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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우리를 변화시킨 경기 둘레길

by 걷고 2023. 2. 19.

모든 것은 변한다. 변화는 희망의 단어이다. 만약 변하지 않는다면 삶은 무료해지고 희망이 없어지며 삶의 동력이 사라진다. 반대로 변화는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고,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한다. 계절의 변화는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추위와 더위를 못 견뎌하고 늘 봄이나 가을 날씨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주변 상황의 변화는 도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 변화가 없는 사람은 늘 지금 자리에 머물면서 성장과 성숙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모든 사람과 상황이 자신이 만든 틀 속으로 들어오길 바라고, 그렇지 않을 경우 힘들어한다. 변화를 도전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활력과 질이 매우 달라진다.   

   

경기 둘레길을 걸으며 많은 변화를 맞이한다.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두 번 참석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걷는 사람들의 변화가 있다. 기존에 참석하는 사람들만 참석한다면 이 모임은 편안할 수는 있어도 활력은 시간이 지나며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의 참석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활기차고 즐겁게 수다를 떨며 걷는다.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틀에 갇혀 불편함을 참지 못해 참석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과 사람을 고집하는 한 그 사람은 외롭고 불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다. 물론 천성이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홀로 지내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는 것이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과 같지 않다. 홀로 지낼 때도 잘 지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역시 잘 지내기도 한다. 다만 홀로 있는 것을 좀 더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것도 함께 걷는다는 것은 변화를 통해 성장과 성숙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계절의 변화도 걸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자 고통이다.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부는 청명한 날씨는 걷는 발걸음을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 준다. 이슬비를 맞고 걷거나 우산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즐거움은 마치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과 같아서 매우 즐겁게 걸을 수 있다. 무더위 속을 걸으며 몸의 땀을 흠뻑 흘리며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마치 땀을 통해 그간 세속 속에 찌들었던 삶의 때를 벗겨내고 마음속 고통을 밖으로 분출시키는 것 같다. 한파 속을 걸으면서 느슨해졌던 마음의 긴장을 다시 조이고 삶을 재정비한다.  매화가 추위를 견뎌 내고 피웠기에 더욱 아름답듯이 바닷물이 얼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자신의 내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시간을 기다린다. 계절의 변화는 기다림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기다림’이란 맹목적이고 허망한 꿈과 같은 기다림이 아니다. ‘기다림’은 하루하루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좋은 세월이 오기를 누워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길을 가며 좋은 세월을 맞이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기다림’은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이다.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는 지혜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경기 둘레길을 처음 시작할 때 20km 정도만 걸어도 힘들다고 고통을 하소연 한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다. 보통 10km 정도 걷는데 두 배 이상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평지도 있지만, 산길이 있고, 제법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해야 한다. 오르막은 내리막의 서곡이다. 20km 이상의 거리를 걷는데 한 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거의 매주 9개월 이상 걷고 있다. 앞으로도 약 5개월 이상 걸어야 경기 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다. 이 길을 꾸준히 걸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큰 변화가 있다. 이제는 20km 정도 걷는 것에는 별 만족을 느끼지 않고 최소한 25km 정도 걸어야 걷기 욕구가 조금 채워진다. 30km 이상을 걸어야 걷기 욕구가 충족된 것 같다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행복, 충만함, 기쁨, 자긍심, 만족감, 자신감에 가득한 모습으로 자신과 길동무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꾸준히 걸은 사람들에게 나타난 변화는 단순히 먼 거리를 걷는 것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길의 거리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그냥 길이 있기에 거리와 상관없이 걷는다. 길의 모습에도 상관하지 않고 걷는다. 평지든, 높낮이가 심한 산길이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바닷길이나 강 길이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길을 걷는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고 그냥 걷다 보니 목적지에 이미 도착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새로운 길의 출발점이 된다. 인생은 여정이라고 한다. 여정은 여행의 과정을 의미한다. 과정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목표를 향해 걷거나 살아간다면 그 목적이 삶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을 살아간다면 매 순간이 삶의 과정이자 목표이고 삶의 의미가 된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과정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그런 변화를 걸으며 느낀다. 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계절에 대한 호불호가 사라지고,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진다. 길이 또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멋진 선물이다.    

  

이제 경기 갯길은 세 코스가 남아있다. 58, 59, 60 코스다. 애초 계획은 58과 59코스를 한 주에 걷고, 그다음 주에 천천히 여유롭게 60코스를 걸으며 경기 갯길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길동무들은 약 16km 정도인  58과 59코스를 걷는 것이 불만인 듯 60코스까지 마저 걷자고 한다. 16km 걸으면 결코 그들의 걷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한 저항(?)에 부딪치리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60코스까지 마저 걷기로 거의 강요에 가까운 합의 아닌 합의를 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길동무들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경기 둘레길이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길은 아무 말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우리 발과 몸으로 길을 걸으며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의 크기와 무게와 강도는 세상 어느 선물보다도 강하고 크다. 선물은 시간이 지나면 잊거나 사라지지만, 경기 둘레길이 준 이 ‘변화’라는 선물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그 빛을 발한다.    

 

과연 길이 우리를 변화시켰을까? 길을 걸으며 변화되었기에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길이 있어도 걷지 않는다면, 또 수많은 변화 요인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자신이 발과 몸으로 직접 걷고 체험하며 만들어 낸 멋진 변화이다. 이 모든 변화에 경기 둘레길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멋진 변화가 우리 삶 속에 녹아나 우리의 삶이 매우 멋진 삶이 될 것이다.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를 감내하며 만들어 낸 우리들만의 멋진 삶이다. 경기 둘레길 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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