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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인생 3막

나 홀로 데이트

by 걷고 2023. 3. 14.

책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 저)에는 개인의 창조성을 깨우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을 검열하지 않고 그대로 써 내려가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은 후 거의 매일 아침 3쪽 정도 쓰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가정적, 사회적, 개인적 환경과 성향에 의해서 많이 차단되고 정리되고 재단된 상태로 머물게 된다. 이런 프레임으로 인해 창조성은 사라지고 길들여진 사고방식과 행동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 동물로 살아간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수성을 잃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우리 속에 갇힌 동물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동물들이 펼치는 쇼를 보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 갇혀서 학습된 행동을 취하는 것 자체가 동물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고통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인정받고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참모습은 감추거나 잃어버리고 슬픈 인생을 살아간다. '모닝페이지'는 내면에 숨겨둔 또는 억지로 가두어 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홀로 즐기는 방법이다. 개인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운동 경기를 보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홀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하면서 즐겁고, 몰입할 수 있고, 자신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티스트 데이트'다. 간병인의 심신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6주 프로그램 (PTC: Powerful Tools for Care-givers)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간병인은 환자를 간병하며 심한 스트레스나 질병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환자보다 먼저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간병인 스스로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환자가 자거나 병원 치료를 받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만들어서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요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찻잔에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30분 정도의 시간을 통해 힘든 시간을 극복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1시간 정도 주변 걷기를 하면 심신의 스트레스를 다스렸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찾고 만들어 심신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에게 보상하는 것이 바로 '아티스트 데이트'다.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굳이 별다른 '아티스트 데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회복되며 기분도 좋아진다. 걸으면 몸은 피곤할 수도 있지만, 결코 피곤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심신의 활력이 되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도 있다. 걷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더 이상 걷는 것 자체를 데이트나 운동으로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수영 선수인 고(故) 조오련 선수는 자신에게 수영은 운동이 아니라고 했다. 물개에게 수영은 그냥 삶이지 운동이 아니듯이 수영 선수에게 수영은 더 이상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운동을 위해 다른 운동을 해야만 했다. 갑자기 이 선수가 떠오른 이유는 내게 걷기가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걷기는 내게 그냥 삶이지 운동이나 취미활동이 아니다.      

 

어떤 '아티스트 데이트'가 하고 싶을까?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단어 대신에 ‘나 홀로 데이트’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걷기 외에 좋아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물론 매우 초보 수준이지만 늘 동경하고 즐기려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다. 영화와 음악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냥 첩보물이나 액션물 등 흥미 위주의 영화를 좋아한다. 아직 영화의 예술성이나 감독의 성향, 영화가 제시하는 또는 추구하는 의도나 목적 등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냥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TV나 태블릿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이 제 맛이다. 광화문 시네큐브를 좋아한다. 멀티플렉스 내에 있는 영화관은 정신없고 시끄러워서 가기가 싫다. 예전에는 시네큐브에서 영화 티켓을 직접 구입한 후 그 표를 만지작거리며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고 즐거웠다. 한동안 이 영화관을 찾지 못했다. 다시 이 취미를 되찾고 싶다. 하루 시간을 내어 사전 예매도 하지 않고 그냥 영화관에 가서 그 시간에 맞는 영화표를 구입해서 여유롭고 한가롭게 관람하고 싶다. 넓은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잘 갖춰진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나오는 음악과 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 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뒤에는 2층에 있는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치를 누렸던 기억도 좋았다. 멋진 ‘나 홀로 데이트’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걸어서 서대문 안산을 넘어 홍제천과 불광천을 지나 집까지 걸어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데이트 하는 데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되찾고 싶은 ‘나 홀로 데이트’다.     

 

또 다른 것은 음악 감상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음악을 전혀 모르지만 그냥 클래식 음악이나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곡 같은 것을 좋아한다. 가끔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통해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곤 한다. 하지만 음악의 역사나 구조, 작곡가, 연주자, 악보의 구성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음악 문외한이다. 가끔 핸드폰에서 음악을 들으며 답답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좀 더 큰 소리로 웅장한 음악을 듣고 감상하며 느껴보고 싶다. 도서관에 가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마침 집에서 5분 정도 거리에 구립증산정보도서관이 있다. CD에 수록된 클래식 음악을 헤드셋을 쓰고 들을 수 있다. 클래식 관련 책도 읽으며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며 듣고 싶다. 클래식 음악 감상이 멋진 ‘나 홀로 데이트’가 될 수 있다. 아직 시도는 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공부하고 들으면 언젠가는 아주 멋진 데이트 파트너가 될 것이다. 영화와 음악, 이 두 가지가 ‘나 홀로 데이트’의 soul mate가 되면 좋을 것 같고, 쉽게 할 수 있는 데이트이다.      

 

다행스럽게 이 두 가지 외에도 걷기, 명상, 글쓰기 같은 soul mate도 있다. 이들은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자 영원한 파트너다. 그리고 음악과 영화는 버팀목에 꽃을 피우고 나무를 무성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나뭇잎이 되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soul mate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행복한 고민이다.           

       photo by 비단, 달마고도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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