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118 6km
코스: 일상 속 걷기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5,91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 책도 반납하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 구경도 했다. 오랜 친구를 만나 막걸리를 마시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반석 같은 마음을 지닌 친구여서 더욱 대화도 즐거웠고 만남도 좋았다.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나를 점검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명상을 지도해 준 고마운 스승이자 도반이다. 그 친구의 삶 자체가 명상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명상의 목적은 수처작주이다. 환경에 끌려 다니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삶의 주인으로 환경을 이끌고 가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이런 마음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그 친구의 삶 자체가 명상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좀 더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최근에 TV에서 본 영화가 매우 인상 깊었다. ‘바벨’이라는 영화로 2007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엄마의 자살 이후 마음의 문을 닫은 청각 장애인 딸에게 형사가 찾아온다. 아내의 자살 이후 모로코로 사냥을 떠난 중년의 일본인은 사냥이 끝난 후 총과 총알을 기념으로 가이드에게 선물했다. 그 가이드는 염소를 많이 키우는 친구에게 돈과 염소 한 마리를 받고 총을 팔았다. 그 친구는 아들들에게 늘 염소를 먹이로 노리는 자칼을 잡으라고 총 쏘는 법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심심해서 저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총을 쏜다.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모로코 여행을 온 미국인 아내는 그 총에 맞아 큰 상처를 입는다. 미국인 부부의 아이들을 돌보는 멕시코인 유모는 자신 아들의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미국인 부부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로 간다. 결혼식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는 조카는 국경에서 검문을 피해 도망치며 유모와 어린아이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장난 삼아 쏜 총알 하나로 미국, 모로코, 일본, 멕시코가 연결되어 있다. 각 나라의 각 가정마다 힘든 상황이 있다. 엄마와 부인의 자살로 인한 충격, 삶을 위협하는 자칼, 불법 이민자의 고충과 차별 대우, 아이를 잃은 부부의 슬픔 등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총알 한 발이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닌 사 개국과 연결되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온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나무는 하나의 대지로 연결되어 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수많은 새들은 하나의 하늘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들은 하나의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부모. 형제, 친구들로 연결되어 있다. 혼자 존재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나’가 아닌 ‘우리’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 오직 자신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더 높은 권력을 잡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더 큰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자신이 언행이 가져오는 업보에 대한 인식조차 못하며 살아간다. 불쌍한 중생이다.
우리는 서로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물코 하나를 잡아 올리면 그물 전체가 따라 올라온다. 나의 삶이 가족,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알지는 못하지만 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마음 씀씀이 모두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이다. 총알 한 개가 사 개국에 걸쳐 연결되어 있듯이, 우리의 삼업(三業)인 몸, 입, 생각과 의도의 결과 역시 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업보라는 철칙은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으신 후 두통에 시달리셨다고 한다. 어릴 적 장난으로 물고기 머리를 때렸던 업보를 받은 것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한 가지, 생각과 의도 모두 업보를 받게 되어있다.
평상시에 삼업을 잘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앉아서 하는 명상이다. 명상을 하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 동안 생각은 산만하게 떠돌더라도 최소한 몸과 입은 어떤 업도 지을 수 없다. 명상의 대상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도 멈추게 된다. 떠오르는 생각을 발전시키지 않고 알아차리며 다시 대상으로 돌아온다. 대상에 집중하는 순간이 바로 삼업이 멈추는 순간이다. 이런 훈련이 일상 속에서 지속된다면 과거의 업은 소멸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업보는 받지 않게 된다.
영화 ‘바벨’은 업보의 철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애 장난이 큰 업보를 불러온 것이다. 장난이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데, 나쁜 의도나 계획된 업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까 생각해 보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것이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고 알아차리며 그 사람들에게 자애를 보내는 자애명상이다. 좋은 의도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변하지 않는 철칙이다. 자애의 마음을 보내면 내 마음의 어두운 경험들이 사라지고 따뜻한 마음이 올라온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기에 따뜻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긍정적인 마음은 좋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며칠간 연습하고 있는데 제법 잘 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불편한 사람은 없다. 다만 불편하게 보는 나의 관점만 있을 뿐이다. 명상의 수행은 이런 관점의 변화를 만들어 준다. 관점의 변화는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준다. 이 순간이 바로 지옥이 천당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바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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