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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달마 고도 길] 친절함이란?

by 걷고 2022. 6. 27.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을 주제로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11월 18일에 개통한 둘레길이다. 달마 고도는 해남 미황사에서 시작하여 달마산 주능선 전체를 아우르는 여행길이다. 이 길은 미황사 주지인 금강이 기획했다. 달마 고도는 4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는 17.74km이며, 한 바퀴 도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 (네이버 지식백과)     

 이 길을 오랜 전부터 걷고 싶었다. 예전에 미황사에 머물며 도솔암과 천년 숲길을 홀로 조용히 걸었던 기억이 있다. 달마 고도 길이 조성되기 이전이다. 조성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가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걷기 동호회 걷기 마당에서 나들이님이 공지를 올려서 덕분에 즐겁게 다녀왔다. 시간 상 전체 코스를 완주하지는 못했고, 전체 코스의 약 1/3 정도를 걷고 왔다. 어제 상경했는데도 달마 고도 길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조만간 다시 들려 완주할 생각에 마음이 벌써 설렌다. 길을 걷는 내내 마음이 평온해지고, 눈은 시원해지고, 잡념은 사라진다. 가끔 들리는 새소리는 세속의 속된 소리를 지워준다. 짙은 숲의 그늘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동시에 바깥세상의 온갖 오염을 막아주는 우산이 된다. 이 길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출가가 시작된다. 출가의 의미는 세상의 모든 시비를 떠나는 것이다. 길을 걸으며 길을 느끼고 길과 하나가 되는 행위가 출가이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출가자들이다.  

    

 예전에 금강스님과 차 한 잔 마시고 있는데 한 여성분이 찾아와 하룻밤 쉬고 가고 싶다고 하며 자신의 힘든 얘기를 하셨다. 스님께서는 차 한 잔 건네시며 “편안히 쉬고 가세요”라고 인자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말씀을 하셨다. 그 순간 그 여성분의 얼굴에 안도감이 올라왔다. 찻잔이 가득한 큰 상에 빗대어 자신의 마음을 넓히면 힘든 일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덕담도 말씀하셨다. 그 여성분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하신 법문이다. 금강 스님께서 달마 고도 길을 여신 이유도 편히 쉬면서 걷고, 걸으며 마음을 넓히고, 넓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길을 걸으면 저절로 세상의 모든 고민을 내려놓게 된다. 길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고, 몸의 피곤함이 세상사를 저절로 잊게 만들기도 하고, 빼어난 경치와 달마산이 주는 좋은 기운이 지친 마음에 활력을 충전시켜준다.    

  

 길을 걸으며, 또 목포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친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들고 다니는 화두가 ‘친절’이다. 달라이 라마께서 외국의 한 대학교에서 법문을 하시는 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불교가 뭡니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불자의 모습입니까?” 달라이 라마께서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불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종교의 본질은 친절함이다. 친절이라는 단어가 종교마다 다른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자비나 연민으로 표현하고 기독교에서는 사랑으로 표현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든 의미는 같다. 친절은 사람과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과 사랑, 배려, 나눔이다.     

 사람의 크기는 모두 같다. 다만 같은 크기의 그릇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큰 사람’이 되기도 하고 ‘작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욕심과 번뇌와 분노와 어리석음이 가득한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기에 ‘작은 사람’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비운 그릇에는 남을 담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큰 사람’이다. 자신을 비운 곳에 남을 위한 ‘친절’을 채울 수 있다. 개인적인 욕망, 자신을 내세우려는 욕심, 좋은 것만 취하고 불편하거나 나쁜 것은 취하지 않으려는 이기심, 자신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나쁜 마음을 지닌 사람은 친절할 수 없다. 설사 겉으로는 친절해 보여도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자문한다. “나는 과연 친절한 사람인가?” 아니다. 오늘 이전까지는 결코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친절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겨우 알게 된 사람이다.   

   

 이번 달마 고도 여행은 내게 어떤 것이 친절함인지 가르쳐 주었다. 길을 기획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검색을 통해서 참석자에게 가능하면 좋은 길과 맛있는 음식,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다. 나들이님이다. 돈벌이가 아니기에 직업도 아니다.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혼자만 즐겨도 되는데 굳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것도 아니다. 렌터카를 직접 운전하고, 중간에 좋은 곳 찾아 검색하고, 사진 찍어 추억을 남기는 일을 굳이 누가 나서서 하고 싶을까? 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다. 매우 친절한 사람이란 ‘매우 큰 사람’을 의미한다. 총무 역할을 맡은 분, 배라님은 수금하고, 정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인원의 변경에 따른 수많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 인원 조정에 따른 렌트가 예약 변경을 하는 번거로움을 단 한 번도 싫어하는 내색도 없이 해 낸다. 참 친절한 사람이다. 그녀는 ‘참 큰 사람’이다. 참석자 모든 분들도 역시 매우 친절한 사람들이다. 1박 2일의 여정 동안 백인백색으로 각자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내거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다. 참석자 모두 ‘매우 큰 사람’이다.    

 이분들이 선한 영향력은 그 여파가 매우 크다. 나처럼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들의 모습으로 ‘친절함’을 가르쳐 주었고, 그 감동 덕분에 친절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얼마만큼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걷기 마당이라는 동호회에 있는 한 이 분들은 끊임없이 내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변한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나도 따라서 언젠가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한 분 한 분 호명하고 싶다. 나들이님, 배라님, 스마일 영님, 초롱초롱님, 걷는호동맘님, 생키미님, 테라님, 폴리님, 태양의미소님, 걷고.   

   

 “진짜 자신에 관한 진실은 일상생활의 도를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평범함과 신은 다르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관심과 친절로 살아가는 일뿐입니다. 나머지는 적당한 시기에 저절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멀찍이 돌아온 영의 여행 끝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동료 존재들이 내 삶을 바꾼 현존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일로 복귀했습니다.” (의식 혁명, 데이비트 호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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