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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경기 둘레길 참석자에게 드리는 말씀

by 걷고 2023. 5. 7.

경기 둘레길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7월 말경이 되면 긴 여정이 끝나게 됩니다. 요즘 그간 썼던 경기 둘레길 후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후기를 모아 책을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만의 좋은 추억거리를 책으로 만들어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글을 다시 읽고 수정과 보완 작업을 하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 길을 걸으며 느꼈던 좋은 추억과 우정, 힘든 과정을 함께 견디며 느꼈던 끈끈한 동지애를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을 살펴보니 처음에 이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긴 기간 걷는 프로젝트여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몇몇 분들은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함께 걷고 있으며, 그분들 덕분에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걸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한번 참석한 사람은 끝까지 함께 참석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습니다. 공지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하고 그 길을 걷고 싶고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면 함께 즐겁게 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아무도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홀로 걷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지난 후기를 다시 읽으면서 길동무들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걷는 즐거움이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중요한 이유가 바로 리더인 제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남은 길을 즐겁게 걷고 잘 마무리하기 위한 제 다짐과 당부의 말씀을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걷기 마당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생각과 경험, 가치관, 판단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그 중재 역할을 잘하면 좋을 텐데 제겐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걷기 동호회 리더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도 합니다. 게다가 저 또한 가끔 누군가의 언행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며 그 사람을 멀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험담을 하거나 속으로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이런 태도부터 고쳐야겠습니다. 불편함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그 불편함을 외부로 표출하거나 험담하지 않고 걷기에 집중하며 불편함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의식하든 못하든 저의 잘못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불편함을 느꼈던 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 좀 더 친절하고 배려하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힘든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길동무들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배낭을 짊어지거나, 끌어주고 밀어주기도 하고, 옆에서 보속을 맞추며 즐거운 대화와 격려를 하며 걷거나, 자신을 위해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팀으로 움직이는 걷기는 한 사람의 불편함이 모두에게 전달되고, 한 사람의 도움 역시 모두에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지친 상황에서 누군가의 불편함을 떠맡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기꺼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자신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저의 불편함이 누군가의 편안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걷는 길동무들 중에 리더인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직접 말씀하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듣기도 합니다. 비록 제가 리더이지만 저 역시 여러분들과 동등한 걷기 마당의 회원에 불과합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상호 관계에서 불편함으로 다가와서도 안 되고, 리더라는 완장이 팀원들과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전적으로 저의 잘못입니다. 언제든 제게 걷기 진행에 관한 제안을 주시면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 말씀하신 의견이 수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을 겁니다. 여러 상황을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니 설사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최종적으로 내린 저의 결정에 대한 수용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그간 리더로서 걸을 코스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해왔습니다. 저 때문에 길동무들이 불필요한 알바를 한 적도 많았고, 길동무들이 길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린다면 그간 길동무들이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리더로서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앞으로는 사전에 걷는 코스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검토를 통해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석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습니다. 공지에 나온 코스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지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걷는 도중 힘들면 언제든 제게 편하게 힘들다고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는 대처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뒤풀이는 길을 잘 걸었기에 참석자들이 자리를 만들어 리더를 초대하는 자리고, 그 자리에서 길에 대한 얘기를 즐겁게 나누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뒤풀이에서 리더는 조용히 그리고 감사하게 참석하면 되는 자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뒤풀이에 관한 어떤 의견도 내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걷기 마당에는 뒤풀이 비용 정산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많이 먹고, 누군가는 많이 마시는 일로 인해 1/n의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길게 이어지는 자리도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조금 양보하고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리더로서 뒤풀이에 관해 일체 관여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뒤풀이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희망하시는 분들만 참석하시면 되는 자리입니다. 이 점 이해하셔서 뒤풀이로 인한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걷기에 충실한 경기 둘레길 모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주 만나다 보니 즐거운 일도 생기고 불편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걷기에 집중하며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는 현명한 걷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걷기에 집중하며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대화로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우리가 걸으며 배울 수 있는 지혜입니다. 남은 길을 즐겁고 행복하게 여러분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저의 초심을 다지며 여러분께 좀 더 친절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간 많은 도움 주신 분께 드리고 참석하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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