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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일기29

<나를 찾아 떠나는 동안거 > 후배의 죽음 믿음직하고 좋은 후배가 유명을 달리했다. 당뇨로 고생하다 암이 발생했고 패혈증이 왔다. 병마와 싸우다 삶을 마감했다. 늘 웃고 정이 많은 친구였다. 이제는 그 친구를 볼 수가 없다. 장례식장에 들어가서 바로 문상을 하지 못하고 주위를 서성거리며 마음속으로 광명진언을 염하며 그 친구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문상을 하고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예쁜 딸이 한 명 있다. 부인은 슬픔을 억제할 수가 없는지 연신 눈물을 흘린다. 그 옆에는 후배의 동생이 아들과 함께 서서 문상객을 맞이한다.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홀로 떠났다. 부모님 모두 생존해 계신다고 한다.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님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부모님과 아내, 어린 딸을 두고 떠나는 그 친구의 마음은 또 어떨까? 자신을 괴롭혔던 몸을 떠.. 2023. 1. 23.
<나를 찾아 떠나는 동안거 > 사전(死前) 장례식 격주 간으로 상담 전문가 두 명과 함께 상담 전공 공부하는 모임에 참석한다. 나보다 상담 경험이 많은 분들과 공부를 하며 많이 배운다. 상담가로서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 갖고 준비해 온 자료를 나누며 공부한다. ‘치료자의 자기 분석과 성장을 위한 워크북’에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 첫 한 시간을 보낸다. 약 10년 정도 알고 지낸 편안한 동료 상담사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자기 노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어제는 상담사로서 기능하는데 방해가 되는 자신의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세 사람 모두 공통되는 의견이 한 가지 있다. 스스로 상담사로서 아직 부족해서 그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두 분에 비해 나는 많이 게으른.. 2023. 1. 18.
<나를 찾아 떠나는 동안거> 혼란 동안거는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안거를 하면서도 뭔가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모든 환경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안거를 하겠다는 것도 혼자 결정한 일이고, 안거 중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누구를 탓하거나 상황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은 단 한 시간도 정진할 시간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안거를 한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낸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거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단순하게 하며 한 공간에 머물며 집중 수행을 하는 것이다. 한 장소에 머물며 모든 책임과 의무, 할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화두에 집중해서 ‘참 나’를 찾는 기간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 안거.. 2023. 1. 13.
<나를 찾아 떠나는 동안거 > 탐심과 애욕 둘째 손자인 보현이를 복지관에 데려다주는 날이다. 복지관 놀이치료에 등록하기 위해 수개월 전에 신청을 했고, 이제야 자리가 나서 처음 참석하는 날이다. 소연이와 보현이가 뒷좌석에 타고 나는 운전을 한다. 소연이는 보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아이 장난감 중 하나인 음악 버스를 틀어주며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차에만 타면 보현이는 음악 버스를 틀어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디에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른 채 엄마 손에 끌려 여기저기 다니며 놀이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통합감각치료 등을 받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에는 치료 시간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서너 달 전만 해도 차에 타는 것조차 울며불며 거부했던 아이다. 치료 시간인 약 한 시간 동안 복지관 앞에서 주차를 하.. 2023.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