 푸시고 저희 실수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길은 대부분 평지입니다. 날씨가 풀리며 눈이 녹아서 길에 물이 고여 있거나 진흙 길이 많습니다. 진흙을 밟고 걸으며 오늘 타고 온 차를 탈 생각에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생전 처음 탄 고급차 바닥에 흙이 묻을 것을 걱정 때문입니다. 마음이 참 착한 분들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고, 상대방에게 자그마한 불편함도 드리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원래 성품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경기 둘레길을 걸으며 그런 심성이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어떻든 오늘 함께 걸은 분들은 모두 마음이 매우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비단님과 빨강내복님이 사전에 열심히 검색해서 식당을 찾아 놓았습니다. 쌈밥집이라고 합니다. 그간 다녀 본 쌈밥집은 대부분 약간 허름한 식당이었습니다. 오늘 식당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어갑니다. 식당 외부 분위기가 마치 양식당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흰색 기둥과 넓고 높은 창이 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동색 바탕에 “예담 쌈밥”이라는 간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승용차가 제법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맛 집인 것 같습니다. 돼지 불고기 쌈밥을 주문합니다. 정갈한 접시에 샐러드, 무채, 메추리 볶음, 멸치 볶음, 가자미 한 마리, 구수한 된장국 등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카트에 음식을 싣고 와서 식탁 위에 정성스럽게 올리는 주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식탁 위에 플라스틱 재질의 인덕션이 있고 불고기가 다양한 쌈과 함께 나옵니다. 막 지은 솥밥은 주인의 정성을 나타냅니다. 식사 마칠 때쯤 누룽지를 끓여 내오시는데 매우 구수하고 맛있습니다. 옛날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누룽지 맛이 납니다. 주인의 정성, 정갈한 접시 위에 정성스럽게 올린 맛있는 음식, 양식당 같은 분위기, 입구에 있는 커피 머신, 깔끔한 화장실, 개방된 주방 등을 보며 쌈밥이라고 모두 같은 쌈밥집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의 아름다운 마음과 맛있는 음식, 멋진 식당 분위기 등 너무 만족스러운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경기 둘레길을 걸으며 다녔던 식당 중 최고의 식당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자신 있게 이 식당을 추천합니다. 안산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이 식당을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걷습니다. 남은 거리는 불과 7km. 참석자 모두 길이 빨리 끝나는 것이 아쉽다며 질주 본능을 억누르기 위해 마음고생을 합니다. 마치 맛있는 과자를 먹어치우는 것이 아까워 조금씩 깨물어 먹는 기분으로 남은 길을 걷습니다. 길이 끝나는 것이 시원하거나 좋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안타깝다고 느끼며 걷습니다. 마지막에 만난 ‘큰 산’이 그나마 우리를 위로해 줍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에 오르며 약간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며 마음을 달랩니다. 3시에 걷기를 마친 후 신발을 탈탈 털며 조심스럽게 승차합니다. 차 안에서 ‘My Way"가 흘러나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각자 ’My Way'를 걷습니다. 또는 ‘My Way'가 뭔지 몰라 그 길을 찾기 위해 걷기도 합니다.

합정역에 도착합니다. 모든 길은 합정역에서 출발해서 합정역에서 마칩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뒤풀이를 합니다. 오늘 처음 경기 둘레길에 참석하신 주산님께서 트레킹 코스에 대해 좋은 정보를 공유해 주십니다. 트레킹 경험이 많은 주산님의 동참은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길돔무를 만나고,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새로운 분위기에 취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 가지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의 여유로움과 모닝커피, 멋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소박한 사치, 그리고 정성 가득한 음식입니다. 이 세 가지 선물로 우리는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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