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희소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유튜버 이도열씨(27세). 그 역시 어릴 때 소아암을 앓았다. 완치된 후 병실에서 치료받는 아이들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이메일로 신청을 받는데 소원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물건이 갖고 싶다.’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장애인용 학습 의자를 갖고 싶다.’ 등등. 그는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1,000만 원 적금을 깨어 이 일을 시작했다. 소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 3개월 만인 지난 1월 100번째 환아의 소원이 이뤄졌다.” (조선일보 2025년 5월 31일)
이 글을 읽으며 기억나는 외국의 사례가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희망을 들어주는 택시 기사 얘기다. 우연히 환자를 태운 후 환자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택시를 개조해서 원하는 곳에 무료로 데려다주는 봉사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때로는 간호사나 의사가 동행하기도 하고, 특수차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 이루어졌고, 희망자의 상황에 맞는 의료 설비가 갖춰진 특수차도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위의 글을 읽으며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일이 떠올랐다. 걷기를 통해 걷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일이다. 외국에는 ‘people walker’라는 사업이 있다. '산책 동반자'라는 의미로 걷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돈을 버는 일이다. 홀로 걷기를 두려워하거나 어디를 걸을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 산업이다. 나 역시 ‘people walker’를 사업으로 구상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함께 걸으며 돈을 받는 것이 탐탁지 않았고, 취미가 돈벌이가 되는 순간 걷기의 재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 포기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걷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히키코모리를 위한 걷기 모임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사회와의 접촉을 기피하는 은둔형 외톨이다. 이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걷기 모임도 생각해 봤다. 우울증 역시 우울이 심할 경우에는 집 나오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 수 있다. 조금 회복된 사람들은 나와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수술이나 질병치료를 마친 사람들의 건강회복을 위한 모임도 생각해 보았다. 천천히 숲 속을 걸으며 심신 회복과 치유를 위한 걷기 모임이다. 그 외에도 걷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모임으로 진행되어도 좋고, 1:1 걷기 방식으로 진행되어도 좋다.
신문 기사를 읽으며 걷기를 통한 나눔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대 청년이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과연 나는 나의 것을 선뜻 불특정 다수인에게 나눠 준 적이 있는가?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아직도 쥐고 모을 줄만 알았지, 펴고 나눔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일단 서원을 세우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굳이 서둘러할 필요도 없고, 소문내어할 필요도 없다. 이도열씨처럼 작은 일부터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걷기학교에 나오는 회원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걸을 수 있는 건강과, 나올 수 있는 시간과, 필요 경비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이 불행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처한 상황이나 개인적인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 나는 상담심리사다. 답답한 상담실보다는 탁 트인 자연을 걸으며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 때로는 침묵 걷기를 하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걷기 명상을 안내하며 걸으며 마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도 있다. 길을 걸으며 단순히 신체 건강만을 위한 걷기가 아닌 심신 치유를 위한 걷기를 안내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 그간 경험하고 공부해 온 모든 것들이 걷기를 통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이 되었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차분히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길이 열릴 것이다. 평생 할 일이니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다. 길을 걸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동시에 나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며, 서로의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자리이타의 삶이다. 이도열씨의 유튜버 ‘DoWish'를 응원하며, 동시에 이 숭고한 작업이 오래오래 이루어지기를 마음 모아 기원한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5/05/31/K2WD7UEQABDCJF6GHD7WA5NPDE/
아픈 아이들 소원 이뤄주는 ‘소아암 완치자 유튜버’
아픈 아이들 소원 이뤄주는 소아암 완치자 유튜버 유튜브 채널 도위시의 이도열씨
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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