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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인생 3막

상담심리사로서의 다짐

by 걷고 2024. 5. 16.

2015년 9월 1일에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벌써 만 9년이 지나간다. 자격증 취득 후 지금까지 상담 진행했던 과정을 돌아본다. 자격증만 취득하면 상담센터에서 바로 근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와 사회 경험은 많지만, 정작 상담 경력은 거의 없고 수련과정에서 진행한 상담이 전부였다. 게다가 나이 많은 남성 상담사는 상담 업계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않는 분위기다. 한때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이 업계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상담 업계에 대한 불만은 결국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담사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많은 상담센터를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운 좋게 그리고 고맙게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에서 상담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사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마음건강을 위한 상담과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내담자에게는 그들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차등으로 적용된 소액의 상담료를 받고, 상담 봉사를 하는 상담사는 무료로 상담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기관이나 정부 소속이 아닌 순수하고 투명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센터다. 자격증 취득 후 금년 초까지 상담을 진행했으니 상담 회기와는 별도로 8년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때로는 주 서너 사례를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북구청과 협약을 맺고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고, 1박 2일 심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경험이 근간이 되어 근로복지공단 EAP 상담심리사로 직장인 대상 상담을 진행했고, 서울 심리지원 센터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약 2년 간 근무하기도 했다. 예전에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의 요청으로 개인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약 9년 간 상담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최근에 과연 나는 상담사로서 상담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담자를 만나 상담을 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고, 때로는 상담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왜 상담을 시작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처음 시작은 인생 2막을 위한 경제적 도움과 보람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상담을 선택했다. 보람은 뒷전이고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말이다. 하지만 상담 업계 역시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쉬운 분야가 아니다. 이 분야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 대규모 상담센터가 상담 업계를 지배하고 있고, 작은 상담센터는 내담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대규모 센터에서 의뢰받아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와 프리랜서 상담사들도 많다.      

 

어제 상담사 두 명과 점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약 10년 전에 집단상담에서 만난 두 선생님은 나보다 상담 선배이고 지금 현역으로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상담 전공을 한 나로서는 상담 업계에 인맥이 없지만 다행스럽게 이 두 선생님을 만나 소식을 듣고, 정보도 얻고,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는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걷고의 걷기 학교’ 소식을 전하며 상담에 관한 고민을 얘기했다. 상담사로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상담사를 포기하고 걷기 학교에 집중할지 고민 중이다. 함께 얘기를 하며 불교상담이라는 분야, 그리고 상담사라는 나의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걷기와 상담, 이 두 분야에서 활동하며 나의 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물론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저절로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것이 아니고, 돈을 벌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저절로 내려놓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운하기도 하다. 걷기와 상담을 꾸준히 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전문가 즉 1급 자격증 취득에 관한 고민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금방 포기했었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견뎌온 인턴 과정의 힘든 시간과 경험으로 인해 더 이상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슈퍼바이저의 권위적인 태도는 참기 힘들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이들의 서명을 받은 수련 경력만을 인정해 주기에 억지로 참으며 견뎌왔다. 자격증 취득 후 더 이상 그 센터 근처에도 가기 싫었고, 더군다나 슈퍼바이저와는 상면조차 하기 싫었다. 길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피하거나 심지어 욕을 한 마디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불쾌한 감정은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다. 전문가 자격 취득을 위한 공부를 포기했던 이유가 분명해졌다. 슈퍼바이저의 권위적이고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근데 어제 두 선생님들과 얘기하며 상담 공부를 하고 싶고 상담사로 할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담자를 만나기 위해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상담사로서의 기본적인 태도다. 예전에 배웠던 것을 곶감 빼먹듯이 이용만 한다면 무책임하고 자격이 없는 상담사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상담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 선생님과 책을 한 권 정해서 돌아가며 발표하는 스터디 모임을 6월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 수련받는 것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아마 상담이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슈퍼바이저 없이 그간의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혼자 상담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부담이 올라와서 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내담자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상담사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상담 경험을 보다 많이 쌓고,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며 나 스스로 준비가 된 상담사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많은 내담자를 만나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한 명의 내담자를 만나더라도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사가 되고 싶다.      

 

슈퍼바이저의 권위적인 태도 역시 그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태도를 권위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같은 슈퍼바이저에게 인턴 과정을 경험하면서도 그에 대한 반응과 경험, 느낌과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게는 그의 권위적인 태도가 무척 불쾌했다. 또한 나이도 슈퍼바이저의 태도나 방법 또는 전달하는 방식을 쉽게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데 한몫을 한 것 같다. 만약 앞으로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 공부를 한다면 나이를 버려야 한다. 레지던트로서 지도를 받으며 필요한 공부를 하면 된다. 레지던트 입장에서 굳이 나이 많다는 것은 내세울 어떤 명분도 없다. 나이는 그냥 세월이 지나간 나이테에 불과하다. 인생 전반으로 보면 나이 든다는 것을 가볍게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배우는데 스승에게 또는 슈퍼바이저에게 나이를 거들먹거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기 싫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슈퍼바이저와의 부정적이고 불쾌한 경험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논문을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도전을 하려고 한다. 이제 공부할 준비가 된 것 같다. 과거의 불쾌한 경험도 어느 정도 사라졌고, 슈퍼바이저의 태도나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도 된 것 같다. 논문은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70세 정도 되면 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자격증 취득에 실패를 하더라도 수련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전문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격 요건을 살펴보았다. 수련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천천히 하나씩 해보자. 레지던트를 선발하는 곳이 아직은 없다. 시기적으로 연말쯤 선발한다고 하니 그때 가서 신청하면 된다. 그간 상담센터에 지원하지 않았는데 다시 지원을 해 볼 생각이다. 채용하면 좋은 일이고, 안 돼도 공부하며 기다리면 된다. 평생 할 일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상담사로서 기본적인 양심을 갖고 노력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설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만 잃지 않고 매일 조금씩 공부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마음이다. 두 상담사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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