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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일기45

<구업(口業)과 수행> 어제 업무 차 지방에 하루 종일 다녀오느라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니 몸이 피곤하다. 전철 안에서 또는 이동하면서 발과 배의 감각에 집중하려 했지만 잘 되는 않는다. 대신 차분한 음악을 듣는다. 비 오는 아침에 듣기 편안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이다. 클래식 음악의 문외한이지만 지인이 보내 준 음악으로 늘 들으며 비 오는 평온한 아침에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음악이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약간은 우울한 음악이지만 이런 날씨에는 제격이다. 음악을 듣고 잠시 배의 감각에 집중해 보지만 시간에 쫓기며 이동하다 보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냥 편안하게 밖을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쉰다. 업무 마치고 동료 차에 네 명이 타고 함께 이동한다. 같은 업무를 하며 가끔 만나는 동.. 2024. 11. 27.
<약속> 일주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매일 같은 날임에도 날에 의미를 부여한다. 일 년의 시작, 일주일의 시작, 새로운 한 해 첫날의 시작, 한 해의 마지막 날 등등.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다지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연, 금주, 아침 일찍 기상하기, 매일 운동하기 등등 다양한 약속을 자신과 한 후 지키거나 어긴다. 지킨 후에는 더 발전된 약속을 만들고, 어긴 후에는 다시 새로운 약속을 만든다. 자신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약속도 중요하다. 약속은 존중의 의미다.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타인과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특히 타인과의 약속은 얼마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느냐에 따라 그 약속을 지키거나 또는 쉽게 어기기도 한다. 약.. 2024. 11. 25.
<수행과 생활> 어제는 후배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약 20년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첼로 연주를 하는 후배다. 어제한 공연이 이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그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몇몇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20년간 매주 토요일에 모여 연습을 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일을 한 사람들이다. 단원들 중에는 끝까지 남은 사람도 있겠고, 중간에 그만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어 있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은 유지된다. 단장과 지휘자 그리고 몇몇 단원들만 굳게 뭉쳐서 삶의 가치를 함께 공유한다면 어떤 모임도 모임의 규모와 상관없이 잘 유지될 수 있.. 2024. 11. 24.
수행 시간 백수인데도 뭔가 매일매일 할 일이 있다. 동작도 많이 느려지고, 이해력도 떨어지고,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 가지 생각하면 그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동시에 다른 일은 할 수도 없다. 요즘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점이다. 예전에는 기상 후 출근하는데 30분이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요즘은 외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동작이 많이 느려지고, 생각은 많아지고, 행동은 나의 뜻처럼 따르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백수긴 하지만 주 하루나 이틀 정도 외부 업무를 보러 나가기도 하고, 주 이틀은 딸네 가서 기사 노릇을 한다. 주말에는 걷기 모임을 이끌고, 가끔 시간이 날 때는 답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아내와 얼굴 마주 보고 식사할 시간도 거의 없다... 2024.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