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경기도 모 지자체의 채용 면접관으로 다녀왔다. 아침 5시에 기상해서 움직여야 면접 시간 전에 면접장에 도착할 수 있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6시 20분에 나가기 위해서 서둘러야 한다. 예전에는 출근시간 30분 전에 기상해도 시간 맞춰 나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동작이 많이 느려진 것 같다. 몸은 비록 느려졌지만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설레게 만들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눈뜨고 일어나서 그날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아마 무기력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로 인해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 발생한다.
이번 면접은 주로 공원 시설 관리나 청사 관리, 둘레길 관리 등을 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하는 자리다. 주로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분들로 연세가 높으신 분들도 많이 지원하신다. 4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지원자들이 면접에 참여해서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표현하신다. 면접을 진행하며 느낀 점 중 한 가지는 50대처럼 보이는 70대가 있는가 하면,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40대도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70대 중반임에도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고 걸음걸이나 목소리, 허리 굽은 정도가 젊은 사람 못지않은 분도 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분들의 특징은 매우 활기차 보이고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고 말씀도 매우 겸손하시며 유쾌하게 하신다. 그런 분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그분들처럼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역 토박이가 있는가 하면 도시에서 젊은 세월을 보내고 편안한 노후와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다.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에 많이 적응되고 작물을 재배하며 지내는 분들이다. 농사를 짓거나 작물을 재배하는 일이 일 년 내내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한가한 시간에 기간제로 일을 하며 보내기 위해 지원한 분들이다. 이분들이 하는 업무 내용은 주로 화장실 청소나 공원 청소, 청사 주변 청소 등이다. 제설 작업, 낙엽 치우는 작업,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작업, 주변 시설물의 보수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몸을 계속 움직여야만 하고 몸 전체를 사용해서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작업을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분들과 호흡이 맞지 않거나 불화가 생긴다면 업무 하는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업무를 해본 유경험자들이고 연세도 높으신 분들로 업무 숙련도도 매우 높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매우 원만한 분들이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건강한 인생 2막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몸은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움직인 만큼 건강해진다. 또한 움직인 만큼 소화활동에도 도움이 되니 밥맛도 좋을 것이다. 많이 움직이니 몸이 쉽게 피곤해져서 단잠을 자게 된다.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일을 하며 느끼는 스트레스와 즐거움이 삶의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입이 발생하니 가장으로서 또 부모, 조부모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존재감은 삶의 활력을 만들어 줄 것이다. 움직이고 어울리며 동시에 약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건강한 인생 2막이 있을까? 여전히 어떤 인생 2막이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것인지 찾고 있지만, 어제 면접장에서 만난 분들을 통해서 한 가지 멋진 답변을 찾을 수 있었다.
건강한 인생 2막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조금 소극적이고 하고 싶은 일만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직도 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불필요한 사치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 몸과 작업 기계를 사용하며 일을 해 본 경험도 없고, 그런 일을 하기에는 일머리도 잘 모르고 매우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몸을 쓰는 힘든 작업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왔고, 그 결과 상담과 명상, 걷기, 글쓰기라는 할 일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어제 면접을 진행하며 그분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스스로 반성을 하기도 했다. 어떤 분은 사업을 오랫동안 운영했고, 사업을 정리한 후에 지역으로 내려와 공원 화장실 청소와 관리 업무를 매우 기쁜 마음으로 하고 계신 분이 있었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찾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봉사를 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 지원한 분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가능하면 자신이 해온 익숙하고 편안한 일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현역에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본업으로 복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찾는 것도 어쩌면 아직 자신의 인생 1막에서 쌓아놓은 모습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어제 지원자들 중에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하는 매우 간절한 분들도 있었다. 이분들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찾는 것은 매우 사치스러운 생각이고,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하는 생존이 걸린 일이다. 이분들은 매우 마음이 건강한 분들이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의지가 있는 건강한 분들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 중 일부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거나 스스로 일 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무기력에 빠지거나 무료 급식소를 찾아다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든 감히 그분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모습이 지금의 모습이기에. 어느 누구도 스스로 자신을 구렁텅이 속으로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는다면 할 일은 너무 많다. 다만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자세가 안 되어 있기에 일을 못 찾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인생 2막을 돈벌이를 하는 일만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이 모두에게 평생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은 일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을 통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정, 조직, 사회, 국가 등 어딘가에 속해야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삶의 보람과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이 다시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어떤 삶의 가치를 갖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해야만 하는 숙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숙제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더 건강한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면접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인생 2막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발생한 좋은 계기였다.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어제 찾은 건강한 인생 2막의 모습이다. 좋은 가르침을 주신 면접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의 건강한 인생 2막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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