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115 - 20220117 14km
코스: 한강공원 외
평균 속도: 4.3km/h
누적거리: 5,90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https://m.tranggle.com/istory/myviewer/story/post_id/345555/2022393943?tp=pcno
[트랭글]에서 걷고1 님의 활동을 확인하세요.
#트랭글 #운동 #한강공원외gpx #걷고1 #한강공원외gpx #걷고1
m.tranggle.com
딸네 가족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사위는 회사에 출근하고 딸은 두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아내는 월요일마다 음식을 준비해서 딸네를 찾아가 시간을 같이 보낸다. 어제는 나도 함께 다녀왔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가기로 했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 놀고 웃는 모습, 심지어 우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내가 하는 역할은 큰 아이 식사 챙기고 같이 노는 일이다. 아내는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고 딸은 둘째 아이를 챙긴다. 어른 셋이 두 아이 챙기느라 분주하고 정신없다. 가족끼리 살아가는 모습이다. 서로 엉키고 치대고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가족.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밑에는 신뢰와 사랑이라는 큰 강물이 흐르고 있다. 상처는 봉합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사라진다. 물에 글자를 새기면 흐르는 물에 글자가 금방 사라지듯. 해인(海印)이다. 상처의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형제들과 아직도 거리를 두며 지내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우리 딸네 가족들도 혹시 내가 형제들에게 느끼는 것처럼 내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사람 관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아내가 딸에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 해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죽으면 해주지 못한 것, 미안한 것만 생각나서 후회를 많이 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앞뒤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사위 지인의 아내가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가 한 말인 것 같다. 그 말이 뇌리에 깊게 박힌다. 아내는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역할을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지낸다. 그리고 밤에는 곤한 잠에 쉽게 빠져든다. 하루 종일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모하니 밤에는 깊은 잠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체력이 그다지 좋지도 않은 아내가 눈을 뜨고 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잠시도 쉬거나 누워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늘 뭔가를 하던가, 누구를 만나던가, 할 일을 찾기도 하고, 주변 노인들을 돕기도 한다.
아내의 항상심과 일관성, 끈기,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은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로 변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내는 어떤 행동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한다. 아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리는 사람이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감화받은 것이다. 내게 아내는 사랑하는 부인이자 존경하는 스승이고, 편안한 친구이자 평생 동반자이다. 말 없는 가르침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내 삶을 변화시켰다. 덕분에 일단 시작한 일은 꾸준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아내는 고교 동창들과 1박 2일 속초에 놀러 가며 내일까지 먹을 음식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고 나갔다. 고맙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내가 출발 전 바쁘게 준비하는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알아서 먹겠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이제는 아내가 가족들 그만 챙기고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편안하게 지내면 좋겠다.
최근에 고민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불편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며 바라보고 있다. 내가 상대방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어쩌면 상대방이 그 이상으로 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사람들과 모여 얘기를 나눌 때 끼어들고 싶지도 않고, 알고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별로 없다. 대화를 이끌고 가는 성격이 아니라 주로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가끔은 듣기조차 피곤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관심사가 아닌 이상 아는 것도 없지만, 얄팍한 내용을 아는 척하기는 더욱더 싫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떤 주제를 갖고 만나 토론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삶의 사소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점점 대화와 거리가 멀어지고, 따라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어제 아내가 했던 말이 갑자기 크게 와닿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소함을 나누되 정성 들여 나누고, 최선을 다해서 사람을 대하고 오늘을 살아가라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이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 나누는 모든 대화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할까?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의 맛을 음미하며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눈에 보이는 나뭇잎, 길가의 꽃, 하늘,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산속의 새소리와 자연의 풍경,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며 노는 모습, 친구들과 한잔 나누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들을 다시는 볼 수 없고 만들 수 없다면 삶은 얼마나 허전하고 삭막할까?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주인공이 말하며 죽어가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사람에게 노을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매 순간 모든 것이 삶의 마지막에 느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대하는 마음가짐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가족의 얼굴, 나눴던 대화, 함께 갔던 추억이 담긴 장소, 먹고 마셨던 음식물과 추억 등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순간은 흘러가고, 기억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 낸 자신만의 추억이다.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거나 사람들을 찾아가 만날 필요와 이유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만나도록 노력하고 싶다. 물론 오랜 세월 만들어진 습관의 힘이 강해서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여기’에서 만나려는 노력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Practice make perfect'라는 말이 있다. 반복된 연습이 완벽하게 만들어 준다. 그 이전에 선결되어야만 하는 과제가 있다. 사람들과의 과거 기억과 관련된 부정적인 마음, 생각, 추억 등이 떠오를 때 그 생각에 함몰당하지 않고, 빨리 알아차리며 그분들을 향해 자애명상을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어 보내는 자애명상은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그들과의 만남은 그 순간에 끝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을 곱씹으며 즐거운 일에 집착하거나, 불편한 일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후의 만남은 과거의 연장이 아닌, 그 순간의 다른 만남이다. 흐른 시간만큼 나도 변해있고, 상대방도 변해있다. 비록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더라도. 서로 변한 사람들이 새로운 순간에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만남을 하는 것이다.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체득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개고(皆苦)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끔 ‘오늘의 삶의 마지막이라면’이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걷고의 걷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고의 걷기 일기 03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 초대전 (0) | 2022.01.23 |
---|---|
[걷고의 걷기 일기 0321] 영화 ‘바벨’과 명상 (0) | 2022.01.19 |
간병 요양인을 위한 걷기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0) | 2022.01.17 |
[걷고의 걷기 일기 0319] 4차 산업혁명과 인간성 (0) | 2022.01.15 |
[걷고의 걷기 일기 0318] '걷고의 걷기 학교' 첫걸음 (0) | 2022.01.14 |
댓글