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수 조훈현의 인생을 그린 영화 ‘승부’를 봤다. 제자 이창호에게 충격적으로 패한 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조훈현은 평생 바둑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제자 이창호에게 자신만의 바둑을 완성하라고 가르치고, 그 역시 평생 자신만의 바둑을 만들고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오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고 왔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톰 크루즈는 여전히 대역 없이 직접 액션 연기를 한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 1편을 1996년에 개봉한 후 30년 간 에단 헌트로 살아왔다. 톰 크루즈는 액션 스타와 연기파 배우 중 액션을 선택한 배우다. 그것이 영화배우로서 톰 크루즈가 걸어온 길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평생 걸어온 사람이다. 앞으로 이 둘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평생 지켜온 삶의 원칙, 신념,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사람이고, 동시에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 성취감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절차탁마하며 살아간다.
이들과 비교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길’을 찾고 있고, 그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 길로 꾸준히 가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 두 가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재능은 소명, 임무, 자신의 할 일과 직결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삶의 흐름에 밀려 살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살아가고, 때로는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모른 채 평생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는 무의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삶이 워낙 팍팍한 사람에게는 이런 생각조차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는 일을 포기하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비록 그 길이 지금 당장 보이지 않을지라도 찾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에 보탬이 되고 활력이 된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 삶의 방향은 등대와 같다. 바다에서 방황할 때 등대가 보인다면 희망을 갖고 견뎌낼 수 있다. 비록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 못할지라도, 다른 해변에라도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등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또는 없어진다면 쉽게 희망을 포기할 수도 있다.
어제 길을 걷는데 길벗이 요즘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또 지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 "왜?"가 그의 길로 그를 안내하고, '왜?'를 통해 자신을 잦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신의 길을 찾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미 20년 넘게 그림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그림은 매년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1년 전 그림과 지금의 그림이 변한 것이다. 그림은 마음의 표현이다. 그림이 변한다는 것은 자신이 변한다는 것이고, 자신이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등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주부로 평생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길이 비록 보이지 않더라고 자신과 자신의 길을 찾는 노력을 간단없이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걷고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글도 약 10년 전에 쓴 글과 지금의 글과는 내용에 변화가 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벗어나지 못했다. 요즘도 여전히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조금은 벗어나서 주변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 아니고 저절로 그렇게 글의 내용이 변해가고 있다. 걷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 자신을 위한 걷기에서 함께 나누는 걷기로 변화하고 있다. 혼자에서 함께로 삶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걷기와 글쓰기가 나의 길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이것이 나의 길이 되어가고 있다. 길 없는 숲길을 걸으며 길이 만들어진 것과 같은 이치다.
기본적인 루틴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가끔 이 루틴에서 벗어나거나 할 일을 하지 못하면 당황스럽고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매일 하는 일 대부분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일이 아님에도, 하지 못하면 괜히 죄책감이 들거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루틴을 잘 지키고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몸치인 내가 음악에 맞춰 혼자 몸을 흔들기도 하거나 TV를 보며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기도 한다. 명상을 꾸준히 하면 희열과 행복감이 내면에서 저절로 올라온다고 한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타나는 감정이다. 부처님 말씀이니 틀림없는 진리다. 명상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저절로 기분도 좋아진다. 그 기분을 알기에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고 이는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백수인 사람이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큰일이 생길 일도 없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세상이 변할 일도 없고,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나의 루틴을 지키며 살고 있다. 걷고, 글 쓰고, 명상하며 살고 있다. 이것이 나의 길이다. 무엇을 보상받기 위한, 또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며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매일매일 하는 일이다. 충실하게 매일 하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하다 보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걷기 학교’를 개설하고, ‘호흡명상과 자기 돌봄’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저절로 이 길이 열린 것이다. 길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매일매일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저절로 열린다. 그 길인 나의 길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길은 무엇입니까? 그 길을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까? 당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 찾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삶이 활력으로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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