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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 초대전

by 걷고 2022. 1. 23.

날짜와 거리: 20220119 - 20220122  45km

코스: 안산과 인왕산 둘레길 외

평균 속도: 3.0km

누적거리: 5,95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지인의 초대로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 초대전’을 다녀왔다. 전시회 제목은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 II’이다. ACEP는 ‘Art and Cultural Exchange Project’의 약자이다. ‘붓으로 틀을 깨다’라는 의미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틀을 깬다는 의미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왜곡된 시선의 틀을 깬다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발달장애인은 같은 또래에 비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이유도 복합적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사회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자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특정할 수 없기에 부모님 스스로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역시 ‘자책의 틀’을 깨야 한다는 뜻을 제목은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전시회의 부제는 ‘Getting Close'이다.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 사고의 틀‘을 깨야만 한다. 장애인은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틀을 깨야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점의 틀도 깨야만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느냐 아닌가에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 사고의 틀‘을 깨야만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장애인은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마음의 장벽을,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시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벽을 부수면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함께 숨 쉬고, 웃고 울 수 있다. 부제인 ’Getting Close'는 많은 고민 후에 나온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에 들어가면서 화려한 색깔로 그려진 그림들 때문에 무척 놀랐다. 그림 보는 눈이 없기에 작품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작품을 표현한 색상의 화려함 때문에 매우 놀랐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매우 화려하고 따뜻해 보였다. 비록 발달은 늦지만 평상시 드러내지 못한 마음을 화려하고 따뜻함으로 표현한 것 같다. 조명과 함께 잘 어우러진 작품들은 마음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펼쳐내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 젊은 청춘의 사랑, 환경 문제, 부모님의 꿈,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동경심 등을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비록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는 않은 그들이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작가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붓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자신의 틀을 깬다.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며 차별과 편견의 틀을 깬다. 제목이 ‘붓으로 틀을 깨다’가 된 이유이다. 모든 차별과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가까워진다. 부제가 ‘Getting Close’가 된 이유이다.

 

 전시회는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꿈’, ‘열정’, 그리고 ‘우리 모두의 선물’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꿈의 방’에는 “꿈꾸는 모든 사람이 다 화가가 될 수는 없지만, 꿈을 꾸지 않는 화가는 없다 ‘라는 글이 쓰여 있다. 화가는 꿈을 꾸며 그림을 그리고, 작가는 꿈을 꾸며 글을 쓴다. 사회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 꿈을 꾸며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찾고 그 소명을 살아간다. 이 전시회를 준비하신 수사님께서 하셨던 인사 말씀이 기억난다. ”병자를 고치고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살아가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 존재의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 오늘 작품은 꿈을 꾸며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는 화가들의 결정체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살아있는 사람이고, 꿈이 없는 사람은 모든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죽어가는 사람이다. 오늘 출품한 화가들은 모두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이다. 

 

 두 번째 방은 ‘열정’이다. “열정은 재능이다. 그게 쌓이면 능력이 된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꿈을 찾으면, 또 꿈을 갖고 있다면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열정’이다. 꿈이 있기에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하기에 저절로 열정이 생긴다. 그 열정의 불씨를 계속해서 피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꿈과 열정, 그리고 노력은 서로 다른 단어지만 같은 의미를 표현한 단어이다. 화가들이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수많은 땀과 열정을 쏟았을 것이다. 포도송이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 전제를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표정을 그린 그림도 눈에 들어왔다. 열정과 끈기가 없다면 이런 작품이 태어날 수 없다. 그들의 열정과 인내, 노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세 번째 방은 ’ 우리 모두의 선물‘이다. “예술의 큰 감동은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화가는 화가가 되게끔 만들어 주신 부모님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물한다.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 작품‘을 감상하며 멋진 선물을 받는다. 그리고 작가에게 ’ 감사함‘의 선물을 전달한다. 선물은 서로 주고받으며 각자 지닌 마음의 틀을 깨고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마음의 다리를 만들어 준다. 다리는 떨어진 곳을 연결하는 물리적인 방편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만남이 될 수도 있지만, 마음의 다리를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금방 서로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하나가 되어 간다. 외로움이 사랑으로 변하고, 분리가 하나가 되어가고, 너와 나가 ’ 우리‘가 되어간다. 나 역시 그들이 작품을 통해 전해준 선물에 ’ 감사함‘을 선물하고 싶다.

 

작가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가족, 선생님, 친구들, 이 전시회를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 응원해준 관객과 그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특히 작가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 준 부모님의 노력과 애환은 말로 표현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모든 발달장애인 부모님들과 모든 장애인 부모님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애써주신 많은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초대해 준 친구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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