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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경기 둘레길 4회 차 후기] 바보 삼 남매

by 걷고 2022. 6. 19.

 9시 30분에 운양역에서 만나서 7번 버스를 타고 전류리 포구에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지난번 걷기를 진행할 때 10시에 모여서 7번 버스는 놓쳤던 기억이 있어서 30분 일찍 모인 것이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운행하는 버스 시간을 맞추는 방법은 1시간을 기다리는 여유와 시행착오를 통해서 버스 운영 시간을 대충 짐작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9시 45분경 버스를 타고 전류 포구에 도착하니 10시. 전류 포구에서 일산대교 방향으로 걷는 길은 평화누리 자전거 길과 겹쳐서 걸을 때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좁은 길을 바이크족과 걷기족이 교행 하며 겯기 위해서는 양보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가끔 바이크족의 선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고 우리는 답례를 한다.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크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 모두 즐거워한다.     

 

 좌측에 철조망 벽이 끝도 없이 길게 서있다. 철조망 건너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길을 걷고 싶다. 걸을 수 없는 길이기에 더욱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숲길 너머 한강이 무심하게 흐른다. 한강과 숲길 사이게 두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아마 군사용 차들이 이동하며 만들어진 길인 것 같다. 그 길도 걷고 싶다. 길을 걸으며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일까? 길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길 속에서 길을 찾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길은 걷는 사람들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즉 우리의 스승이 된다. 비단 길 뿐이 아니다.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다. 사계의 변화는 무상의 진리를 가르쳐주고,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서로를 닮아가기 위해 성형을 하지 않는다. 다양성이 주는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있다. 가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 얼굴에 개성이 없다.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자신의 개성이 사라진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서로의 외양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인간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철책으로 ‘나와 너’를 구분한다. 땅에도 금을 긋고 ‘너와 나’의 소유를 구분한다. 하늘에도 금을 긋고, 바다에도 금을 긋는다. 나라의 경계마다 벽을 세우고 넘어가기 위해 입국 심사를 한다. 인디언들은 종이 문서로 땅을 사고파는 미국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 생각하면 참 우스운 발상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해괴망측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땅을 사고 집을 사기 위해 평생 몸 바쳐 일을 한다. 원하는 것을 얻고 나서는 한 순간 좋아하며 더 크고 넓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또 몸을 바친다. 그것뿐만 아니다. 높은 벽과 울타리로 ‘너와 나’를 나누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몸은 안락할 수 있지만, 마음은 늘 더 높고 넓은 곳을 향해 잠시도 가만히 쉬지 못한다. 가끔 외계인들이 지구를 습격하는 상상을 한다. 외계인들에게 땅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국가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계인들이 침공하면 협공하기 위해 혹시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쟁이 멈추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 본다. ‘너와 나’를 나누는 순간, 그 안에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너와 나’가 ‘우리’가 되지 않는 한 잠시도 갈등은 멈추지 않는다.    

 

 햇빛을 가릴 그늘이 없는 평지길을 걷는다. 다행스럽게 하늘이 구름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바람은 우리에게 시원한 자연 냉방을 불어준다. 자연에 순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걷기족에게 자연은 이런 좋은 선물을 제공한다. 지루한 포장길과 자전거 도로를 지나니 ‘한강 야생 조류 생태공원’이 나온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며 그간 걸어오느라 수고했다며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준다. 공원은 매우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잠시 쉬는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우정도 돈독해진다. 어쩌면 이 휴식처는 다음 길의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원을 지나 일산대교 진입로까지 가는 길에 악취라는 전혀 예상도 못한 걸림돌을 맞이한다. 악취의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숨을 쉬며 걷는 우리들에게 악취는 넘어야 할 고산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함께 걷는 어느 누구도 악취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고 서로를 응원해주고 있다. 그런 표현되지 않은 표현이 고맙다. 길동무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예의, 그리고 배려심을 두루 지닌 멋진 길동무들이다.      

 꽃가루님, 비단님, 도니 님, 다니엘 1님이 그분들이다. 꽃가루님은 걷기의 달인이다. 국내의 다양한 길을 많이 걸으셨고, 핸드폰에는 수많은 배지들이 가득한 부자이다. 여유로운 발걸음과 미소가 아름답다. 비단님은 20kg을 감량한 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의지의 여성이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멋진 사람이다. 도니 님은 나와 산티아고에선 만난 친구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혼자 해파랑길, 남파랑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을 완주했고, 곧 서해랑길을 걸을 계획을 갖고 있다. 텐트를 짊어지고 다니면 길 위에서 잠을 자고 길 위를 걷는 멋진 사나이다. 다니엘 1님은 사업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후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준비하고 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나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그의 인생의 부침은 그만큼 그를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인생의 큰 좌절은 하늘이 내려주신 큰 선물이다. 좌절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숙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상황과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길동무들과 함께 걷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즐거움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일산대교를 지나 일산으로 접어들었다. 도심 외곽이지만 공원이 매우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참 살만한 나라이다. 공원이 곳곳에 잘 가꾸어져 있다는 것은 우리네 삶의 여유가 그만큼 생겼다는 의미다. 목적지인 동패 지하차도 가는 길에 GAZA전시장이 있다. 함께 걷는 도니 님의 사진이 전시된 곳이다. 전시장 개관을 축하하는 전시회로 많은 작가들의 사진, 조형물, 조각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도니 님을 축하했고, 우리는 문화생활을 만끽했다. 전시장에서 목적지까지는 약 300m 정도 되는 거리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스탬프를 찍으며 완주를 즐겼다.      

이때였다드디어 바보 삼 남매’가 나타난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그곳에서 가좌동 종점까지 걸어가서 9701, 9707 버스를 타고 대화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양 똥이 님이 종점 위치를 찍어주셨는데도 그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내 핸드폰의 기능은 다른 사람들의 기능과 다른지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나온다두 여성분들이 핸드폰을 켜고 길을 찾는다그리고 헤매고 다시 길을 찾는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 1님이 우리에게 바보 삼 남매’라는 애칭을 붙여주셨다하지만 바보는 바라보는 모든 것이 보물이라는 준말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우리에게 길을 헤매는 것은 보물 찾기와 같은 즐거움이다그리고 우리는 그 보물을 찾았다버스를 타고 대화역에 내려서 마신 시원한 맥주 한잔의 즐거움은 온 세상을 보물로 만들어주었다앞으로도 우리 바보 삼 남매’의 걷기는 계속될 것이고누구든지 바보의 세상에 오는 것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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