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730 – 21210804 52km
코스: 안산 자락길, 봉산 외
평균 속도: 4km/h
누적거리: 4,55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여전히 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날씨 역시 자연의 철칙인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금언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금언 중 금언이다. 올림픽 경기도 무더위를 견딜 수 있는 큰 몫을 했다. 단 한 번의 승부를 위해 5년간 땀 흘린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선수들의 승부에 대한 태도 변화도 보기 좋았다. 상대방 선수를 존중하는 태도와 팀을 이루는 선수들 간의 단합된 모습도 보기 좋았다. 코로나가 아무리 힘들게 만들어도 우리는 그 속에서 다시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며 극복해 나간다. 어려운 상황은 사람들을 강하게 만든다. 강하게 만든다기보다는 적응하게 만든다. 적응은 변화에 잘 대처한 결과이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라는 진화론의 명언이 기억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면 살아남고, 그런 변화는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고, 변화와 적응을 통해 진화해 간다. 인생 1막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위한 준비와 변화를 맞이하는 친구들을 최근에 만났다. 그들의 멋진 인생 2막은 삶을 더욱 여유롭고 단순하며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친구 A는 인사 전문가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친구이다. 퇴직 후 진로 및 직업 상담 전문가로 전직 지원 컨설턴트 업무를 하던 친구이다. 어느 날 그 친구는 하던 업무를 그만두고 과감하게 공장에 취업했다.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종이 박스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 머리 쓰지 않고 몸으로 노동을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평생 머리로 일을 해온 친구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노동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노동의 즐거움, 노동 후 휴식의 즐거움, 그리고 노동에 따른 보상의 즐거움. 그는 건강한 노동을 하며 인생 2막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주말에는 명산 100 곳을 찾아다니고 있고, 전시회나 국내 명소를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 그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뉴트로 여행 가이드 북인 <하루쯤 옛 도시 여행> 이라는 책을 발간했고, 그 외에 세 권의 여행기를 공저로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더 근무한 후에는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하다. 여행 다니며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이다. 그의 멋진 인생 2막을 응원한다.
친구 B는 잡지사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친구다.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유명 월간 잡지 편집과 디자인을 총괄하는 업무를 했다. 퇴직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할 일을 찾던 차에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공사판에 뛰어들었다. 평상시에 불교와 마음공부에 관심을 많이 갖고 꾸준히 일상 속 공부를 해오던 친구가 갑자기 공사판으로 가겠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공사판은 하청에 재하청을 받는 공사판의 마지막 단계인 것 같다.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친구가 평생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허리가 아파 고생도 많이 했고, 공사장에서 다치기도 했고, 거친 사람들과 지내며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1년 정도 하고는 그만둘 것이라 생각하고, 빨리 돌아오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한참 어긋났다. 벌써 만 5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상경해서 막걸리 한잔 했다. 그 친구는 공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틀이 깨졌다고 했다. 자신이 겪고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간 쌓아왔던 자신의 틀이 깨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오늘 하루만 사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제는 언제까지 그 일을 하겠다는 생각 조차 내려놓고 단지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고 했다. 몸으로 삶을 깨닫고, 건강한 노동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느끼고, 단지 오늘 하루만을 사는 것이라는 삶의 지혜를 얻은 멋진 친구에게 다시 막걸리 한잔 따르고 싶다.
친구 C는 여상을 졸업한 후 은행에 취업해서 은행에서 퇴직한 친구이다. 35년 이상 외길 인생을 살아온 친구이다. 업무를 하며 학사 학위를 받았고, 딸과 쌍둥이 아들을 낳아 키웠다. 평생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차별 대우도 받았다.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 함께 가지 못해 속으로 많이 울기도 했을 것이다. 퇴직 후 기타 동아리 자원봉사, 찬불가 보급 과정 등을 공부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 친구 역시 불교와 마음공부에 많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수행하며 삶과 수행의 합일을 위해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원주에 작은 농막을 지었다. 농막 개장 모임에 참석해서 같이 축하해주며 기뻐했다. 그녀는 시간 날 때마다 농막에 내려가 며칠씩 쉬며 밭을 일구기도 했다. 최근에는 키운 농작물을 주변에 나눠주며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녀는 아마 농막 앞 밭에서 잡초를 뽑으며 마음의 잡초도 뽑아내고 있을 것이다. 평생 아내, 직장인, 엄마, 며느리, 딸, 장녀로 역할에만 충실하게 살아왔던 자신에게 농막을 통해서 따뜻한 보상을 해 주고 있다. 그녀에게 휴식은 자연스럽게 마음 밭 일구는 일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자신에게 자유와 평온, 휴식을 제공하며 삶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아름다운 삶을 이어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친구 D는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친구이다.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퇴임 후 산티아고를 걸으며 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는 음악, 사진, 걷기, 책이라는 네 명의 친구들이 있다. 걸으며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정리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책을 통해 내면을 경작하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 화려했던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다. 네 친구들 때문에 직장생활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과 열정이 많은 친구이다. 퇴임한 요즘 그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매우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을 모두 완주했고, 요즘은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누나와 미국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과 함께 남파랑길을 며칠간 걸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고 한다. 산티아고 사진전을 이미 두 번 개최했고, 8월 10일부터 9월 17일까지 동생과 함께 ‘Bro, Bro 최연돈, 최연우 작품전’(갤러리 이르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로 127 명학 빌딩 B1-2)을 개최한다. 그는 코리아 둘레길 2,500km를 모두 완주하게 되면 그의 걷기가 일단락될 것 같다고 한다. 그와 함께 산티아고에서 걸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며칠간 함께 걷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후반기, 인생 2막을 막막해하며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간 공부하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약 30년 정도의 사회생활을 한다. 인생 2막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지불하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시작이다. 준비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과거의 자신을 버리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알을 깨는 고통도 필요하다. 알에서 깨어 나와야만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의 세계에 갇혀 늘 불안과 걱정, 불만 속에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과거를 과감히 버렸다.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한 힘든 여정을 즐겁게 시작했다. 인생 2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는 과정이다. 설사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하더라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활력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인생 2막은 ‘행복’을 찾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쩌면 ‘삶의 의미’를 찾게 되면 ‘행복’이 따라 올 수도 있다. 실은 이 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도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네 명의 친구들은 멋진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있는 나는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그 친구들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나 역시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뻔뻔함을 무기로 그들의 삶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삶의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이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그 친구들의 삶이 고맙다. 네 친구들의 멋진 인생 2막을 응원한다. 파이팅!!
'걷고의 걷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고의 걷기 일기 0258] 장봉도 트레킹 (0) | 2021.08.08 |
---|---|
[걷고의 걷기 일기 0257]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0) | 2021.08.06 |
[걷고의 걷기 일기 0255]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 (0) | 2021.07.30 |
[걷고의 걷기 일기 0254] 어느 가장의 이야기 (0) | 2021.07.29 |
[걷고의 걷기 일기 0253] 삶의 재미 (0) | 2021.07.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