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530 25km
코스: 신시모 삼도(三島)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4,037 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일기예보는 비 소식이 있다고 했지만, 예보와 다른 화창한 날씨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하다. 길동무가 준비한 차를 이용한 덕분에 운서역에서 편리하게 삼목항 매표소로 이동했다. 매표소 입구에서 체온 검사 후 놀이공원의 팔찌 같은 것을 찬 후 매표소에서 승선표를 구입했다.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등산객, 바이크 족이 많이 보이고 관광버스도 대기하고 있다. 오늘은 세 개의 섬인 신도, 시도, 모도를 걷는 날이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배를 타고 이동하며 바다를 보니 가슴이 탁 트이며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의 길동무들이 가끔 같이 걷는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로 작년부터 같이 걸으며 좋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걷는 속도도 비슷해서 함께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 또한 어느 누가 걷는 도중 어떤 제안을 해도 모두 흔쾌히 받아들이는 여유를 지니고 있어서 즐겁고 편안하게 걷고 있다. 이 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분담하듯 각기 다른 간식을 준비해 와서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한 친구는 커피를 네 개의 텀블러에 담아온다. 코로나로 인해 음료를 나눠 마시는 불편함에 대한 배려이다. 한 친구는 빵을 사 오는데, 이 빵 역시 개별 포장이 되어있다. 한 친구는 에너지 바 같은 간식을 준비해 오고, 나는 간단한 과일을 준비해 온다. 걸으며 잠시 앉아서 간식을 먹고 바로 걷는다. 한 곳에 매트를 깔고 앉아서 음식을 펴놓고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향들이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신도에 하선해서 구봉산에 올랐다. 초입에 경사가 있는 산길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는 길이다. 조금 일찍 출발한 덕분에 걷는 내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어서 마스크를 벗고 숲 속의 향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특권도 누렸다. 우거진 숲은 그늘 길을 만들어 주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잊고 즐겁게 걸었다. 정상에 구봉정이 있다. 한눈에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 경관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일상의 답답함을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구봉산 하산 후에 연도교를 건너 시도를 걸었다. 예전에 염전이 있었던 염전 터와 갯벌 사이에 해당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아직 만개되지 않아 해당화를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만개된 모습을 상상하니 꽤 볼만할 것 같다. 좌측에는 염전 터가, 우측에는 넓은 갯벌이 펼쳐진 콘크리트로 조성된 좁은 해당화길은 독특한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둑이 끝나는 지점에 갯벌에 꽤 넓게 쳐놓은 그물을 볼 수 있었다. 물이 들어왔다 빠지면서 고기를 잡는 그물이라고 한다. 부부 한 쌍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간 것 외에 다른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다. 모든 소음이 사라진 다른 세계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다. 조용한 길을 네 명의 길동무들이 때로는 수다를, 때로는 조용히 걸었다.
둑길이 끝난 지점에 해안가의 돌 길이 눈 앞에 펼쳐졌다. 크고 작은 다양한 돌들을 밟으며 걷는 재미도 좋다. 돌길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해안가를 끼고 있는 낮은 산에 멋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나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잡초들이 무성하다. 마치 길을 개척하는 사람처럼 산책로를 걸으며 또 한 번 우리들만의 세상을 즐길 수 있었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설치된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갯벌에 나가 뭔가를 열심히 찾고 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촬영 지역이라는 팻말도 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해안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마치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크길도 잘 만들어졌고, 중간중간에 전망대도 설치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다. 산책로는 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땀을 제법 흘리기도 했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고 제법 숲이 깊은 산 길은 우리들끼리만 걷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산 후 포장도로를 따라 모도에 진입했다. 연도교는 확장 공사를 하는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화물차들이 질주하며 뿌연 먼지를 내뿜고 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차를 피해 조심스럽게 연도교를 지났다. 연도교 끝나는 지점에 식당 몇 곳이 보였고, 깨끗한 공용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내에 손 세정제까지 준비해 놓은 것으로 보아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는 화장실이다. 외딴섬 공용 화장실의 청결도를 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기 시작한다. 식당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식당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길동무 한 분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서 근처 정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한참 걸은 후에 마시는 맥주의 첫맛은 표현할 수가 없다. 각자 두 캔의 맥주를 마신 후, 신도항까지 버스로 이동하려던 예정을 변경해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포장도로를 걷는 것이 불편해서 산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미 피곤한 상태였고, 맥주 두 캔씩 마신 상태에서 산길을 오른 것이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몸속의 주독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는 있었다.
삼목항에 도착해서 운서역 근처 해물탕 식당으로 이동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으로 개업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식당이다. 일인용 뚝배기 해물탕인데, 오징어 한 마리와 전복, 홍합, 콩나물이 가득 들어간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식당이다. 막걸리 한잔과 해물파전까지 곁들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걷기 여행의 맛은 길의 맛, 길동무의 맛, 음식의 맛, 수다의 맛이 있어야 제대로 된 맛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걷기 여행을 했다. 추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함께 한 길동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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