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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21] 꿈 작업과 수처작주(隨處作主)

by 걷고 2021. 5. 17.

날짜와 거리: 20210517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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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지난 토요일에 한국 상담심리학회 심포지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주제는 ‘분석심리학에서 꿈 분석의 이해와 실제적 적용’과 ‘꿈 작업을 통한 심리치료’였다. 분석 심리학에서는 꿈이 무엇인지, 또 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이어서 꿈 작업을 심리치료에 활용한 사례를 통해서 강의를 진행했다. 꿈은 평상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주제이다. 비록 꿈 분석을 직접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한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약 2년 전에 4주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각자의 꿈을 얘기하고, 그 꿈에 대한 질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꿈 투사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 작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두 가지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잠을 편안하게 이루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몸이 개운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꿈을 꾼다는 것은 상당 수준의 잠을 잔 것이라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4 – 5 개의 꿈을 꾸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서너 개의 꿈을 꾸고 있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우선 꿈을 꾸는 것이 정상이고, 잠도 충분히 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꿈 작업을 하기 위해 책을 구입해서 읽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꿈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렵다. 한때는 머리 위에 메모지와 펜을 놓고 잠을 자다가 화장실 다녀오거나 꿈을 꾸고 깨자마자 기록을 하기도 했다. 꿈을 기억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 당시에는 꿈의 내용이 제법 길게 정리되기도 했고, 꿈 일기를 쓰면서 저절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작업을 오래 진행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든 생각은 꿈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저항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젯밤에는 잠을 자다 악몽을 꿔서 아내가 깨우기도 했다. 꿈속에 도둑이 든 것 같아 소리를 지르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큰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아내가 들었던 것이다. 잠시 무서웠지만, 곧 다시 잠에 들었고 다른 꿈을 꾸기도 했다. 

 

 강의에서 꿈은 창조적인 샘이고, 꿈의 목적은 자아실현과 개성화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꿈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우리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만 한다. 꿈은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고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주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무의식을 꿈을 통해서 보고 그 꿈을 분석해서 의식화하여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통합은 자아의 확장을 이루게 하고, 자아의 확장이 바로 자기 실현화라고 한다. 

 

 꿈 분석과 해석을 비전문가를 통해서 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꿈을 들여다보며 확장을 해나갈 수는 있어도 해석을 하는 것은 주의해야만 한다고 한다. 확장과 해석의 차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그간 읽었던 책에서 다른 전문가는 꿈 일기와 꿈 작업을 통해 스스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도 한다. 각자 공부해온 과정이나 꿈 분석, 해석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배운 원칙을 각자가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가장 경험 많고 통찰력이 뛰어난 꿈 탐험가’로 불리 제레미 테일러는 50여 년 동안 수많은 꿈을 다뤄온 전문가로 전 세계에 꿈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2년 전에 참여했던 프로그램도 이 사람의 지도 방법에 따라 운영된 꿈 투사 작업이었다. 그 당시에 꿈에 대한 해석이 너무 제 각각이어서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받고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었기에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번 강의에서도 꿈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했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의 무의식 속에 들어가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같은 꿈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늘 외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어쩌면 인생이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감사함, 무시에 대한 분노, 일의 경중에 따른 선택과 결정 등 모든 일들은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이다. 심리학에서 무의식은 외부 자극을 받을 때 나타나 기능을 발휘한다. 불교의 유식에서 심층 의식이 외부 자극을 만나 표층 의식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지금-여기의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고 무의식이나 심층 의식이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극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비판단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점을 놓치면 지금의 자신이 반응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반응하는 것이다. 주인은 없고 이미 떠난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꿈 작업과 명상 수행을 병행하는 것이 지금-여기에 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꿈 작업에 조금 더 열의를 갖고 임할 필요가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수행이라고 한다. 꿈을 통해서 무의식을 바라볼 수 있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식(識)을 꺼내어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꿈 작업이나 명상 모두 삶 속의 수행이다. 수행의 목적은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처작주(隨處作主)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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