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식사 후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딱히 쓸 얘기는 없다. 하지만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자판을 두드린다. 무슨 글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냥 손가락이 가는 대로 또는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좋은 습관은 만들기 어렵지만, 없애기는 너무 쉽다. 나쁜 습관은 만들기 쉽지만, 없애기는 매우 어렵다. 습관은 평상시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의 결과물이다. 그 습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변화에도 두 가지가 있다.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 어떤 습관은 자신을 망치게 만들고, 어떤 것은 긍정적인 성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우리는 습관의 힘에 이끌려 자신도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따라서 자신의 습관을 잘 관찰하며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평생 할 수 있는 유익한 놀이가 된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좋은 습관이 아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생각은 무서운 놈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으로 인해 떠오른 생각, 또는 습관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지금의 나를 갉아먹는다. 생각에 빠진다는 것은 과거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지도 않는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현재를 사라지게 만든다. 생각은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을 개선하거나 타개하기 위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 또한 생각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감정은 생각을 더 이어가게 만들고, 그 생각은 다시 감정을 강화시킨다. 감정의 자양분은 생각이다. 생각이 없어지면 감정도 힘을 잃게 된다. 하지만 생각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하려 시도하면 할수록 오히려 생각은 더욱 복잡해지고, 감정은 더욱 고조된다. 한참 지난 후에 생각이라는 놈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하며 억울해한다. 억울해하며 다시 감정에 빠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왜 생각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과 뇌의 역할은 우리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자신의 삶과 생존이 무엇보다 최우선시된다. 따라서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그 생각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하게 되어 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다. 이런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기에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하더라도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이기심을 바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이기심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기심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판단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나 주어진 상황에 두루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고, 오히려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이기심이 만든 생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생각이 있는 한 이런 생각과 감정은 실과 바늘처럼 늘 따라다닌다. 그리고 이 둘은 한 몸이 된다. 시간이 지나며 처음 발생한 상황에 대한 생각은 잊히고, 감정이 만들어 낸 허상을 상대로 치열한 소모전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미 너무 멀리 와있다.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거려니 방향을 잃어버렸고, 원래의 상태가 무엇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생각과 감정을 거꾸로 따라가며 답을 찾으려 시도하지만 또다시 생각과 감정의 늪에 빠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윤회의 바퀴를 굴리고 있다. 이 바퀴를 멈추어야 한다.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생각이 없다면 어떠한 감정이나 마음의 상태도 그냥 흐르는 물처럼 지나간다. 생각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다. 감각기관을 지닌 인간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감촉을 느끼고, 그에 따른 생각을 하게 되어 있는 존재다. 생각은 하되, 생각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1초 전의 일도 흘려보내고, 1초 후의 일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니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지금-여기에 머물 수 있다. 그 방편이 바로 감각과 호흡을 통해 지금-여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감각과 호흡은 오직 지금-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다. 1초 전의 감각과 호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감각과 호흡을 느끼며 지금-여기로 돌아오면 이기심의 늪에서 벗어나 잠시 마음의 여유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여유 공간을 조금 더 넓게 만들어 나가고, 여유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난주 내내 홀로 집에서 지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홀가분함이 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다. 가끔 심심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할 일을 하면 그 심심함은 금방 사라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금요일에 걷기 모임에 나가 오랜만에 길벗을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과음을 한 것으로 인해 어제는 하루 종일 정신없는 상태로 보냈다. 이런 과음하는 나쁜 습관이 마음에 걸리지만, 과거에 매몰되거나 자신을 탓하는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과거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 습관의 변화를 만들어내면 된다.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면 감정은 저절로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고, 지금-여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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