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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수요 저녁 침묵 걷기 05] 건강과 걷기

by 걷고 2022. 6. 22.

내일 비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날씨가 매우 무덥다. 월드컵경기장 역에 모여 인사하고 걷기 시작한다. 경기장에는 축구 경기가 있는지 장내 아나운서의 선동적인 목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다. 이 무더운 날씨에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정이 부럽고 멋지다. 내게 그런 열정은 남아있지 않다. 밋밋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밋밋함 속에 드러나지 않는 열정과 꾸준함이 있다.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우리는 무더위 속에서 걷기 위해 모였다. 걷기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나오신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을 받게 되어 있는데, 수술 전 체력을 쌓기 위해 서울 둘레길을 열심히 걸었던 분이다. 수술 마친 후 어느 정도 회복되어 다시 나와 걷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체력이 부족해서 걷는데 힘들어 보여 안타까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나오셨다. 반가웠다. 오랜만에 나온 분을 반갑게 맞이할 때 길 안내자로 보람을 느낀다. 그분의 건강은 좋아 보였고, 약은 계속 복용하지만 건강하다고 한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좋다. 앞으로 꾸준히 나오셔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시길 바란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분께서도 고혈압으로 쓰러져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지금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아내의 추천으로 걷기 동호회인 걷기 마당에 가입했다고 한다. 워낙 잘 걸으시고 표정도 밝으시고 말씀도 차분하게 하시는 분이어서 그분의 말씀을 듣기 전에는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꾸준히 나오셔서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시길 바란다.     

 

 강동 경희대학교 병원에 근무하시는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는 장노년의 운동법으로 둘레길을 걸으라고 권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걷는 운동은 대사 관련 모든 수치를 호전시키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입증된 유익한 운동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걷기 편안하고 안전한 둘레길이 많다. 그 대표적인 길로 서울 둘레길이 있고, 각 지자체마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둘레길이나 자락길을 조성하고 있다. 걷기 동호회도 많이 있다.      

 

 왜 걸을까? 사람마다 걷는 이유가 비록 다르기는 하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다.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취미로,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로, 사색과 성찰을 위해 등등. 오늘 함께 걷는 한 분이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걷기 힘들거나 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걷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축복이다. 다리 다친 사람들에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언제든 편안하게 걷거나 뛰어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복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런 일상의 축복을 잊고 살아간다.      

 

 무더위 속에서 한강변을 걷는다.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다. 고양이들이 길가에 누워 자기들의 영역인양 우리들의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있다. 한강변을 걸을 때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길을 걷는다. 이 길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길로 한적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난지 캠핑장에는 텐트의 화려하고 멋진 조명이 우리를 유혹한다. 당장이라고 뛰어들어 합석하고 싶지만, 그 들뜬 마음을 바라보며 발의 감각에 집중한다. 걸으며 발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바로 걷기 명상이다. 발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느낌이 있다. 발과 땅이 닿는 느낌, 작은 돌들을 밟는 느낌, 발과 양말의 감촉, 발에서 느껴지는 온기나 땀, 발이 움직일 때 바람이 닿는 느낌 등 수많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을 발의 감각으로 돌림으로써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한강공원을 지나 노을공원 둘레길에 들어섰다. 넓은 평지 길이다. 여기부터 메타세쿼이아 길과 희망의 숲길까지 30분간 침묵 걷기를 한다. 자유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방해되기도 하지만, 차 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발의 감각으로부터 멀어진 순간이다.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발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소리는 발의 감각을 느끼는데 방해하지는 않는다. 소리는 있지만, 소리는 없다. 소리는, 모든 감각은 우리가 느끼고 인식할 때만 존재한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걷거나 생각에 빠져 걸을 때 길가에 들리는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길을 걸어도 어떤 사람은 길가의 음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의 패션을 보고, 어떤 사람은 길가의 광고판을 본다.      

 

 침묵 걷기를 하며 각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불성설이다.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침묵 걷기를 하자고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침묵은 하되 걷기 명상은 사라지고 생각만 가득한 침묵 걷기다. 건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걸었다. 또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걷는 사람들이 건강하길 기원하며 걸었다. 걷기 명상은 하지 못했지만, 침묵 속 자애명상은 한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시킨다. 건강에 관심을 점점 더 많이 갖게 된다. 오전에 외출하고 돌아와서 낮잠을 30분 자고 걷기에 나갔다. 피곤해서 저절로 잠이 온다. 피로감을 예전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느끼고 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노화현상이다. 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운동하고, 사람들 만나고, 사회생활해 나가는 일상 속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궁금해하던 차였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퇴원 후 집에서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맙고 반가웠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친께서 거동이 불편하셔서 돌보고 있다고 한다. 자신 한 몸 관리하기도 힘든 시점에 부모님의 건강이나 자식들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 한평생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녹녹한 일은 아니다. 걷자. 힘든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거나 걷자. 걸으며 생각을 떨쳐버리자. 마음의 짐도 놓아버리자.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할 일을 하자. 걷는 시간만이라도 오직 걷기에만 집중해서 걷자. 걸으며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 여유 공간으로 일상으로 돌아가 활기차게 활동하자. 걷기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유지시켜주고 강화시켜주는 가장 좋은 운동이다. 우리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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