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찾아 떠나는 인생 3막

친구란?

by 걷고 2023. 1. 4.

친구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가끔 이 사람이 내 친구인가? 저 사람이 내 친구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아는 사람들이 모두 친구는 아니다. 자주 본다고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끔 이 사람이  친구인가 아닌가 하며 고민을 하기도 한다. 상대방도 역시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흔히들 ‘의리’를 강조하는 뒷골목 사람들도 ‘의리’를 잊고 배신하며 싸우기도 한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도 서로 약속을 어기며 원망하고 욕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자주 한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던졌던 말들도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하며 말을 하게 된다. 또한 상대방이 한 말도 예전에는 흘려보냈는데, 요즘은 마음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살아가면서 친구가 변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는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직장 동료들이나 동 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물론 학교 동창들과의 인연을 꾸준히 잘 유지하며 평생 좋은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친구의 범위가 배로 늘어난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아이 친구들의 부모님들과 친구가 되고, 아이가 성장하고  친구들이 바뀌게 되면서 아이들의 부모들도 바뀐다. 아이들이 결혼한 후에는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워지면서 예전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또는 새로운 취미 모임이나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한다. 더 나이 들어가면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의 숫자와 범위는 줄어들고 좁아진다. 친구들 중 아픈 사람들이 있고, 참석 모임과 인원이 줄어들면서 친구의 개념은 서서히 사라진다.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은 결국 배우자 밖에 없다.

배우가 외에 친구는 없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배우자만을 친구로 생각하며 부부가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구가 필요하다. 인생 후반부의 삶에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할 일, 친구, 건강이다. 이 세 가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할 일이 있어야 사람들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며 활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돈벌이만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즐기고 몰입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소속과 모임이 필요하다. 즉 같은 취미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독불장군의 삶은 아마 외로움으로 인해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가끔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를 아끼는 관계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한 친구가 두 시간 동안 걸어서 친구 집을 방문한 후 서로 말도 없이 앞산만 바라보다 돌아오는 두 노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친구란 이런 사이가 아닐까?

일을 하기 위해서 또 친구를 만나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 건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도 시큰둥할 것이고 일 자체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도 건강이 필요하다. 가끔 친구 모임에 나가면 아파서 참석 못하는 사람들 얘기를 듣기도 한다. 앞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의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건강은 특히 인생 후반부에서는 모든 삶의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강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질 확률도 높아진다.

프로이트는 일과 사랑이 삶의 원천이라고 했다. 건강, 친구, 일의 기본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자신을 사랑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존중하지 않으면 건강을 지켜낼 수가 없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바로 친구를 사랑하는 것과 직결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친구와 이웃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넘쳐서 비로소 친구들과 이웃에게 사랑이 흘러갈 수 있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일을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지만 슬픈 말이기도 하다. 삶의 아이러니다. 결국 인생은 삶의 아이러니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변환시키는 연금술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또 가정적으로 할 일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그 일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몰입할 수 있고 행복한지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면 잠시 그것을 내려놓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샘물에 고인 물을 평생 퍼다 쓰느라 샘물이 말라있다. 잠시 휴식을 하며 마른 샘물에 물이 고이길 기다리는 것도 삶의 지혜다. 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 활력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 속에서 일을 사랑하며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약 2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두 친구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살아온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로 친구의 힘듦이 바로 우리의 힘듦과 연결되는 셋이 하나인 모임이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 된다. 세 명의 공통점은 남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맨손으로 지금의 삶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상적인 삶의 기준에서 본다면 세 명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서로 힘들게 살아온 과정을 잘 알고 있기에 어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한편으로는 아리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수년 내에 퇴직을 한 후에 서울 외곽지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그것도 다른 두 친구들과 함께 살면 좋겠다고 하며 나름 계획을 구상하고 있고 있다. 고맙다. 또 다른 친구는 대학교수 퇴임 후에는 장애인을 위해 일생을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멋있다. 나는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걷기를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또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글을 쓰며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싶다. 다행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각자 편안하게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귀가하는 길에 ‘친구’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친구’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어제 만난 ‘친구’들을 통해서 던졌고 찾았다. 친구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친구가 있고, 아직 건강하고, 할 일도 있고, 기본적으로 삶과 사람들을 사랑하니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두 친구들 역시 나와 같다. 시간이 흘러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변한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친구라고 티를 내지도 않는다. 친구의 삶을 지금 모습 그대로 존중하며 친구를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이런 사람들이 친구다. ‘내게는 이런 친구들이 몇 명이 있는가?’ 아니다,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나를 친구로 여기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왜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삶의 연금술을 배우는 수련 과정이다.

728x90

'나를 찾아 떠나는 인생 3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힐링 콘서트를 다녀와서 - 아모르 파티  (0) 2023.07.06
나 홀로 데이트  (0) 2023.03.14
아름다운 선물  (2) 2023.02.24
건강한 인생 2막  (2) 2022.12.21
<인생 2막의 재구성> 정체성 찾기  (1) 2022.10.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