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네와 우리 집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손주들 돌보는 일 때문에 또는 덕분에 두 집 살림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손주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있다. 두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살다 보니 일상의 루틴이 깨져서 조금 혼란스러웠고, 그 혼란스러움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보니 그렇지도 않다. 노화 현상일 수도 있고, 타고난 천성일 수도 있다. 지난 몇 주간 불편한 마음을 지켜보고 있었다. 딱히 불편한 이유가 없었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 이유를 지난 주말에 알게 되었다.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불편함이다. 나와 다르게 아내는 오히려 새로운 환경 덕분에 더 활기차게 지내고 있다. 할 일이 있다는 존재감과 손주들을 보는 즐거움 덕분이다. 물론 집에서 단 둘이 지낼 때보다는 할 일도 많고 몸도 더 피곤하겠지만,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매우 충실하게 해내며 삶의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 다행이다.
지난 몇 주간의 불편함은 인생 2막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약 10년간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를 해왔고 나름대로 정립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상황을 보니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고 일상의 변화를 수용하는데 유연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인생 2막에 관한 책을 읽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간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상담심리사’라는 정체성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50대 중반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상담 공부를 해왔는데, 작년부터 상담사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스스로 상담심리사라는 사실을 포기했던 것 같다. 상담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고, 개인 상담을 한 케이스 별도로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상담심리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상담사로서 상담을 잘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한 점이다.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공부와 노력을 하지도 않고 있다. 상담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또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지, 과연 상담이 정말로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어쩌면 상담심리사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안으로 걷기를 통한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인생 2막을 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인생 2막 관련 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고,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이미 내 손에 들고 있었던 무기를 스스로 버리고 다른 무기를 찾고 있었다. 그 무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면서도 내 손안의 무기를 너무 쉽게 버려버렸다. 무기의 파워와 상관없이 무기를 만들고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점도 잊고 있었다. 파워는 스스로 만들고 쌓아 나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불교상담 전공자이다. 일반 상담심리사와는 차별화된 ‘불교 상담 전문가’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무기를 버렸던 것이다. 불교 상담 전공자이지만 아직도 일반 상담과 불교 상담의 차이점조차 정확하게 모른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불교 상담이라는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무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국내보다 불교 상담학이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있고, 불교에 기반한 구조화된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지금부터 '불교 상담 심리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공부와 노력을 해나가면 된다.
또 다른 나만의 브랜드로는 ‘걷기 상담’이 있다. 꾸준히 공부해 온 명상과 많은 길을 걸었던 경험, 그리고 길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들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무기에 상담을 접목하면 매우 효율적인 심신 치유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걷기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걷기 동호회에서 시험적으로 실행하며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1년 이상 해왔다. 그 결과 나름대로 ‘걷기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몇 사람들에게 실험적으로 적용해 본 후에 내년 봄부터 ‘걷기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작가라는 브랜드도 갖고 있다. 산티아고 다녀온 후에 자전적 에세이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를 발간했다. 그 이후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주제로 688편의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취미 삼아 글을 쓰고 있고 지금은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다. 대여섯 가지의 주제, 즉 걷기, 영화, 책, 부처님 말씀, 심신 건강, 인생 2막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전문 작가도 아니고 알려진 사람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 쓴 글을 책으로 발간하고 싶지만, 출판사를 찾을 수가 없다면 전자책으로 출간할 생각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공유하며 소통하기 위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다. 언젠가는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출간하자고 제안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요즘은 ‘인생 2막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써 놓았던 글도 다시 정리하고, 관련 서적도 읽고, 새로운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면 1년 정도 걸릴 것이다.
다른 하나의 브랜드로 SNS 활동을 말할 수 있다. 글을 쓴 후에 다양한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브런치, 밴드 페이지, 블로그, 티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업로드하고 있다. 사진 위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관리는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진과 장소 정도만 올렸는데, 짧은 글도 쓰고, 해시태그도 신경 써서 작성해서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알고 있는 정보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상황의 변화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마음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불편함을 견디고 바라보며 이유를 찾아냈고, 그 결과 인생 2막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불교 상담 심리사이고, 걷기 상담사이고, 작가이며, SNS로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노력하며 채워나가면 된다. 매일매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며 살아가면 된다. 인생 2막의 화두는 ‘고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한다. 고독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면 사라질 수 있다. 또 어느 정도의 불안은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한평생 시간을 견디며 살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그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며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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